의원? 인원? 요원?···헌법재판소는 ‘의원’으로 판단

헌법재판소, “피청구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반복
“피청구인 병력 철수 명령? 누구도 전달 받은 바 없어”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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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씨가 지난해 12월 3일 밤 부하들에게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한 것이 ‘인원’도 ‘요원’도 아닌 ‘의원’인 것으로 확정했다. 4일 헌법재판소가 공개한 윤석열 탄핵 결정문(2024헌나8)을 보면, 헌법재판관들은 일치된 의견으로 윤석열의 주장을 기각하고,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홍장원 전 국정원 제1차장,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 등의 증언을 사실로 인정했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심리 과정에서 느닷없이 윤 씨가 군인들에게 국회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한 대상이 누구인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곽종근 전 사령관의 증언에서 윤 씨가 했다는 말의 표현이 바뀐 것이 문제가 됐다. 곽 전 사령관은 수사기관에선 윤 씨가 ‘사람을 끌어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가, 국회에선 ‘인원을 끌어내라’고 했는데, 윤 씨 측 변호인들은 이점을 문제삼으며 윤 씨가 끌어내라고 한 건 국회의원이 아니고, 심지어 국회에 진입한 ‘요원’(군인)을 끌어내라고 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윤 씨 측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단정했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반복해서 “피청구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밝히면서 윤 씨가 끌어내라고 지시한 건 국회의원이라고 결론냈다.

▲ 지난해 12월 4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하자, 당직자와 보좌진들이 막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유성호 기자)

결정문을 보면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윤석열)은 곽종근에게 전화한 사실은 있지만, 당시 상황을 확인하였을 뿐이고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는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며 “또한 위 지시에 관한 곽종근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며 신빙성이 떨어진다고도 주장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열린 육군특수전사령부 예하부대들과의 화상회의가 끝나고도 곽종근의 마이크가 계속 켜져 있었기 때문에 곽종근이 피청구인의 위 지시를 받고 김현태(707특수임무단장) 등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행한 발언들이 예하부대들로 그대로 전파되고 있었던 점, 곽종근 및 김현태는 국회 출동 시 ‘시설 확보 및 경계’ 지시를 받은 후 한동안 추가 지시가 없어 구체적인 임무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고 하는바 피청구인의 위 지시가 없었더라면, 곽종근이 갑자기 김현태와 안으로 들어가 150명이 넘지 않게 할 방법을 논의할 이유가 없는 점, 의결정족수라는 용어 및 당시 본희의장 안에는 다수 국회의원들이 존재하였고 군인은 존재하지 않았던 사실 등을 고려하면 끄집어낼 대상은 국회의원이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곽종근은 2024년 12월 9일 검찰 조사에서부터 증인 신문이 행해진 이 사건 제6차 변론기일까지 피청구인의 위 지시 내용을 일부 용어의 차이만 있을 뿐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피청구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도방위사령부에 대한 국회 진입과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에 대해서도 “이진우(전 수도방위사령관)가 피청구인과 통화하는 동안 같은 차량의 앞좌석에 앉아 있던 이진우의 전속부관이 통화 내용 대부분을 들을 수 있었던 점, 이진우는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구체적인 임무 없이 국회로 가라는 지시만 받아 일단 수도방위사령부의 본래 임무인 핵심시설의 ‘외곽’을 경계하고자 하였다고 하는바 피청구인의 위 지시가 없었더라면 이진우가 갑자기 조성현에게 건물 ‘내부’로 진입하여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할 이유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피청구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윤 씨가 군을 국회로 투입한 이유가 ‘질서유지’ 때문이라고 밝힌 것도 ‘거짓’이라고 결론냈다.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은 그 근거로 김용현에게 ‘계엄이 선포된 후, 간부 위주로 구성된 280명만을, 실탄을 지급하지 말고’ 투입하라고 지시했으며,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자마자 즉시 병력을 철수하라고 지시하였다는 점을 들고 있다”고 전제했지만,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지시 내용은 곽종근, 이진우, 여인형 어느 누구도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고 짚었다.

헌법재판소는 “오히려 이들은 이 사건 계엄 선포 며칠 전부터 대비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 받았고, 이 사건 계엄 선포 전에 이미 출동 지시를 받은 부대도 있었다”며 “피청구인이 언급한 280명은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의 의결 직전 무렵까지 국회 경내로 진입한 육군특수전사령부 소속 군인 270여 명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피청구인은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국회 경내로 진입하라고 전화하는 등 280명만의 투입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회로 출동한 군인들은 주로 대테러 작전수행을 본래 임무로 수행하고 있었던바, 국가중요시설로서 평상시에도 철저한 경비가 되고 있는 국회에 대하여 단순히 질서유지만을 목적으로 본래의 경비인력 및 추가된 경력을 넘어 이들 군인까지 투입시켰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피청구인은 구체적 임무를 지시하지 않음으로써 이들이 실제 비상상황을 전제로 마련된 매뉴얼대로 행동하기를 용인하였는바, 실탄 지급을 금하거나 병력을 철수한 것 모두 피청구인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군인들 스스로가 상황 판단에 따라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시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