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피는 꽃] 대구서 인혁당 사건 50주기 행사 열린다

1975년 4월 9일 이후 50년···다시 반독되는 민주주의의 위기
4.9통일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 3월 29일부터 다양한 행사
영남대에선 30년 만에 추모비 다시 세우고, 경북대는 '여정남' 기획 행사

11:32
Voiced by Amazon Polly

[편집자주] 서도원 52세, 도예종 51세, 송상진 47세, 하재완 44세, 우홍선 44세, 김용원 40세, 이수병 38세, 여정남 30세. 1975년 4월 9일, 선고 하루 만에 이들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이었다. 그리고 50년이 흘렀다. <뉴스민>은 ‘열사’, ‘희생자’라는 수식어 뒤에 가려진 청년 여정남의 삶을 들여다봤다. 그의 모교인 경북대학교에서 추모비를 세우고 지키기 위해 벌였던 투쟁에 대해서도 재조명했다. 2025년 윤석열 퇴진광장에 선 이들에게는 열사 정신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물었다. 기사는 <뉴스민>이 제작하고 ‘여정남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가 발행한 자료집에도 수록됐다.

1. 대구서 인혁당 사건 50주기 행사 열린다

1975년 4월 9일은 국제 법학자협회에 의해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규정된 날이다.

1972년 10월 유신 이후 전국적으로 박정희의 유신에 반대하는 운동이 전개됐고, 박정희는 이를 무마시키기 위한 학생운동 상층부였던 180여 명을 불법으로 체포하고 수사해서 기소했다. 이들 배후에 북한 지령을 받은 지하조직을 찾아냈다고 발표하며 관련자 23명을 기소했다. 사형 8명, 무기징역 7명, 15년 이상 징역 8명으로 하나같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1975년 4월 8일 대법원은 8명에 대한 사형을 확정했고,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새벽 사형을 집행했다. 바로 ‘인혁당 사건’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야 국정원은 인혁당 사건이 고문 조작됐다고 발표했고, 법원은 이들 전원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50년이 지나 2025년,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은 그로부터 4개월 가까이 파면되지 않은 채 대통령 관저에 들어 앉아 있고, 동대구역에는 박정희 동상이 세워졌다. 민주주의 회복을 열망하는 응원봉이 광장을 가득 채운 시간 동안 대구 곳곳에선 ‘열사 정신’을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각 대학 민주동문회와 시민사회단체, 49인혁재단 등은 ‘4.9통일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를 꾸리고 추모문화제, 전시회, 합동참배, 강연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대구 곳곳에선 4.9통일열사 50주기를 맞아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사진=여정남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

오는 29일 영남대 민주동문회 중심으로 구성된 ‘4.9통일열사 50주기 영남대 행사위’는 영남대 종합강의동 앞 통일동산에서 추모문화제를 연다. 30여년 전 경찰이 철거한 영남대 출신 열사 도예종, 서도원, 송상진 3명의 추모비를 이날 다시 설치할 예정이다.

경북대 민주동문회, 여정남기념사업회 중심으로 구성된 ‘여정남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는 4월 5일 시민사회, 노동계와 연계해 행사를 열 계획이다. 오후 4시부터 기념품 및 책자 판매 등 사전행사가 진행되며 오후 6시에는 경북대학교 일청담에서 대동한마당 행사가 열린다. 대동한마당은 경북대 사회대 풍물패 ‘울림터’, 경북대 노래패, 416합창단, 가수 꽃다지 등 공연과 토크쇼 등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등 42개 대구경북 시민사회단체·정당이 함께하는 ‘4.9통일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행사위)는 같은날 오후 2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4·9통일열사 50주기 정신계승 시민문화제’를 진행한 뒤 경북대학교까지 행진한다.

한편 행사위는 4월 5일부터 10일까지 4.9통일열사 50주기 전시회 ‘빛나는 민주주의의 사물들’도 연다. 동대구역 광장 박정희 동상 뒤쪽으로 전시를 펼쳐 동상도 전시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배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측이 광장 사용 허가를 승인하면서 장소를 바꾸라는 단서를 달았고, 행사위 측은 반발하고 있다. 공단은 조례에 따라 안전과 통행상 문제를 이유를 들며 행사위가 신청한 장소가 아닌 동대구역 3~4번 출구 사이로 변경하라 안내했다.

전시책임자인 한상훈 대구문화예술현장실무자정책네트워크 대표는 “해당 위치에 전시를 해도 안전이나 시민 통행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광장은 공공의 영역인데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거라 볼 수 밖에 없다”며 “전시 구조물을 박정희 동상 주변으로 세워서 민주주의를 말한다는 기획 의도에 맞게 원안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단 측은 “시민의 질서와 편의를 위해 조건부 승인을 제시해서 냈고 이를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