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여성의 날’···”TK 페미니스트가 민주주의를 구한다”

제31차 대구경북여성대회··· 성평등 디딤돌·걸림돌·특별상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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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8일, 올해로 117주년을 맞는 ‘세계 여성의 날’에 맞춰 제31차 대구경북여성대회가 대구 중구 CGV한일극장 앞에서 개최됐다.

3월 8일 117주년 ‘세계 여성의 날’, 윤석열 탄핵 정국 속에서 광장에 모인 여성들은 앞선 여성들이 그랬듯 세상을 바꾸고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그랬듯 생존권과 참정권의 상징인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다.

이날 오후 대구 동성로 CGV한일극장 앞에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을 중심으로 꾸려진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1차 대구경북여성대회 조직위원회’ 주최로 제31차 대구경북여성대회가 개최됐다. 대회는 ▲사전행사(시민참여부스) ▲여는 공연(국악밴드 나릿) ▲대회사 ▲연대사 ▲중간 공연(춤신춤왕: 대구여성인권센터 소모임) ▲당사자 발언 ▲성평들 디딤돌/걸림돌 발표 ▲여성선언문 낭독 ▲마무리 퍼포먼스 등으로 진행됐다.

송경인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120여 년이 지난 오늘 우리의 빵과 장미는 무엇인가. 우리는 여전히 노동 현장의 임금 격차와 성폭력으로부터 생존의 권리를 위협받고 있다”며 “가장 편안하고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조차 성폭력, 디지털 성폭력, 성매매 피해에 노출되며 죽거나 살인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계에 의하면 16시간마다 여성들은 친밀한 관계인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있다.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 의해 여성이라는 이유로 작년 한 해 이틀에 한명 꼴로 살해당했다”며 “윤석열이 직무정지가 된 상황에서도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여성 시민에 대한 온오프라인 공간을 불문하고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차별, 폭력도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송 대표는 “청년 여성들이 광장의 문화를 바꾸고 연대의 힘을 보여줬다고 하면서도 정작 정치에서 여성을 배제하며 여성 정책에 대해 묵묵부답인 답답한 정치를 변화 시키는 일, 성평등 민주주의 정치로 나아가는 일, 힘들고 어렵지만 2025년 오늘 우리가 외쳐야 하는 참정권”이라며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여러분들 감사하다. 우리가 바로 희망이다. 당신이 바로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 송경인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여러분들 감사하다. 우리가 바로 희망이다. 당신이 바로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20대 여성으로 당사자 발언에 나선 ‘팡자'(활동명) 씨는 “저는 세월호, 이태원, 제주항공여객기 참사를 겪은 세대”라며 “강남역 살인사건, N번방, 딥페이크 성착취를 경험했다. ‘일베’로 상징되는 2030남성들의 조롱과 멸시, 낙인찍기, 갈라치기로 점철된 커뮤니티를 온오프라인으로 겪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 더 개인적으로는 저는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 생존자이고 자살 유가족이고 정신질환 당사자”라며 “제 삶은 나로서의 생존이고 투쟁이었다. 광장에 나온 이유도 그래야 내가 살 것 같았다. 이후 어떤 세상에서든 내 고통과 삶을 제대로 이해하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역행하는 세상에선 우리가 제자리에 있는 것도 큰 움직임”이라며 “이 광장의 동지들과 같이 가고 싶다. 지금도 싸우고 있는 여성노동자들, 지혜복 동지의 복직 투쟁과 박정혜·소현숙 동지의 고용승계 투쟁, 동덕여대의 학내민주주의 투쟁에도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외쳤다.

▲ 제31차 대구경북여성대회에서 대구여성인권센터 소모임 ‘춤신춤왕’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한편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올해의 성평등 디딤돌과 걸림돌도 발표했다. 대구·경북 각지에서 성차별에 맞서 투쟁하고 성평등 사회 구축의 디딤돌이 된 개인 단체에 ‘성평등 디딤돌’로, 반대로 성차별적인 행보로 여성 인권 운동에 방해가 된 ‘성평등 걸림돌’로 각각 선정해오고 있다.

올해 ‘성평등 디딤돌’로는 여성폭력 생존자로 용기 내 맞서 싸운 김민서 씨가 선정됐다. 김민서 씨는 대독 형태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 씨는 “저는 전 남편에 의한 스토킹 및 살인미수 사건 피해자”라며 “(1심 판결에서 가해자는) 고작 징역 5년이 나왔는데, 내가 죽어야 끝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대구여성의 전화에 도움을 청했고, 단체의 도움을 받아 가해자 엄벌 서명을 재판부에 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그 결과 2심에서 징역 8년과 전자장치부착 5년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여기 계신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가능했던 결과”라며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하다. 저같은 피해자가 또 나타나지 않게 이런 여성단체가 더 알려지고, 도움을 받는 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바랐다.

반면 ‘성평등 걸림돌’로는 메가스터디그룹 손주은 회장이 선정됐다. 주최 측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연에서 여성을 혐오하고 비하하는 심각한 수준의 발언으로 지탄받았다”고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야유를 전했다. 지난해 11월 손 씨는 대구 한 종교시설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하면서, “대학 가는 것보다 애 낳는 게 중요하다. 여학생들은 생각을 바꾸시길 바란다”, “이렇게 살면 ‘성매매 여성’보다 못할 것 같다”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특히 단체는 올해 특별하게 ‘성평등 특별상’으로 ‘광장을 지킨 동지들’을 선정했다. 선정 이유로 “대구, 경북의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다양한 빛깔과 모양의 응원봉, 그리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깃발, 유쾌한 피켓 문구로 자신의 존재를 당당히 드러냈고, 혐오와 배제를 몰아내어 세대와 성적 지향의 다름이 문제되지 않는 성평등한 광장을 함께 만들어 나갔다”고 밝혔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