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출입국 단속 피하던 이주노동자들 다리·척추 골절

개방골절 등 이주노동자 6명 중경상
대구출입국, 고용주 동의받았다지만
업체 "단속 먼저 시작하면서 형식적 동의 요구"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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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도망치던 이주노동자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주민 단체에서는 이주노동자 부상이 자명하게 예상되는 ‘토끼몰이식’ 단속으로 다수 이주노동자가 다쳤고, 상당액의 치료비도 나올 것이라며 대구출입국의 사과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대구출입국은 사업주 동의를 받고 진행한 문제 없는 단속이었으며, 치료 문제는 보험 처리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체 측에서는 대구출입국이 단속을 먼저 시작하면서 형식적인 동의만 요구했다고 밝혔다.

대구출입국, 경산이주노동자센터, 사업주 측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26일 대구출입국은 경북 경산시 진량읍 A 제조업체에 대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채용 관련 단속에 나섰다. 단속은 외부 신고로 이루어졌다.

당일 오전 8시, A 업체는 근무 교대를 위해 전 사원(20여 명)이 모여 있었다. 대구출입국 단속반이 단속을 위해 공장 진입로 방면에서 접근하자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그 반대 방향으로 도망쳤다. 반대 방향에는 인접 공장이 있었고, 인접 공장으로 넘어가려면 1m가량 높이의 메시 펜스를 넘어서 인접 공장의 패널 펜스 안쪽으로 뛰어넘어야 했다. 패널 펜스에서 지상까지 높이는 약 3m다.

경산이주노동자센터에 따르면 인접 공장으로 뛰어내린 이주노동자 6명이 부상 당했다. 그중 가장 큰 부상을 당한 이주노동자는 양쪽 발 골절, 척추 골절 부상을 입은 30대 여성 이주노동자다. 이 이주노동자는 패널 펜스를 뛰어넘어 추락해 쓰러졌고, 뒤늦게 도망쳤으나 단속반에 붙잡혔다. 이외에도 양쪽 발 골절을 당한 다른 이주노동자(30대 여성) 또한 같은 위치에서 뛰었다가 부상을 당했고, 붙잡혔다. 이들과 같이 붙잡힌 30대 남성 이주노동자는 오른쪽 다리에 부상을 입고 깁스를 했다.

▲두 다리와 허리 부상을 입은 이주노동자(사진 제공=경산이주노동자센터)

이들 3명 중 가장 큰 부상을 입은 이주노동자는 병원비용 문제로 경산에서 부산에 이르기까지 4개 병원을 전전하다 부산 병원에 입원했다. 부상 정도가 심해 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외 여성 이주노동자는 치료 후 자진 출국할 예정이며, 남성 이주노동자는 치료비가 없어 추가 병원 치료 없이 지난 1일 자진 출국했다.

출입국에 단속된 이들 3명 외에도 단속을 피한 이주노동자 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한 30대 남성 이주노동자는 맨발로 펜스를 뛰어넘다가 양쪽 발에 개방골절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중이다. 나머지 2명은 다쳤으나 단속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지 않았다.

“토끼몰이식 단속에 부상 심각···피해 보상해야”
단속 절차도 논란, 영장 없으면 사전 동의 필요하나
업체 측, “단속 먼저 시작하고 동의받으러 왔다”

대구경북 이주민단체에서는 무리한 단속으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며 대구출입국을 규탄했다. 민주노총 경북지부, 경산이주노동자센터,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는 5일 오전 10시 30분 대구출입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출입국의 사과와 이주노동자 피해 보상, 강제단속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3미터가 넘는 펜스를 넘어 이주노동자들이 추락해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1명은 척추 골절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고, 다른 1명은 개방골절로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외에도 부상자들은 병원비 문제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트라우마로 외부 출입을 거부하는 이도, 자포자기 심정으로 출국한 이도 있다. 이주노동자 부상에 책임지고 공식 사과하라”라고 지적했다.

▲5일 오전 10시 30분 대구출입국 앞에서 강제단속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업체 입장에서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다. 지역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이주노동자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단속된 업체는 이주노동자 직원 20여 명 중 9명이 단속됐고, 체류 자격을 가진 이주노동자 일부 외에 나머지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부상당하거나 도망쳐 공장 가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해당 업체는 평소 생산량의 10%가량만 생산하고 있다.

업체 한 관리자는 “단속을 시작하면서 동의하라고 하는 게 동의 맞나. 단속 자체를 뭐라 할 수 없지만, 절차는 지키지 않았다. 현장에서 단속 시작 먼저 하면서 서류 내밀며 협조를 구했다”며 “대한민국 지방 공장이 외국인 없이 돌아가나. 어딜 가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람은 이런 곳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없다. 지금 이 문제로 근속자, 경력자들이 다 일하지 못하는 상황이 돼 납품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구출입국은 업체 측 동의를 받고 단속을 진행했다고 설명한다. 업체 동의 하에 공장 내부에 있던 이주노동자를 단속했고, 추후 내부 단속을 마치고 공장 바깥에 다친 이주노동자가 있다는 목격자 진술을 듣고 공장 바깥에서 추가적으로 이주노동자를 확인해 단속했다는 거다. 한편 부상자에 대해서는 보험 적용을 통해 치료 비용을 지원하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대구출입국 관계자는 “고용주 동의 받기 전에 도주한 사람들도 있다. 동의 후에 공장 내부에 있던 사람들을 단속했고 단속 이후 뒷정리를 하는데 주변 목격자가 다친 외국인이 있다고 해 옆 공장에 가서 수색해 발견했다”며 “추가로 발견한 이들이 부상당한 상태라 곧바로 치료받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법 절차에 따른 단속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단속을 피해 도주하다 부상 당한 외국인에 대해서도 치료에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며 앞으로도 우리소는 업체 관계자 사전 동의 등 절차를 준수하며 원칙에 따라 단속에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5일 오전 10시 30분 대구출입국 앞에서 강제단속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