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에도 일상의 광장 이어가기 위해···대구의 응원봉, 달곰이지부 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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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파면될 것이고, 일상으로 돌아갈 텐데 이 시간을 추억으로만 남겨둘 수 없어요. 광장의 경험이 각자의 터전으로 이어져야 해요.”
“자신만의 일상으로 사라지지 않고 계속 뭉칠 수 있는 연결이 됐으면.”
“제가 있는 곳에서 노조를 결성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에 저항코자 꾸준히 광장으로 향했던 시민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도 이들의 열기는 식지 않고 또 다른 ‘일상의 광장’을 만들려 하고 있다. 3일 민주노총 대구본부 달곰이지부 출범식에 모인 30여 명의 시민들은 달곰이지부 조합원으로서 광장의 경험과 고민을 일상에서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3일 오후 2시 달곰이지부 설명회가 열렸다.

3일 오후 2시부터 민주노총 대구본부 강당에서 열린 달곰이지부 설명회에는 윤석열퇴진 대구시국회의 주최 집회에 꾸준히 발걸음하던 시민 30여 명이 모였다. 현장에서 가입서를 쓴 이들은 2025년 한 해 예비 조합원으로서 다양한 소모임 등 활동, 연대 활동에 나선다. 이름이 된 ‘달곰이’는 민주노총 대구본부 마스코트 ‘달곰이(달구벌의 곰)’에서 따왔다.

이날 출범식에서 김은연(30대) 씨는 “12월 3일 이전에는 한 번도 집회에 나와본 적 없고, 관심도 없었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내내 뉴스를 보며 마음졸였는데, 그날 이후로 이대로 살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며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혼자 광장에 나갔다. 내가 겪은 광장은 축제처럼 신나고 힘도 나는 곳이었다. 함께 같은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됐다. 퇴사 후 취업 준비로 하루하루가 불안했는데 그 점도 위로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가고, 남태령도 가고, 구미옵티칼하이테크도 가면서 과거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다른 세상을 접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살기 위해 처절하게 싸운 세상을 접했다. 인간 대 인간으로 다가왔다. 내가 겪은 연대는 세상의 확장이라는 형태로 찾아왔다”며 “광장의 경험이 각자의 일터로 이어지길 바라면서 달곰이지부에 가입했다. 그냥 일상으로 돌아가기에는 아까웠다”고 강조했다.

▲달곰이지부 설명회에서 발언하는 김은연 씨
▲달곰이지부 설명회에 참석한 예비 달곰이 김아영, 김민지 씨 (사진=민주노총 대구본부)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87년 공고 졸업하고 현장에서 6월 민주화투쟁을 봤다. 38년 전부터 노조 활동했다. 노조가 나의 삶과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투쟁했다. 하지만 사회가 획기적으로 바뀌지는 못했다”며 “오래 노조 활동을 했지만 나도 탄핵 광장에서 많이 배우고 변할 계기도 얻었다. 달곰이지부 가입을 축하하고, 동지들이 저희에게 배우는 게 아니고 함께 대구를 바꿔 갈 수 있는 길을 찾아가고 고민하는 관계를 유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달곰이지부 1기는 출범선언문을 통해 “계엄을 막아낸 시민은 멈추지 않는다. 윤석열이 망친 사회를 살피고 파면 이후 맞이할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갈 것이다. 내 옆에 있는 차별받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연대의 손을 내밀 것이다. 우리는 더욱 가깝게 연결됐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힘을 확인했다”며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사회를 유지하는 이가 노동자임을 인지하고 자부심 갖고 살아갈 것이다. 우리 투쟁이 사회를 바꿀 힘이란 것을 잊지 않고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달곰이지부는 민주노총 대구본부 소속이지만 정식 노동조합은 아니다. 달곰이지부에 소속된 이들은 25년 한 해 동안 예비 조합원으로서 노동자 권리 학습, 노동조합 이해, 여성, 장애 등 다양한 의제 토론과 연대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격월 모임도 진행한다.

▲3일 오후 2시 달곰이지부 설명회가 열렸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