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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인근에는 3.1만세운동길이 있다. 대구의 학생들이, 시민들이 길에 나와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대구는 저항의 도시다. 그 정신을 이어받아 대구 시내를 우리 목소리로 가득 채울 것이다.”
계산성당 앞에 이른 시민들을 향해 이명은 생명평화아시아 활동가가 말했다. 106주년 3.1절에 열린 21차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는 일제의 침탈에 저항하던 3.1운동 정신을 그대로 이어 민주주의를 위협한 내란 범죄를 단죄하는 의미를 담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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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처럼 동성로 CGV한일극장 앞에서 집회를 여는 대신, 1일 오후 5시부터 만세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대구 도심 행진을 시작했다. 주최측 추산 600여 명의 시민들은 한 손에는 응원봉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태극기를 들거나, ‘윤석열을 파면하라’, ‘친일세력 청산하자’ 같은 메시지를 담은 손깃발을 들고 행진을 이어갔다.
행진 시작 후 약 1시간 만에 시민들은 약 2.1km를 걸어 계산성당 앞에 이르렀다. 이곳에 열린 약식 집회는 ‘역사의 기록자’를 비판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계산성당 바로 옆에는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극우세력’의 대변지가 되었다는 비판을 받는 매일신문사가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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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혁 윤석열퇴진 대구시국회의 집행위원장은 “매일신문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그동안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모습만 보이고 있다”며 “매일신문사 1층에는 이승만 정권의 정치 깡패로부터 습격을 받아 언론 자유를 위해 싸웠다는 기념물이 있다. 참된 언론 역사를 가졌다는 거다. 70년 전에는 그랬을 거다. 지금은 그런가?”라고 힐난했다. 참가자들 역시 “아니요”, “웃기지 마라”고 화답했다.
장 위원장은 “매일신문 기자들, 매일매일 고통 받고 있다. 왜 탄핵 찬성 집회를 취재하느냐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매일신문 기자들 그런 매일신문사에 있지만, 사회적 약자와 사회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기자도 많다”며 “하지만 그런 기자들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오로지 정치적, 경제적 이익에 목매단 데스크와 사주에 매일신문 전체가 놀아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다시 1.4km를 걸어 출발지로 되돌아 와 마무리 집회를 갖고 해산했다. 마무리 집회에서도 올해로 50주기를 맞는 4.9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김찬수 야성강창덕추모사업회 공동대표는 “길게 말씀드리기 보다 숫자를 알려드리겠다. 7549”라며 “75년 4월 9일에 인혁당 사건이 있었다. 8명의 의로운 대구, 영남 인사들이 박정희 유신정권에 의해 사법 살해되고, 고문조작됐다. 50년이 됐다. 비록 32년 만에 사법적으론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아직도 간첩으로 용공세력으로 오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무도한 홍준표 시장에 의해 그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를 살해한 박정희의 망령이 동대구역에 우뚝 서 있다. 2545를 외쳐주시라. 25년 4월 5일에 우리는 동대구역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하고자 한다. 50년 만에 인혁당 희생자들이 부활하여, 그날 우리 시민들과 함께 박정희의 망령을 날려버릴 것이다. 홍준표의 패악질을 끝낼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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