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평리에서 강남역까지’ 3차 집담회, 평등 운동사회 위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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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저녁 대구 달서구 민주노총 대구본부에서는 3차 <삼평리에서 강남역까지> 연속집담회가 열렸다. 3차 집담회는 ‘평등한 운동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천선언 만들기’를 주제로 진행됐다.

앞서 진행된 1, 2차 연속집담회는 청도 삼평리 송전탑 저지 투쟁 과정에서 있었던 성폭력, 위계폭력 등에 대한 사례 공유(1차)와 일상적인 진보 운동 사회에서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성폭력, 위계폭력 등에 대한 사례 공유(2차)가 중심이 됐다.

▲3일 민주노총 대구본부에서 3차 연속집담회가 열렸다.
▲3일 민주노총 대구본부에서 3차 <삼평리에서 강남역까지> 연속집담회가 열렸다.

3차 집담회는 공유한 폭력 사례를 바탕으로 실천선언을 만들어서 진보 운동 사회 전반에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집담회는 성폭력, 나이-위계, 의사결정, 소수자-감수성 등 4개 파트로 나눠 참석자들끼리 조별 토론을 나눈 후 그 결과를 토대로 실천선언을 만들어나갔다.

성폭력 토론조는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 사람들이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투쟁 현장에 일종에 ‘불편함’을 설치해서 매일 회람하도록 하자. 대책위 또는 투쟁위 등에 이를 관리할 성평등 ‘주체(담당자)’를 선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투쟁현장의 성평등 내규를 만들도록 하고, 이를 토대로 활동가나 주민이 성평등 필수교육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며 “현수막 등으로 현장에서도 가시적으로 확인할 방법도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성평등 로고송을 만드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중간중간에 성차별, 반말 등을 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으키는 로고송을 만들어 부를 수 있도록 하자”고 덧붙였다.

나이-위계 토론조는 ▲나이를 이유로 권력구조를 만들지 말 것 ▲나이-위계 문제에 ‘나는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기 등 두 가지 큰 실천선언을 제안했다.

이들은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양식으로 ▲반말하지 않기 ▲상대방이 원하는 호칭으로 부르기 ▲함부로 조언, 칭찬하지 않기 ▲뒷정리 등 함께 하기 ▲커피, 물, 수저, 술은 셀프 ▲나를 경계하기 ▲방관하지 않고 개입자가 되기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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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 토론조는 ▲구성원 전원이 참여하는 정기적인 일상생활평가 ▲전체평가회의에서 평등지수 매기기 ▲문제가 생기면 매뉴얼에 따라 처리 하는 방법 등을 통해 평등한 공동체 운동 및 활동을 위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같은 사안이 공론의 장으로 들어와서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 이 모임에 중년 남성이 없다. 그런 분들도 같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논의과정에 함께 해야 결과물을 공유하고 실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소수자-감수성 토론조는 “흡연을 하지 않는 사람은 집회 현장에서 누군가 흡연을 하기 시작해서 너나없이 흡연을 하면 비흡연자는 소수자가 되어버린다”며 “집회나 농성을 시작할 때 흡연 장소를 지정해 사회자가 공지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또 “성명서를 내거나, 집회에서 발언할 때 다양한 삶에 방식을 고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여성활동가가 많은 집회에서 사회자가 ‘그렇다면 오늘은 예쁜 분부터 이야기 해볼까요’ 같은 시답잖은 말을 못 하게 하거나, 청소년을 소비하는 방식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최저임금 1만 원 본부의 기자회견도 보면 4인, 3인 가정을 정상적인 가정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자신의 성 정체성이나 삶의 조건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가정을 구성하는 것에 대해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숙박이나 장기 일정이 포함된 경우에는 기본적인 인권수칙을 만들어서 교육해야 한다”며 “인권수칙을 위반하거나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했을 때, 대책위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담당자를 두고, 신고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토론을 통해 마련된 실천선언을 토대로 실천선언문을 만들고 이를 대구 각 사회단체에 공유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애초 24일로 예정했던 ‘평등한 집회/농성을 위한 실천선언 선포식’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연기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