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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매주 토요일 대구 동성로 CGV 한일극장 앞에선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가 열리고 있다. 8일 오후 5시 열린 18차 시국대회에는 영하 10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50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장애인·이주민·노동자 등 다양한 가치가 광장의 무대 위에 올랐다.
이날도 시민들은 직접 만든 피켓, 깃발, 대자보, 응원봉 등으로 무장하고 나왔다. 집회는 5시 시국뉴스, 당플(당신의 플레이리스트), 자유발언과 공연으로 꾸려졌고 공평네거리, 봉산육거리, 반월당네거리, 중앙로역까지 약 2.4km 거리를 행진한 뒤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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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시국뉴스 정세 브리핑을 맡은 김무강 민주노총 대구본부 정책기획국장은 “지난 4일 윤석열은 헌법재판소에서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쿠데타가 실패했다고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게 되냐”며 “시민들이 언제까지 실패한 범죄는 범죄가 아니라는 식의 구차한 선동을 듣고 있어야 하나. 헌법재판소는 좌고우면 말고 윤석열에 대한 파면을 선고해 달라”고 지적했다.
김옥순 이주와 가치 활동가는 “시국대회에 우리사회 소수자도 발언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아 용기 내 나왔다. 한국 정부는 세계에서 10번째 경제대국이란 말이 무색하게 수많은 이주민을 국가의 필요와 이익을 위해 단기간 사용하고 내버리는 소모품 취급한다. 박해를 피해서 온 난민들도 가짜 난민이란 의심 속에서 끊임없이 증명을 요구받는다”며 “단속, 구금, 추방으로 이어지는 법과 제도는 이주민의 삶을 옭아매고 죽거나 사라지게 한다. 이주노동자를 노동력만으로 규정하지 말고 그들의 인권, 생명, 인격을 아껴주길 정부에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동구 불로동 주민인 천용길 씨는 “내가 아는 보수는 공동체를 지키고 법을 지킨다. 윤석열의 친위쿠데타는 과거로, 독재정권으로 회귀하겠다는 반동이었다. 해방 이후 민주공화국을 지키는 게 보수였고, 민주화 이후 독재는 안 된다는 게 보수였다. 그래서 보수적인 대구 시민들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왕조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천 씨는 “나는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에는 대통령 탄핵하자는 주장에도 반대했다. 권한을 위임받은 자가 일순간 격노해서 일으킨 친위쿠데타로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는데 제도에 따라 심판하자는 게 진보인가. 그걸 따르는 게 보수”라며 “보수를 참칭하며 공동체를 망가뜨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대구를 욕되게 하는 반동 정치를 따끔하게 혼내서, 보수를 보수하는 데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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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마지막 순서 자유발언자로 나선 조연서 마트노동자는 “대통령, 대학교수, 의사, 변호사, 회사원, 마트노동자 모두 노동자다. 세상에는 월급 받는 사람이 주는 사람보다 많다”며 “대형마트에서 10년 일하면서 두 아이 키우고 남편 어깨 짐도 덜어줄 수 있었다. 일요일엔 온 가족이 모여 놀러 가고 친척 집도 방문했다. 그런 행복이 윤석열 정권 들어 깨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먼저 손을 들고 마트 일요휴무를 없애겠다고 했다”며 분노했다.
이어 조 씨는 ”마트노동자들은 제발 한 달에 두 번 있는 일요일 휴무를 지켜달라 했지만 윤석열과 홍준표는 우리 외침을 외면하고 밀어붙였다. 지금은 대구 시내 모든 대형마트 휴무일이 월요일로 변경됐다”며 “일하다 죽는 사람이 없도록, 노동자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자. 함께 해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동대구역에선 기독교 단체인 ‘세이브코리아’가 주관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는 경찰 추산 5만 2,000 명이 참석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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