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조기대선 꿈틀대자, 경제부시장은 대놓고 “준비된 대통령”

정장수 부시장, 반복적으로 ‘홍준표 대통령’ 강조 게시글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선거관여금지 위반 의혹

11:38
Voiced by Amazon Polly

홍준표 대구시장이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누구보다 빠르게 조기 대선을 언급하고 준비하자, 그의 측근도 덩달아 대통령 선거에 열성이다. 문제는 홍 시장 측근 다수가 대구시 공무원이거나 산하 지방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있어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 29일 설날 당일 오전 홍 시장의 최측근인 정장수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홍 시장 지지에 나섰다. 정 부시장은 이미지를 게시물로 올렸는데, 해당 이미지는 홍 시장이 밝게 웃고 있고 그 옆으로 ‘준비된 대통령, 검증된 대통령’이란 표제가 적혔다. 오른쪽 상단에는 국민의힘 당 로고도 새겨져 있다.

▲지난 29일 오전 정장수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SNS를 통해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홍 시장 지지에 나섰다.

정 부시장은 이미지를 게시한 후 해당 게시글 아래에 댓글로 “설날 아침에 죄송, 커버사진을 바꾸면 알람이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래도 짜증 안 내고 응원 주셔서 고맙습니다”고 썼다. 그의 말처럼 여러 사람이 해당 게시글 아래 댓글로 응원을 남겼다.

이재화 대구시의회 부의장(서구2), 하중환 운영위원장(달성군1) 등이 “응원하겠다”고 했고, 대구시 국장, 과장급 공무원도 댓글로 응원의 뜻을 남겼다. 댓글을 쓰진 않았지만,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의 뜻을 표하는 대구시 산하 공공기관 직원도 확인됐다.

우려하는 반응도 없진 않았다. 최동원 경남도의원은 “지금은 조기대선 이야기하는 것은 올바른 생각이 아니”라며 “대통령과 국민들이 뜻을 함께해서 미래세대를 위해 불의에 맞서 싸우고 있는데 등 뒤에서 이런 얘기 자체가 분노케 한다”고 지적했고, 정 부시장은 “맞다. 그러나 누군가는 만일의 경우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뜻은 충분히 알고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응원이든 우려든 이재화, 하중환, 최동원 등 선출직 광역의원들은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정 부시장을 비롯한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들이 특정한 후보를 지지하는 게시글을 SNS에 올리거나 댓글을 쓰고, 해당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는 모두 공직선거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내놓은 ‘공무원의 선거관여행위 금지 안내’ 자료집에 따르면 특정 정당,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이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선거관련 게시물을 직접 게시하거나 예비후보자 홍보물, 선거공보 등 선거운동용 홍보물을 스캔하여 인터넷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이용해 전송 또는 전달하는 경우 등 SNS를 통한 선거관여활동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직선거법이 아니어도 지방공무원법상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할 수 없고, 정당법상으로도 정당 가입 대상이 될 수 없지만 정 부시장은 버젓이 당 로고까지 새겨진 게시물을 올려 공직자로서의 직업윤리 측면에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정 부시장은 이미 반복적으로 조기 대선을 예상한 상태에서 홍 시장의 지지를 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지난 27일엔 2011년, 2017년, 2018년 외교 및 북핵 관련 활동이나 발언을 소개하면서 ‘#홍준표가_옳았다’고 썼고, 지난달 24일엔 지역 일간지 사진을 공유하면서 “#홍준표 여권 구원투수, #맞춤형 대선후보 기대감, #대권잠룡 담대한 포부, 진영대결 깨고 #그레이트코리아, #선진대국시대, 절실함이 곧 기대감”이라고 썼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시장부터 고위공직자가 벌써 대권 야욕에 심취한 행태”라며 “이런 식으로 대구 시정을 대권 욕망에 희생시키는 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이 자체로도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처장은 “연말연시에 대구 시정의 발전을 고민하고, 시민 삶을 살피는 각오나 다짐을 밝히는 글을 밝히는 것이 정도”라며 “시정에 관심 없는 이들은 하루라도 빨리 시에서 나가야 한다. 대선 준비하고 싶으면 빨리 사퇴해서 나가서 해라. 이런 사람들이 계속 시에 남아 있으면 시정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구선거관리위원회는 관련한 문의에 게시물을 올린 이의 신분이나 게시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