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시장, 홍준표 양다리에 낀 대구시···최대 16개월 대행 체제?

정장수 경제부시장 거취 따라, 홍준표 떠나도 그림자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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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대구시장을 두고 양다리를 걸치려는 홍준표 시장 덕분에 경우에 따라 대구시는 향후 1년 4개월 동안 시장 대행 체제로 운영될 수도 있다. 홍 시장은 이미 지난 2017년 경남도지사 재직 중 탄핵 대선에 나서면서, 보궐선거를 무산시킨 전력이 있다. 그 탓에 경남도는 이후 1년 3개월 동안 도지사 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대구는 홍 시장의 최측근인 정장수 경제부시장 거취에 따라 경남보다 더 나쁜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

지난 16일 홍 시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한 미국 방문을 앞두고 동인동 대구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궐선거 무산 가능성을 내비쳤다. 자신이 스스로 만든 정무직, 출자·출연기관 임원 임기 조례 개정을 취소하기로 했다면서 밝힌 설명에서다. [관련기사=중도 사퇴 때도 자동종료라더니, 홍준표 ‘알박기 방지 조례’ 개정 추진(‘24.12.31)]

홍 시장은 “산하기관 임기 일치 조례를 개정하려고 했는데 개정을 안 해도 현행 조례로도 임기 보장이 된다. 법률을 검토해 보니까, 그래서 임기 일치 조례를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며 “선거법이 개정된 걸 간과했다. 2월 28일 이후로 대구시장직을 사퇴하면 산하기관은 임기 보장이 된다”고 설명했다.

공직선거법상 지방자치단체장의 보궐선거는 실시 사유가 확정되는 시기가 2월이냐 아니냐를 두고 선거 시기가 4월과 10월로 구분된다. 2월까지 실시 사유가 확정되면 4월에 보궐선거가 치러지지만, 3월에서 8월 사이에 실사 사유가 확정되면 10월에 치러지게 되는거다. 문제는 올해 10월이 되면 보궐 단체장의 임기가 1년 미만이 되어서 보궐선거를 실시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즉, 홍 시장이 조기 대선을 이유로 2월 28일 이후 사퇴를 하면, 내년 지방선거까지 새 시장을 선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자신이 임명한 기관장들이 임기를 지킬 수 있게 된다는 논리다.

▲지난 11일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서 한 시민이 홍준표 시장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3월 이후에 결론 나서 ‘피치 못 하게’ 3월 이후 사직하더라도 시정 공백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할 수 있는데, 2월에 탄핵 심판 결론이 났는데도 3월 이후로 사직 시기를 늦춘다면 ‘탄핵 대선 시즌2’에 ‘도정 공백 경상남도 시즌2’가 ‘시정 공백 대구’로 재현될 수 있다.

지난 2017년 홍 시장은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무산시키려고 공직자 후보 사퇴 시한 3분을 남기고 사직서를 제출해 논란을 낳았다. 당시 5월 9일로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선거일 3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공무원 사직 규정과 30일 전에 보궐 사유가 확정되어야 한다는 보궐선거 실시 규정을 교묘하게 이용한 꼼수 사퇴였다.

홍 시장은 그해 4월 9일 밤 11시 57분께 전자로 사임통지서를 의회로 보내, 본인의 사직은 30일 전에 이뤄지게 하면서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사직 통보가 이뤄지는 시점은 하루 늦춰 보궐선거를 무산시켰다.

만약 홍 시장이 이번에도 유사한 수법으로 보궐선거를 무산시킬 경우 대구시는 최대 16개월 동안 시장 없이 행정부시장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경남이 대행 체제로 운영된 15개월보다도 긴 시간이다.

경남보다 더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될 가능성은 한 가지 더 있다. 본인 스스로 “일을 하면서 아는 모든 것은 1부터 100까지 홍준표 시장에게 배운 것”이라고 밝힌 정장수 경제부시장의 존재다.

정 부시장은 2012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때부터 홍 시장을 측근에서 보좌하고 있다. 그가 이번에도 홍 시장의 대선을 돕기 위해 부시장직을 그만둔다면 우려될 것이 없지만, 그대로 남는다면 홍 시장의 그림자가 그대로 대구시정에 남아 아른거리게 된다. 대통령이 되겠다며 시정을 버린 시장의 최측근이 시정에 개입하는 나쁜 선례가 남기는 셈이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