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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조국 근대화 정신을 강조하며 건립을 선언한 동대구역 광장 박정희 동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업화 정신을 드러내겠다고 설명한 박정희 동상은 밀짚 모자를 쓰고 볏단을 든 모습으로 표현됐다. 홍 시장은 조국 근대화 정신을 강조했지만, 이날 현장은 갈등으로 쪼개진 대한민국의 현실만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제막식장 입구를 중심으로 경찰이 몸으로 만든 구분선 좌우로 동상 반대 단체와 찬성 단체가 목소리 높였다.
23일 오후 2시, 대구시는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동상 제막식을 개최했다. 홍준표 시장과 강은희 교육감,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 8월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 때 참석한 강대식 국회의원(국민의힘, 대구 동구·군위군을)이나 윤석준 동구청장은 불참했다.
제막식을 앞두고 오전부터 동대구역 광장은 소란스러웠다. 오전 11시,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이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고, 반대로 찬성 단체 관계자들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집회에 나섰다. 낮 12시 30분경부터는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가 집회를 열고 홍 시장 규탄에 나섰다. 이들은 제막식이 시작되는 2시까지 현장을 지켰고, 홍 시장이 등장하자 사퇴를 촉구하며 제막식장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홍 시장은 자신을 향한 사퇴 촉구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경북도청 천년의숲에서 동상을 건립할 땐 저렇게 시끄럽지 않았다. 조용했다. 그런데 대구시에서 한다니까 저렇게 시끄럽다”고 인사말을 밝혔다.
그는 “우리 대구에는 3대 정신이 있다고 제가 쭉 이야기해 왔다. 첫째가 구한말에 국채 보상 운동을 한 구국운동 정신이다. 두 번째가 독재 정권에 항거하던 2.28 자유정신이다. 세 번째가 5,000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준 조국 근대화를 첫 출발했던 그 정신이 산업화 정신”이라며 “대구에 2.28공원, 2.28탑도 있고, 국채보상운동 공원도 있는데 유일하게 없는 것이 산업화 정신 상징물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정부가 좀 힘이 빠지고 그러니까 야당들의 세상이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또 그렇지 않다”며 “내년 초 되면 정산이 끝나서 (광장) 소유권이 우리 쪽으로 넘어온다. 넘어오기 전에 관리권을 다 우리가 갖고 있다. 그런데 그걸 시비를 걸어서 불법이니 하는데 천만하다”고 대구시의 동상 설치가 불법이라는 주장도 반박했다.
홍 시장은 “요즘 시국이 어수선하다 보니까 저 사람들이 또 기승을 부리는 것”이라며 “신경 쓸 거 없다. 우리가 할 일은 우리가 해 나가야 된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공과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다 있다. 공에 대한 평가는 적어도 대구시만은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시는 지난 3월 홍 시장이 SNS를 통해 박정희 동상 건립 입장을 밝힌 후 일사천리로 동상 건립을 추진해 왔다. 애초 올해 본예산엔 반영되어 있지 않던 사업 예산도 4월 추경을 통해 14억여 원 마련했고, 5월에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지방재정365를 통해 보면, 대구시는 지난 9월 27일 2억 4,000만 원을 동상 제작 및 설치 용역 비용으로 지출했고, 지난 12일엔 4,470만 원을 동대구역 광장 공공시설물 정비공사 준공금으로 썼다. 11월에는 대구대표도서관에 세울 동상 건립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6억 6,500만 원이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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