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대권 놀음 ‘박정희 동상 알박기’, 지역사회 갈등 더 촉진할 듯

23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동상 반대 기자회견
찬성 단체는 태극기 들고, 택시기사들까지 욕설
박정희우상화반대운동본부, “정치·사회적으로 수많은 갈등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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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알박기식으로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 설치와 제막식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지역사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은 제막식이 예정된 23일 오전 잇따라 대구시청과 동대구역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고, 시민단체는 12시 30분부터 제막식장 인근에서 반대 집회도 예정하고 있다.

23일 오후 2시부터 홍준표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시는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동상 설치 제막식을 개최한다. 대구시는 광장의 소유권을 가진 국가철도공단이 수차례 공문을 통해 동상 설치 협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여기에 응하지 않고 지난 21일 동상 설치를 마무리한 상태다.

▲지난 21일 대구시는 박정희 동상을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하고 흰천으로 가려뒀다.

지난 13일 국가철도공단은 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을 제기해서, 대구시가 법원 결정이 나오기 전에 알박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국가철도공단은 광장의 소유권이 공단에 있음을 명확히 밝히면서, 관리권을 가진 대구시가 동상 등의 시설물을 설치하려면 관련법에 따라 공단과 협의 및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시장은 시종일관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22일 오후에도 홍 시장은 SNS를 통해 “동대구역 광장은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2017년부터 대구시가 관리권을 이양받아 그간 115억 원의 시비를 들여 광장을 조성하고 최근 이를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했고, 내년 초 정산 절차를 거쳐 소유권도 이전받기로 했기 때문에 좌파 세력의 시비는 단지 트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안동 경북도청 천년의숲에는 최근 8미터 짜리 거대한 박정희 동상 제막식도 있었는데 거기엔 아무런 시비를 걸지 못하고 있다가 유독 대구시가 추진하는 박정희 동상 제막식에는 온갖 트집을 잡아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고도 주장했다.

천년의숲 동상은 시민 모금으로, 동대구역 동상은 시민 세금으로 추진됐다는 재정적 배경, 설치되는 위치의 소유권을 가진 기관이 동의 여부 등 기본적인 사실 관계에 차이가 많지만 이를 무시하는 태도다. 홍 시장 주장대로 소유권이 대구시로 이전 된다면 이전 이후 설치해도 되는 문제일테지만, 국가철도공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이유도 설명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이 박정희 동상 제막식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시를 규탄했다.

그럼에도 이날 제막식을 끝으로 동대구역 광장에는 박정희 동상이 설치된다. 그로 인해 지역사회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동상의 법적 정당성을 두고 법정 다툼이 이어질 예정이고, 동대구역 광장에선 동상에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이 반복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23일 오전에만 해도 동대구역 광장에서 전에 없던 긴장 상태가 유발됐다. 오전 11시부터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동대구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의 박정희 동상 설치는 불법적인 일이라며 규탄에 나섰다.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대구시는 협의 없이 불법 건축물 설치를 위한 기반 공사를 진행했다. 철도공단은 12월 13일 대구지법에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처분 결과가 난 후에 설치해야 함에도 지난 21일 알박기하듯 사전 서치까지 진행하는 것은 분명하게 불법행위”이라고 짚었다.

기자회견을 하는 이들 뒤로는 태극기를 든 일군의 사람들이 확성기를 든 채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했고, 동대구역을 나오는 손님을 모객하려 대기하던 택시 기사들까지 나서 민주당 관계자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택시 기사들이 과격한 언사로 기자회견을 하는 이들에게 욕설하는 일은 잘 없던 일이어서 향후 지역사회에 일게 될 갈등을 더 뚜렷하게 드러냈다.

▲택시 기사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을 향해 욕설을 하고 있다.

한편 같은날 오전 10시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는 산격동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시장을 규탄했다. 이들은 “‘내란범죄’비호하는 홍준표 시장, ‘내란원조’ 불러내는 박정희 동상 걷어치우라”며 “정치·사회적으로도 수많은 갈등이 유발될 것이 뻔하다. 그럼에도 홍 시장은 대구의 미래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동상 설치를 강행하였으니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한 대권놀음으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고 힐난했다.

같은날 오전 7시 37분께 오전 홍 시장은 SNS를 통해 “어차피 대구시장은 4년만 하고 졸업하겠다는 생각으로 대구혁신 100플러스 1을 압축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는데 그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조금해진다”며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