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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무도한 자에게 권력을 내어주었을 때 국가시스템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처절한 경험을 하며, 대한민국은 다시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21세기의 민주주의는 형형색색, 각양각색의 응원봉처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뉴스민>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서 응원봉을 든 그들, ‘민주주의자’들을 만나고, 기록한다.
“집회 참가자 70~80% 정도가 여성인 거 같아요. (2030남성들의 집회 참여율이 낮은 이유가) 전세계적으로 젊은 남성들이 우경화되는 부분도 있고, 특히 우리나라에선 커뮤니티 영향이 커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그걸 제외하고 봐도 투표율을 보면 젊은 남성들의 사회적 관심도가 대체로 떨어지는 것 같고요.”
’20대 남성’ 엄해웅(29) 씨는 윤석열 탄핵집회에서 2030 남성들의 참석율이 비교적 낮은 이유를 이렇게 생각했다. 엄 씨는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둔 날, 일찌감치 집회에 나와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설치한 인근 부스에서 집회 때 사용할 손피켓을 만들고 있었다. 다음날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서 다시 만난 엄 씨는 들뜬 표정으로 윤석열 탄핵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 씨는 지난 10일 간 5번 정도 시국대회에 참여했다.
자신이 사회 문제에 관심도가 또래남성들에 비해 높은 이유는 ‘우연적’이라고 했다. 엄 씨는 “하나로 딱 설명하기는 어렵다. 저는 이전에 검찰개혁 집회에도 나갔었고, 그 전에도 책을 통해 제 관점을 만든 것도 있다”면서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이 당선돼 너무 화가 나서 처음으로 정당 가입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주변 친구들만 봐도 (이렇게 집회에 나오고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두고) 저한테 극성이라고 한다”며 “대구에서 뭔가 정치적 표현을 한다는 게 부담되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이기적 이타심’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수험생’이라고 밝힌 엄 씨는 “(윤석열) 탄핵이 되고 나서 더 공부를 많이 하면 된다”면서 “집회에 나오는 게 당연한 거라 생각했다. (대통령이) 위헌적 행위를 하고서도 아무일 없이 넘어가려고 하는데, 이렇게 집회에 나오는 것이 중대한 문제라 생각해서 안 나올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도 윤석열 당선이 여러가지로 문제가 많다고 느꼈다. 무속 관련한 문제도 계속 나왔고, 검찰출신으로 검찰과 긴밀하게 연결된 것도 심각하게 느꼈다”면서 “그런데 비상계엄까지 선포할 줄은 몰랐다. 이런 일까지 생길 줄은 진짜 예상을 못했다”고 언급했다.
엄 씨는 공부하던 중 비상계엄 소식을 접했다. 엄 씨는 “유튜브에 들어가서 담화문을 확인하고, 내가 가만히 있어도 되나 싶었다”면서 “만약 여당(국민의힘)이 다수당이거나, 민주당이 빠르게 대처를 하지 않았다면 (윤석열의 계획이) 성공했을 거라 생각한다. 국회에 달려간 시민들을 보면서 높은 시민의식도 느껴졌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엄 씨는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투표 결과에 실망도 많았는데, 그렇지만 거리에 이렇게 나온 시민들도 있기에 희망이 있는 것 같다”면서 “역사는 반복된다. 자국민을 상대로 군대를 동원한 광주민주화, 동학농민운동 생각이 많이 났다. 거기에 시민이 있었고, 지금 여의도와 이곳에도 시민이 있다”고 강조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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