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의날, 김민수엔 응원 편지·‘인간사냥’ 단체 대표 처벌 촉구

2024년 대구경북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대회

17:42
Voiced by Amazon Polly

올해 이주민들의 입에 자주 오른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도우려다 사고를 일으켜 수감된 통근버스 기사이고, 다른 한 명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불법적인 체포 활동을 하는 극우단체의 대표다. 오는 18일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앞두고 모인 대구와 경북 이주민들도 이 두 사람을 각기 다르게 기억했다. 이들은 통근버스 기사에겐 감사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고, 현재 공동 체포, 공동 폭행 등 혐의로 재판 받는 극우단체 대표에 대해서는 강한 처벌을 촉구했다.

▲15일 오후 3시 대구와 경북의 이주노동자들이 대구 중구 YMCA청소년회관에서 세계이주노동자의날 집회가 열렸다.

15일 오후 3시 대구와 경북의 이주노동자들이 대구 중구 YMCA청소년회관에서 세계이주노동자의날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다양한 국적의 이주노동자·유학생 등 이주민 150여 명이 참석했다.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남소희 씨는 통근버스 기사 김민수 씨에 대해 감사 인사를 표했다. 김 씨는 대구 한 공단에서 출입국 단속을 피하려다 사고를 내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노동자다. [관련 기사=접견 시간은 10분, 동료시민이 이야기를 시작했다(‘24.2.28.)]

남 씨는 “15년 전에 한국에 왔다. 차별도 부당한 일도 많이 당했다. 그동안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을 많이 만나지 못했다. 외국인이라 타향에 살며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속상하고 억울해도 참았다. 그런데 부장님(김민수) 이야기를 듣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남 씨는 “자기가 피해를 당할 걸 알면서도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은 잘 없다. 나조차 그럴 수 없을 텐데, 지금도 그 장면을 상상하면 마음이 뭉클해진다”며 “김 부장 이야기를 연극으로도 만들었다. 연극을 연습하는 동안 아이가 지켜보더니 뭐 한 거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이야기를 해줬더니 아이가 자기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 용기는 이주노동자에게도 전달됐다. 우리도 부당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공동베트남대구경북모임 대표는 극우단체 대표에 대한 강한 처벌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성서경찰서 앞에서 구속을 요구하는 집회도 열었다. 그 집회에는 추방될 수도 있지만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참석했다. 무슨 권한으로 사람을 마음대로 체포하고 폭행하느냐”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이주민 불법체포·협박 박진재 자국민보호연대 대표 검찰 송치(‘24.5.31)]

이 대표는 “번호판 없는 오토바이를 타는 이주민을 붙잡고 욕설하고 몸싸움을 벌이고 경찰에 신고한다. 그런 식으로 추방당하고 폭행당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사람을 어떻게 그런 식으로 잔인하게 대할 수 있나.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사람을 체포하고 폭행할 권리는 없다”며 “최근 1심 재판이 있었는데, 조만간 판결이 나온다.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징역형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주민과 정주민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근 버스 기사 김민수 씨에게 감사 편지를 쓰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출입국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도중 유산한 태국인 이주노동자가 일한 곳과 인근한 공자에서 일한 이주노동자도 발언에 나섰다.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이랑가 씨는 유산 사건이 있었던 당시 단속을 피해 도망가다 다리를 다쳤다. [관련 기사=단속 중 유산·자경단 횡행···이주민 차별·착취 넘어서려면?(‘24.8.23.)]

이랑가 씨는 “출입국 단속을 피해 도망가다 다리를 다친 뒤 일을 하지 못하고 있고, 지금은 혼자 집에 있다. 수술했지만 걸어 다니기 힘들다. 신경을 다쳐서 1년 동안 치료해야 한다. 내가 다친 날, 옆 공장에도 단속이 됐는데 태국 여성은 유산됐다고 한다. 한국에는 단속되고 다치고 죽는 이주노동자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아리셀에서 23명의 노동자가 화재로 사망했다. 그중 대부분이 이주노동자다. 그날 나는 울산에 있는 병원에서 수술받고 누워 있었다. 출입국이나 경찰이 잡아갈까 봐 겁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스리랑카로 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다. 가족 중에 나 하나만 일하고, 그 돈으로 모두 생활해야 한다. 아마 아리셀에서 죽은 이주노동자도 다 그런 사람들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윤석열 탄핵 집회를 성사시킨 경험을 설명하며, 집회가 열리는 광장에 이주노동자가 참석하기 어려운 현실도 바꿔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있어 이걸 겪은 이주노동자도 있다. 그런데 이분들이 한국에 와서도 쿠데타를 겪었다. 어제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통령을 직무정지 시켰다. 다양한 사람들이, 특히 차별받는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이룬 결과”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주노동자도 마찬가지로 차별 받는다.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광장에 동지들이 오고 싶어도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오지 못했을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다음 정권이 이주노동자 권리를 당연히 지켜주지는 않을 거다. 이주노동자도 차별받지 않도록 꾸준히 투쟁할 것이다. 함께 광장에서 같은 노동자로서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