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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외치는 순간, 대구에서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14일 오후 5시 대구 중구 윤석열 퇴진 대구시국대회에 참여한 인파는 공평네거리에서 중앙네거리 왕복 6차선을 시민 4만 5,000여 명(주최측 추산)이 가득 메웠다.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함께 나온 친구와 얼싸 안았고, 탄핵의 기쁨을 나눴다. 대구시민들은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거리에 나왔다면서 ‘TK콘크리트’가 달라지길 기대했다. 달라진 시국대회 문화에 대해서도 박수를 보내며 적극적인 정치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대식(동구·군위군을) 의원 지역구에 사는 허진경(32) 씨는 함께 나온 룸메이트와 함께 기쁨을 나눴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허 씨는 “마음이 놓인다. 헌법재판소 판결이 남아있으니까 마음을 완전히 놓기는 어렵지만 일단 오늘은 마음껏 기뻐하려고 한다”며 “가결을 기대하고 나왔다”고 밝게 웃었다.
허 씨는 대통령이 탄핵되어야 하는 이유로 “늦은 밤 계엄부터 시작해서 잘못한 것들이 너무 많다. 지금 다 이야기 하기 힘들 정도”라며 “서민에게 필요한 예산을 많이 삭감하고, 반대로 서민에게 불필요한 예산은 막 쓰지 않았나. 2030세대의 성별 갈등 조장한 것도 윤석열의 대표적인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허 씨는 “이제 시작인 것 같다. 앞으로 잘못된 예산 문제를 바로 잡고, 윤석열의 내란죄도 처벌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 특검도 필요하고, 앞으로 대선도 잘 치러야 한다”며 “지금처럼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구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한정석(가명, 47) 씨는 아내, 두 딸과 함께 시국대회에 나왔다. 한 씨는 “이제 시작이다. (탄핵이) 이제 첫번째 산을 넘은 것이고, (윤석열이) 내란죄에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딸들이 먼저 가겠다고 하더라. 학교에서 민주주의 교육을 잘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딸의 짐꾼으로 시국대회에 왔다는 한 씨는 과거 대학시절에 많은 시국대회에 참여했고, 박근혜 퇴진 시국대회에도 참석했다. 그는 “지금 젊은 세대는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채상병 사건으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힘듦으로 (이자리에) 나오게 것이라 생각한다”며 “과거에는 시국대회 자체가 과격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주변을 둘러봤다.
한 씨는 젊은 세대가 많이 나와 응원봉을 흔드는 달라진 시국대회 분위기에 희망을 느꼈다. 그는 “이번 윤석열 탄핵으로도 TK는 쉽게 바뀌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전혀 바뀌지 않는 콘크리트를 상쇄할, 변화하는 젊은 세대가 바로 희망”이라고 말했다.
한 씨에게 지역구 의원의 행보에 대해 지켜보셨냐고 하니, “당연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신은 이인선(수성구을) 의원의 지역구에 산다면서, “오늘 북구의 우재준 의원은 대구시민이 탄핵에 반대한다는 궤변도 내놓았다. 그렇게 시민 의견을 선택적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분노했다.
김기웅(중·남구) 의원 지역구에 사는 임미영(47), 김정윤(55) 씨도 고등학생 딸의 제안으로 함께 시국대회에 나와 탄핵의 기쁨을 만끽했다. 임 씨는 “내가 이 역사적인 순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국민의 한사람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가려는 상황이다. 그 자리에 대통령이 있어서 나라 휘청거리면서 불안 요소가 있다. 우리나라가 안정적으로 다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자기 지역구 의원의 행보도 지켜봤지만,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고 했다. 딸이 들고나온 ‘아미봉’을 보면서 임 씨는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모습에 이렇게 질서있게, 즐기면서 저도 시국대회 현장을 보면서 배우는 것 같다”며 “이렇게 즐기면서 하는 게 더 채찍질 하는 것 같다. 국민의힘 장례식장이나 근조화환을 보내는 것도 참 의미가 있고 잘한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퇴진 시국대회 때도 참여했다는 김 씨는 “국회의원들이 자기 생각을 국민 생각으로 착각한다. 국회의원들의 가장 큰 폐단”이라며 “당의 공천 제도 때문에 투표하려던 국민의힘 의원들을 막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초의원들마저도 국민의힘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한다. (의원)뱃지를 왜 달고 있는지 모르겠다. 국회의원 특권이라던가 정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는 대학생 정지은(22) 씨와 유지원(22) 씨는 “지금은 일단 너무 좋고 기쁘다”며 “헌법재판소에서 국민의 마음을 대변한 결과를 내놓았으면 좋겠다. 꼭 탄핵이 인용돼서 대한민국이 평화롭고 행복한 민주주의의 날들을 보냈으면 한다”고 바랐다.
정 씨는 우재준(북구갑), 유 씨는 김기웅 의원 지역구에 살고있다. ‘예술인도 윤석열 탄핵’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던 정 씨는 “예산도 많이 삭감되고, 예술인들이 정말 예술을 하며 살아가기 힘든 세상을 살고있다”면서 “침묵하는 것이 절대 바른 것이 아니고, 나와서 이야기하고 목소리 낼 수 있는 용기가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씨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가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는 정치를 해야하고, 국민들은 깨어있는 생각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정치인들이 허튼짓을 하지 않게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의과대학 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정해인(26) 씨는 지난 ‘12.3 윤석열 내란 사태’ 당시 포고령을 보고 공포를 느꼈다. 정 씨는 “전공의 처단을 보고 학교를 통해서 (전공의들을) 당장 체포를 할 수도 있는 게 아닌가”라며 “윤석열이 했던 말도 안되는 의료 문제가 정상화되어야 하고, 사회적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탄핵 시국대회에 소중한 응원봉과 함께 깃발을 제작해 거리로 나온 정 씨는 다섯 번 가량 윤석열 퇴진 시국대회에 참여했다. 정 씨는 “윤석열 탄핵이 가결돼 너무 좋다. 드디어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대구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일 줄은 몰랐다. 오늘 모인 4~5만 정도 규모는 대구 인구 2~3%에 해당하지 않나. 대구도 바뀔 수 있겠구나 희망이 느껴져서 가슴이 뭉클하다”고 표현했다.
정 씨는 “다양한 응원봉 색깔 만큼 평화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민주사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또 다시 독재의 위협을 받았지만 이겨낼 수 있다는 자부심도 느꼈다”고 설명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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