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1시 30분께 성주의 맑던 하늘에서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국민의당 대표단의 성주 방문 소식을 듣고 맞이하러 나온 주민들은 놀라 천막으로 뛰어들었다. 머리에 매고 있던 머리띠도, 어깨에 둘렀던 어깨띠도 젖어들었다. 20분가량 쏟아붓던 폭우는 1시 50분께 국민의당 대표단이 성주 군청에 도착할 무렵 잦아들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잦아들자 주민들은 군청 광장으로 나가 대표단 맞이 준비를 했다. 지난달 26일 새누리당 대표단이 방문했을 때, 장례식 퍼포먼스를 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주민들은 푸른 바탕에 나비를 그리고 그 아래 “작은 평화의 날개짓이 세상을⋯”이라는 문구가 담긴 깃발을 손에 들었고, ‘국회 동의 촉구’, ‘국가의 제1 의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 ‘사드배치철회’라고 쓴 피켓으로 민심을 전달했다.
국민의당 대표단 방문은 여러모로 새누리당 대표단 방문과는 달랐다. KTX를 이용해 김천구미역에 도착한 후 성산포대를 방문하고, 군청에 온 일정은 같았다. 당시 새누리당 대표단이 탄 버스는 군청 광장에도 들어오지 못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은 장례식 퍼포먼스를 하며 분노를 표출하는 군민을 피하려고 애를 썼다. 뒷문에서 내려 군청으로 들어가려다 군민들의 항의로 정문으로 방향을 바꿨다. 새누리당 대표단은 화난 군민들에 둘러싸여 50m도 되지 않는 광장을 가로질러 군청사로 진입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써야 했다.
반면 국민의당 대표단이 탄 버스는 수월하게 군청사 앞까지 도달했다. 가장 먼저 버스에서 내린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기다린 건 화난 손가락질이 아니라 군민들이 직접 제작한 푸른 리본이었다. 성주군민들은 버스에서 내리는 국민의당 대표단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푸른 리본을 달아주었다.
오후 2시 20분께부터 약 100분 동안 진행한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성주군민 간담회 분위기도 새누리당 대표단 간담회 분위기와 큰 차이를 드러냈다. 새누리당 간담회 당시 정진석 원내대표의 모두 발언 이후 간헐적으로 들리던 박수소리에도 주민들은 “박수치지 마라”, “박수는 왜 치노”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이날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의 모두 발언에서는 모두 25차례 박수가 쏟아졌다. 박 위원장이 한 마디를 끝낼 때마다 군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고, 박 위원장의 이름도 두 차례 연호할 만큼 지지의 뜻을 보냈다. 간담회를 마친 후 한 성주군의원은 “국민의당 전당대회 하는 것 같았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박지원, “원내에서 사드 철회 노력⋯백악관 서명운동 적극”
정동영, “평화통일, 성주 참외 왜관역에서 싣고 만주까지”
이날 간담회에서 박지원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 국회 비준동의안을 제출하도록 야3당(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국민의당) 공조와 ‘사드배치 철회’ 미국 백악관 청원 온라인 서명운동에도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주 군민 배미영 씨가 사드 철회를 위한 국민의당의 구체적인 계획을 묻자 박지원 위원장은 “야 3당이 함께 정부 비준 동의 촉구 결의안을 낼 것”이라며 “새누리당에서 반대하는 데, 새누리당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우선 내일모레(3일) 야 3당은 원내대표 회담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군민 백재호 씨는 “원내에서만 활동한다는 것인지, 원외 활동도 한다면, 범국민이 함께하는 단체가 생기면 국민의당에서 주체로 나설 수 있느냐”고 물었다.
박 위원장은 “원내 투쟁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을 강력히 설득하고 있다. 국회 특위 구성, 성주 군민 초청 공청회 등을 고민하고 있다. 당장 서명운동부터 시작하겠다”며 원외 투쟁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대신 백악관 서명운동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내보였다.
함께 성주를 찾은 정동영 의원도 “평화 통일이란 성주 참외를 왜관역에서 싣고 압록강을 건너 만주 땅에서도 팔고 시베리아에 파는 날을 만드는 게 국민의당의 평화통일 정책”이라고 말해 큰 환호를 받았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정병윤 경상북도 경제부지사, 김항곤 성주군수,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 이재복, 김안수, 정영길, 백철현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을 포함한 성주군민 3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