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학생들, 윤석열 탄핵 대자보 80장 게시···“떼어지면 붙이길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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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 학생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계명인 목소리 연대’를 결성했다. 50여 명의 재학생으로 구성된 이들은 11일, 12일 양일간 학내에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대자보 11건을 단대마다 합계 80여 장 게시했다.

이들은 온라인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대학은 사회 문제를 인식하고 그 문제를 탐구하는 장으로 기능해야 한다. 민주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며 “현 시국에 대한 학우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타파하고 학생 중심의 가치로 계엄을 규탄하기 위해 모였다”고 결성 의의를 밝혔다.

▲각 단대 게시판에 이틀간 약 80장의 대자보가 부착됐다. (사진=계명인 목소리 연대 제공)

‘계명인 목소리 연대’ 소속 학생들이 쓴 대자보 11건은 학내에서 가장 큰 게시판인 구바우어관 게시판을 비롯해 각 단대 게시판에 부착됐다. 부착된 대자보는 80여 장이다. 이들은 입간판으로 만든 대자보를 학교 동문에 펼쳐 전시하기도 했다.

대자보는 문예창작학부 재학생, 일본어일본학과 김채현, 관현악과 한유정, 사회과학대 재학생, 공과대학 20학번 김민정, 간호학과 주병진 외 1인, 경영대학 21학번, 인문국제학대학 재학생, 사회과학대 학생일동, 사회과학대학 재학생, 공과대학 환경공학과 신성재 학생이 썼다.

문예창작부 재학생은 ‘냉소하는 계명인이여!’라는 제목의 대자보에 “군인들이 학교에, 집에, 민간에 언제 다시 쳐들어올지 전전긍긍해야 하는 지금. 국민이 눈 돌린 사이 대통령이 어떤 말을 할지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지금. 지금 대한민국에 민주주의는 없다. 그날 누굴 뽑았던, 뽑지 않았던 이런 미래를 바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며 “미래와 광장은 촛불이 필요하고, 흘러가는 시대에 어떤 존재로 남을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고 적었다.

일본어학과 김채현 씨는 대자보에 “대구는 변화하고 있다. 부끄럽지만 2017년 촛불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날 부끄러운 고등학생은 목소리를 내는 한 명의 계명인으로 자랐다”며 “그날 살만한 세상을 보전해 준 시민들에게 감사를 느끼며 인문학도로서 대학생으로서 유권자로서 시민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촛불을 들었다. 정치활동, 언론, 출판과 같은 자유를 통제하는 나라에서 인문학은 결코 작동하지 못한다. 동성로에서 당신을 기다리겠다”고 썼다.

공과대학 20학번 김민정 씨도 “나는 겁이 많은 사람이다. 이 글을 쓰는 순간도 많은 것이 불안하고 초조하기만 해서, 이런 일에 나선 스스로가 믿기지 않을 정도”라며 “하지만 옳지 않은 것을 그르다고 말하지 못하고 국민으로서 행동하지 못한다면 그러한 나 자신에게 크게 실망할 것 같았다. 그건 무서운 일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 없이는 하루를 살아도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 여러분도 목소리를 내 달라”고 대자보에 남겼다.

▲학생들은 입간판으로 만든 대자보를 학교 동문에 펼쳐 전시하기도 했다. (사진=계명인 목소리 연대 제공)

‘계명인 목소리 연대’ 운영진으로 참가하고 있는 유소희(사회학과 21학번) 씨는 <뉴스민>에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회학도로서 공허함이 가장 컸다. 세상을 지탱하는 커다란 가치와 의미가 훼손됐는데, 내 주변은 그대로 돌아가는 게 너무나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 의문을 해결하고 싶어 방황 중”이라며 “계명대학교에선 본격적으로 학생들이 묶여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 첫걸음이 대자보. 떼어지면 붙이고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