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학생들도 시국선언···”당당하지 못한 국민의힘, 보수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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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 소재 영남대학교 학생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시국선언에 나섰다. 영남대학교 민주학생 연대(영민연) 및 정치외교학과 주축으로 117명이 연명했다.

▲ 12일 오전 10시 영민연은 영남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을 했다.

12일 오전 10시 영민연은 영남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을 했다. 영민연은 “지난 오후 1시에 시국선언 연명 대자보와 팜플렛을 배부했는데, 거의 하루 동안 100명이 넘는 분들이 모여주셨다.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에도 연명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시국선언문을 정문 인근에 부착했다.

이들은 ‘윤석열 불법 계엄 규탄 및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영남인의 목소리’ 시국선언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영민연은 “우리는 지난 며칠간 민주주의의 위기와 마주했다. 계엄령을 선포해 국민들에게 총구를 겨눈 윤석열, 그런 내란범을 탄핵하지 않고 온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국회의사당을 떠난 국민의힘 의원”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본 만큼, 우리는 희망도 보았다. 소식을 듣자마자 국회로 달려간 사람들, 지금도 거리로 나오고 있는 수백만의 민중,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을 지탱하면서도 연대의 뜻을 보내는 바로 그들이 우리의 희망”고 했다.

이들은 탄핵안 표결에 불참한 지역 국회의원을 향해 “우리 스스로가 보수의 기치를 드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 군홧발로 보수의 기치를 철저히 짓밟고 망가뜨리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냐”며 “정녕 보수라면 당당히 국회에서 영광스러운 한 표를 행사하고, 비록 승산이 보이지 않더라도 신사답게 받아들이라. 당당하지 못한 국민의힘은 보수가 아니”라고 일갈했다.

강지원(철학과 21학번) 씨는 현장 발언을 통해 “23년을 대구에서 나고 자랐고,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저의 말이 무력할지도 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대구의 힘을 믿는다”며 “1960년 2월 28일 정치 독재에 맞서 희생된 수많은 학생들을 기억해낼 차례다. 마냥 침묵할 수 없어서 가녀린 믿은 속에서 저희는 거리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문주 영남대 교수(국어국문과)는 시국선언을 하는 학생들 옆에서 ‘사랑하는 영남대 학생들 미안합니다’라는 손피켓을 들고 함께 했다.

▲ 손피켓을 들고 서 있는 김문주 교수
영남대학교 시국 선언 전문

윤석열 불법 계엄 규탄 및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영남인의 목소리

우리 영남대학교는 보수의 성지라고 불리는 대구•경북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박정희 동상이 세워진 것이 지난 10월입니다. 누군가는 이런 학교에서 시국선언을 하는 것이 우습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은 채로 국민들에게 먼저 소리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시국 선언이란 현재를 진단하는 선언입니다. 우리가 현재를 무엇으로 정의하는지,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여기가 TK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난 며칠간 민주주의의 위기와 마주했습니다. 계엄령을 선포해 국민들에게 총구를 겨눈 윤석열, 그런 내란범을 탄핵하지 않고 온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국회의사당을 떠난 국민의 힘 의원들이 그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시스템은 계엄의 종료라는 의도된 결과를 내놓았지만, 그 결과를 내놓지 못할 뻔했던 아찔한 순간들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시민들이 군인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국회의원들이 모이는 속도가 조금만 어긋났어도 현재의 상황은 달랐을지 모릅니다. 지금도 명백한 쿠데타의 수괴를 탄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며칠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윤석열이 신중히 쓰라고 만든 거부권을 남용하는 모습을 수없이 봐 왔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우호적 언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법적 제재를 쏟아냈고, 언론 탄압 소송에 4억 원이 넘는 비용을 소모했습니다. 삼권 분립과 언론 자유의 위기는 내란 전에도 닥쳐왔던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본 만큼, 우리는 희망도 보았습니다. 소식을 듣자마자 국회로 달려간 사람들, 지금도 거리로 나오고 있는 수백만의 민중,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을 지탱하면서도 연대의 뜻을 보내는 바로 그들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민주주의는 완성된 제도와 절차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이었다면, 우리는 왜 지켜지지 않는 최저시급이 상식인 지역이 되었나요? 우리는 왜 학살자의 동상을 환영해야 하는 지역이 되었나요? 우리는 왜 이 지역이 저 내란범들을 옹호하고 변명해야 하는 지역이 되었나요?

우리 스스로가 보수의 기치를 드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 군홧발로 보수의 기치를 철저히 짓밟고 망가뜨리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정녕 보수라고 한다면 당당히 국회에서 영광스러운 한 표를 행사하고, 비록 승산이 보이지 않더라도 신사답게 받아들이십시오! 당당하게 외칩시다! 당당하지 못한 국민의힘 너희들은 보수가 아니라고! 두려워서 투표도 못 하는 것들이 무슨 보수냐고 말입니다!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변화하고, 변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거리로 나와 탄핵을 외치는 민중은 단일한 집단이 아니라, 각기 다른 의견과 생각과 배경을 가진 나라의 주인들입니다. 민주주의란 이 모든 의견을 포용하는 제도여야 하며, 선출된 사람일지라도 한 사람의 폭정으로 무너지는 것이어선 안 됩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적 삶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노동자,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청소년 등 여러 주체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 첫 단계로, 이 모두가 입을 모아 외치는 요구를 실현하십시오. 윤석열을 탄핵하라!

대표학생

반소희(문인 24) 이건희(정외 18) 조해성(역사 20) 김재협(정외 22) 류효정(정통 21) 이심혁(체육 19)

연명자

강*윤, 강*빈, 강지원, 권*영, 권*서, 권*원, 권*은, 권*우, 권*은, 금*현, 김*민, 김*아, 김*현, 김*현, 김*은, 김*연, 김*선, 김문정, 김*서, 김*주, 김*주, 김*영, 김*호, 김*영, 김*연, 김*우, 김*민, 김유빈, 김*영, 김*우, 김*정, 김주연, 김*민, 김*현, 김*현, 김*은, 김*경, 김현기, 나*원, 노*영, 도*지, 류*림, 문*은, 문*인, 박*혜, 박*연, 박*영, 박*현, 박시현, 박*령, 배*현, 백*은, 서*림, 서*진, 석*정, 설*현, 송*영, 신*민, 안*빈, 안*민, 엄*하, 우*진, 유*진, 이*미, 이*서, 이*지, 이*진, 이*영, 이*현, 이*미, 이*민, 이*림, 이*서, 이*훈, 이*현, 이*연, 이*은, 이*훈, 이*림, 임*희, 임*민, 정*림, 정*연, 정*연, 정*희, 정*담, 조*연, 조*현, 차*경, 최*종, 최*림, 최*빈, 최*원, 최*은, 최*혜, 피*아, 한*빈, 한*지, 허*빈, 허정은, 황*연, 윤*경, 김*연, 최*하

영남대학교 민주학생 연대 ‘영민연’ 주재
2024년 12월 12일

▲ 12일 영남대 정문에 부착된 영남대학생들의 대자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겼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