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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저녁 7시 대구 동성로 CGV대구한일극장 앞에서 ‘우리는 계속 빛날 거니까’를 이름으로 한 윤석열 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5,000명이 집회에 참석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참가자들은 형형색색 응원봉과 다양한 피켓, 깃발을 지참했다. 집회 전후로 시민들이 빵과 핫팩을 참가자들을 위해 주최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인근 카페에 커피를 사전결제한 뒤 SNS를 통해 참가자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안내한 시민도 여럿이었다.
자유발언에 나선 경북대 학생 엄정원 씨(22)는 “부산에서 장녀로 태어나 대구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 대학에 와서 (사회참여) 활동을 하니 다들 ‘여자라서 더 위험하다. 시집 못 간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더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은 서명 운동을 하고 세월호 노란 리본을 나눠주면서 속으로는 겁이 났다. 여럿이 뭉치면 덜 위험하기 때문에 여성 청년들이 더욱 연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북대학교 병원 간호사인 이유라 씨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지 딱 일주일 지났다. 이후 전국이 쑥대밭이 되어 우리가 추운 날 동성로 한복판에 모이게 됐다. 하지만 일찌감치 쑥대밭이 된 곳이 있다. 바로 병원 현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은 전공의가 떠난 지 어언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그 공백은 간호사들이 불법을 오가며 메우고 있고, 환자들이 가득 입원해 있던 병동은 축소 폐쇄됐다. 진료를 잘 보던 메인 교수도 사직하거나 사직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다. 지역거점병원인 경북대학교 병원조차 정상 진료가 어려운 과가 있다. 대통령의 첫 번째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인데, 의료대란에 이어 비상계엄까지 선포한 대통령에게 우리 안전을 맡길 수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3학년 송다현 씨(18)는 “이번 주 진학하고 싶은 대학의 논술과 면접시험을 앞두고 있다. 고3은 수능이 끝나고 신나게 놀다가 서로를 걱정하며 보내고 있다. 중고등학생도 시험기간인데 뉴스를 보며 밤을 새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날 밤 집에 와서 눈물이 났다. 회의장에 가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너무 미웠다”며 “올해 총선에서 처음 투표했지만 내 표는 한 표의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이곳에 나온 이유는 나의 한 표를 다시 한 표의 가치로 만들기 위해, 고향을 원망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서다. 우리도 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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