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자들] ④ 내 이름은 이슬,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면 국가도 학교도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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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무도한 자에게 권력을 내어주었을 때 국가시스템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처절한 경험을 하며, 대한민국은 다시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21세기의 민주주의는 형형색색, 각양각색의 응원봉처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뉴스민>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서 응원봉을 든 그들, ‘민주주의자’들을 만나고, 기록한다.

“TK에서 자고나란 TK의 딸이 묻겠다. 당신들이 말한 보수의 결과가 이것인가”

참석자들 사이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추운 날씨에도 회색 맨투맨 하나 걸친 이슬(18, 경주 평동)씨는 9일 저녁 동성로 CGV대구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 첫 번째 자유발언자로 나섰다. 이슬 씨는 경주에서 나고 자랐고, 얼마 전 수능을 쳤다.

전날 이슬 씨는 부산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했다. 현장에 가보니 직접 발언하고 싶어졌다. 트위터에서 대구 집회 소식을 보고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다. 자유발언 링크를 받아 신청했더니, 무대에 올라갈 기회가 주어졌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수능이 끝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던 지난 3일, 그날도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평범한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가짜뉴스일 거라 생각하고 트위터에 들어간 순간, 온통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소식으로 꽉 찼다.

이슬 씨와 친구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친구들과 추운 날씨에 감기 말고 목숨을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부모님은 밖에 함부로 나가면 안된다고 말했다. 밤새 뜬 눈으로 시민이 군인에 의해 밀쳐지는 걸 봤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슬 씨는 친구들과 거리에 나왔다.

그전에도 부모님을 따라 종종 집회에 참석했던 이슬 씨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 탄핵 집회에도 참석했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성인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직접 참석해 발언까지 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옛날부터 쌓아 올린 민주주의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려 한 대통령의 행동이 너무 몰상식해 보였다.

“사실 (집회에서) 이름을 밝히고 싶었어요. 시국이 시국인지라 이름을 밝히는 게 위험할 수 있지만,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면 국가도 학교도 두렵지 않아요. 제 이름은 이슬입니다. 그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집회에서 만난 또래 동료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다. “나 하나 간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한 명 한 명이 모여 지금의 큰 물결을 만들었기 때문에 두려워 말고 거리로 나와 주십시오. 많은 시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구경북이 생각하는 보수가 어떤 건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의 행동이 그 보수라면, 이번 집회에 참석한 2030 세대가 그 보수의 벽을 깨뜨릴 것입니다. 그렇게 믿어요.”

▲집회가 끝난 뒤 <뉴스민>과 만나 인터뷰하는 이슬 씨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