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대구경북 5대 인권뉴스, 공통점은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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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인권시민사회단체가 뽑은 2024 대구·경북 5대 인권뉴스에 ‘구미 옵티칼 해고노동자 고공농성’(노동), ‘박정희 동상 건립 반대’(역사), ‘낙동강 녹조 심화’(환경), ‘경찰에 의해 밀려난 대구퀴어축제’(성소수자), ‘대구 응급실 뺑뺑이 지방 최대’(건강)가 꼽혔다. 5대 뉴스 모두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라는 점이 공통적이다.

10일 오전 11시, 2024 대구·경북 인권주간 조직위원회는 대구시청 앞에서 2024년 대구·경북 인권뉴스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직위는 4.9인혁재단 등 46개 대구·경북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됐다.

조직위는 지난달 11일부터 27일까지 인권뉴스 후보군을 모집한 뒤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은 총 89개 인권 뉴스 중 인권뉴스 선정위원회가 꼽은 33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에는 각 단체 회원과 활동가 등 대구시민 271명이 참여했다.

조직위는 후보군 선정 기준으로 ▲영향력 ▲인권침해 당사자의 지속적 대응 요구 ▲인권침해 및 인권증진 운동이 대구·경북 지역과 맞물렸는지 여부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세계인권선언 76주년을 맞아 올 한 해 대구·경북 인권침해 현장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며 “국가 공권력, 공공기관에 의해 인권침해가 벌어졌다는 게 선정된 뉴스들의 공통점이다. 인권을 증진하고 보장해야 할 국가기관이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다는 게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10일 오전 11시, 2024 대구·경북 인권주간 조직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선정된 인권뉴스를 발표했다.

먼저 노동인권과 관련해선 ‘구미 한국옵티칼 해고노동자, 김경숙상 수상…300일이 넘는 고공농성 투쟁의 상징’(80명) 기사가 선정됐다.

최현환 민주노총 금속노조 구미지부 옵티칼지회장은 “2022년 10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는 공장에 불이 났고, 노동자들은 해고 통보를 받았다. 매년 수천억 매출을 올린 일본 자본은 노동자를 소모품 취급했다. 물량은 또 다른 자회사로 빼돌렸고, 노동자들은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며 “세상이 많이 시끄럽다. 뉴스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건 권력을 가진 자들뿐이다. 지금도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불탄 공장 옥상에서 2명의 여성 노동자가 338일째 고공농성을 하며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역사인권과 관련해선 ‘“박정희 동상 반대” 대구 천막농성·1만인 서명운동…시민단체, 독재자 우상화 안돼’(95명)가 선정됐다.

임성종 박정희 우상화 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동대구역 광장엔 이미 지난 8월 박정희 광장이라는 표지판이 섰다. 신세계백화점 앞 화단에는 동상을 설치하기 위한 기초 공사가 거의 완료됐다”며 “내란과 쿠데타의 원조, 박정희를 단순히 산업화라는 미명 하에 기리겠다는 정치가 12월 3일 윤석열 같은 괴물을 낳은 것이다. 이런 역사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대구시민은 끝까지 박정희 우상화 사업에 맞서 힘차게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환경인권과 관련된 ‘낙동강 녹조 심화… “낙동강 주민 콧속에서 녹조 독소 유전자 검출”’(89명), 건강권과 관련해선 ‘“병원에 전문의 없어서”…대구, ’응급실 뺑뺑이‘ 지방 최다’(73명) 기사가 선정됐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낙동강 보 녹조 문제는 10년간 지속되고 있는 위험한 현실이다. 한 3년 전 대학과 시민단체 공동 조사에서 낙동강에 녹조 독이 많다는 게 밝혀졌다. 수돗물에서도 높은 농도는 아니지만 녹조 독소가 검출되고, 최근에는 공기 중에도 녹조가 존재해 우리 인체에도 들어올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아시다시피 보를 개방하면 된다. 낙동강을 예전처럼 흐르게 두면 녹조는 사라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한편 조직위는 5대 인권뉴스에 외에도 구미 아사히글라스 해고자 복직, 달성군의회 이동노동자 쉼터 조례 제정, 전태일 옛집 개관식 등 11건을 2024년 대구·경북 인권증진 뉴스로 꼽았다.

▲기자회견 마지막 순서로 참석자들은 올해로 76주년을 맞은 세계인권선언을 낭독했다. 왼쪽부터 배진교 무지개인권연대 대표, 이정미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김지영 레드리본인권연대 대표, 김봉조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김보현 기자
bh@newsmin.c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