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자들] ② 60대 아버지와 20대 딸이 함께 든 탄핵 응원봉

"직장인으로서 일 안하는 대통령, 국민의힘 국회의원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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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무도한 자에게 권력을 내어주었을 때 국가 시스템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처절한 경험을 하며, 대한민국은 다시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21세기의 민주주의는 형형색색, 각양각색의 응원봉처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뉴스민>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서 응원봉을 든 그들, ‘민주주의자’들을 만나고, 기록한다.

삼삼오오 응원봉 든 여성들 사이에서 문하나(가명, 24) 씨의 동행인이 눈에 띄었다. 하나 씨의 동행인은 아버지 문영철(가명, 63) 씨다. 9일 저녁 대구 중구 CGV대구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는 하나 씨처럼 젊은 여성이 주축이었다. 이들 부녀처럼 아버지와 성인이 된 딸이 집회 현장을 함께 찾은 사례는 드물어 보였다.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국민의힘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 특성을 고려하면 이들 부녀 사례는 더 도드라진다.

하나 씨는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앉아 하늘색 빛이 나는 샤이니 응원봉을 흔들었다. 언니와 하나씩 갖고 있던 샤이니 응원봉이 이렇게 집회에서 쓰일지 몰랐다. 하나 씨는 “아버지와 정치 성향이 다르지 않아서 함께 나오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며 “사실 이렇게 역사의 한 중간에 뛰어들고 싶지 않았지만,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다면 어떻게든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집회 참석 이유를 설명했다.

▲ 주호영 의원 지역구(수성구갑)에서 살고 있는 문 씨 부녀가 나란히 샤이니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사진=정용태 기자)

이어 “대구가 보수 텃밭이라고 언론이나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확하게 사태를 인지하고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도 아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8년 전 박근혜 탄핵 촉구 집회에는 첫째 딸과 참석했던 영철 씨는 이번에 둘째 딸과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하게 됐다. 영철 씨는 “집회 소식은 젊은 사람들이 더 잘 아니까. 딸이 집회가 있다는 걸 알아와서 같이 가자고 했다”며 “처음에 응원봉을 먼저 보고, 이거 뭐냐고 딸한테 물으니까 이거 들고 집회 가자고 하더라. 그래서 ‘당연히 가야지’하고 답해줬다. 서울에 있는 큰딸도 집회에 나갈 거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영철 씨는 자신들의 지역구 의원이 국민의힘 주호영(부의장, 수성구갑)이라고 밝히면서, “주호영 블로그에 들어가서 댓글도 남겼다. 이렇게 집회에 나온 것도 그렇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영철 씨는 “평소에 직장에서는 동료들과 정치 이야기를 별로 안 하기도 했고, 그런 분들이 아닌데도 이번에는 ‘집회 나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며 달라진 주변 분위기도 전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한 직장인 하나 씨는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제대로 일하지 않는 게 너무 황당하다”며 “우리는 이렇게 매일 밤잠을 못 자고 라이브(생중계)를 보고 시위를 하고 있는데, 국회의원이 국회에 나가서 투표도 안 하는 게 문제가 있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제대로 출근도 안하고 일도 안 하면서 많은 월급을 받는 게 직장인으로서 굉장히 기분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