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자들] ① 대구 여중생의 일갈, “웃으며 탄핵안 투표장 떠나는 국회의원, 자격 없어”

'인간트리'로 응원봉을 대신한 중학교 1학년 김민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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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무도한 자에게 권력을 내어주었을 때 국가 시스템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처절한 경험을 하며, 대한민국은 다시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21세기의 민주주의는 형형색색, 각양각색의 응원봉처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뉴스민>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서 응원봉을 든 그들, ‘민주주의자’들을 만나고, 기록한다.

“저희가 교과서에서 계엄을 배우잖아요. 계엄이 어떤 건지 저도 아는데, 이 사람(윤석열)은 국민이 어떻게 될지, 얼마나 위험할지 더 잘 알았을 텐데요. 대통령 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9일 저녁 대구 중구 CGV대구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서 만난 김민정 씨는 중학교 1학년으로 수성구에 산다. 김 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에 대해 비판하면서 하루빨리 탄핵이 이뤄지길 바랐다.

김 씨는 지난 3일 밤 늦은 시간까지 과제를 하다가 잠깐 쉬려고 SNS 계정에 접속했다가 깜짝 놀랐다. 김 씨는 “윤석열이 미쳤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김 씨는 “그날 새벽 5시까지 ‘어쩌지’ 하면서 잠을 못 이뤘다. 엄마도 ‘미쳤다,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고 엄청 화를 내셨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음 날 학교에 가야 하는데도 새벽까지 잠들지 못했던 김 씨는 여전히 불안함 마음이 든다고 했다. 김 씨는 “그날 새벽에 (국회의원들이) 국회 담을 넘는 것도 보고, 군인들이 들어가고 이런 것을 보면서 국민을 어떻게 알고 이러는 거지 싶었다”면서 “진짜 생명이 위험할 수 있겠다 싶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으로 종료가 됐지만) 또 계엄이 터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든다”고 했다.

원래 학원을 가야 할 시간이지만, 김 씨는 어머니에게 허락을 맡고 혼자 집회에 나왔다. 김 씨는 “엄마는 지금 몸이 안 좋으셔서 같이 나올 상황이 아니라서 혼자 왔다”며 “원래는 학원을 가야하는 시간인데, 집회에 가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다. 집에선 위험할까봐 걱정을 하셨다. 그래서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조금 위험하더라도 가고 싶다고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 9일 중학교 1학년인 김민정 씨가 ‘인간트리’ 컨셉으로 윤석열 퇴진집회에 참석했다. 이날 처음 집회에 참석한 김 씨는 학원에 가야하지만 어머니께 허락을 구하고 혼자 오게 됐다고 했다. 김 씨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사진 = 정용태 기자)

이날 처음 집회에 참석한 김 씨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불참으로 대통령 탄핵안 의결이 이뤄지지 못한 것에 분노했다. 그는 “저런 짓을 하는 사람을 어떻게 그냥 대통령으로 놔두는지 이해가 안 된다. 스스로 내려온다거나, 대통령 임기만 줄여서 될 일이 아니”라며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선거 때는 그렇게 뽑아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한 표의 소중함의 이야기하더니 (탄핵) 투표하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나가는 걸 지켜보고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씨는 “(결국) 탄핵이 되더라도 이 자리에 안 나왔다면 미래의 저 자신에게 되게 부끄러울 것 같다. 그냥 집에서 가만히 있었구나 싶어서 내 자신에게 실망스러울 거 같아서, 평생 마음에 남아있을 것 같아서 나오게 됐다”고 집회에 오기로 마음 먹은 이유도 밝혔다.

이날 김 씨는 응원봉 대신 ‘인간 트리’로 컨셉을 잡았다. 김 씨는 “제 또래 친구들은 보통 아이돌을 많이 좋아하니까 응원봉이 있는데, 저는 그렇지 않아서 고민이 됐다. 다들 뭔가 반짝이는 걸 들고나오니까”라면서 “한 친구가 트리 조명이 어떨까 하고 말해서 급하게 다이소에서 5,000원을 주고 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오늘 와보니 2030여성들이 많은 것 같다. 오늘 집회에도 많은 사람이 나왔지만, 더 다양한 사람들이 집회에 많이 와서 윤석열이 빨리 내려오도록 힘을 보탰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