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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국민에게 죄를 짓지 마세요.
여러분들 중 우재준(대구 북구갑), 김형동(경북 안동·예천) 두 사람을 제외하면 이미 12월 4일 새벽, 여러분들이 스스로 지켜도 모자랄 ‘민의의 전당’ 국회가 군홧발에 짓밟히는 걸 그대로 방치했습니다. 오히려 원내대표 추경호(대구 달성군)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가지 못하도록 방해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고도 하죠. 추경호는 이미 그날 밤 ‘12.3 윤석열 내란 사태’에 깊이 연루됐습니다.
그날 밤, 행적이 공개되지 않은 22명도 저마다 이유야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국회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국민이 여러분들에게 부여한 의무를 다하지 못한 죄를 지은 겁니다. 그 잘못을 물어도 모자랄 판에, 추경호 외 24인은 모두 윤석열의 내란죄 책임을 묻는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당이 당론으로 ‘반대’를 정했다는 납작한 명분 뒤에 숨어서 여러분 한 명, 한 명에게 부여한 헌법기관의 기능을 스스로 멈췄습니다.
그날 여러분은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에는 일치단결해 반대표를 던졌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본회의장을 떠났습니다. 이것으로 여러분이 내뱉는 탄핵을 반대해야 한다는 온갖 미사여구는 거짓이 되고 맙니다. ‘탄핵이 헌정 중단을 초래해 국가 혼란을 만든다’는 주장도 이 대목에서 그 근거를 잃게 만듭니다. 탄핵이 문제라면, 적어도 특검법은 통과시켰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특검이 탄핵의 징검다리라고 했지만, 이미 그 징검다리는 필요 없을 정도로 확실한 고속도로가 윤석열 본인의 손으로 뚫려버렸으니까요.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경을 움직여 국회를 침탈한 것만으로도 모자라, 자신의 정적을 불법적으로 체포, 구금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여기 어디에 헌정을 지키고자 하는 숭고한 뜻이 보입니까. 오로지 자신과 배우자의 안위를 지키고자, 헌정 따윈 안중에도 없이 행동하는 범부의 만용만이 보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특검법과 탄핵소추안을 모두 반대한 여러분의 선택은 그 범부와 범부의 배우자를 지키기 위해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남용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여러분이 탄핵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은 단 하나입니다. 여러분의 힘으로 저 범부를 즉각 하야시켜 법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부여된 그의 권한을 온전히, 즉각적으로 정지시키는 것입니다. 그러지 못한 상태에서 내뱉는 온갖 미사여구 역시 종국에는 모두 거짓에 불과할 것이고, 어쩌면 저 범부에게 또 한 번 내란을 일으킬 기회를 부여하는 일이 될지 모를 일입니다. 그때 가서 범부의 발 아래 머리를 조아려 목숨을 부지하고자 하는 뜻이 있는 게 아니라면, 여러분은 더 이상 국민에게 죄를 지어선 안 됩니다.
추경호, 김기웅(대구 중남구), 최은석(대구 동구·군위군갑), 강대식(대구 동구·군위군을), 김상훈(서구), 우재준, 김승수(북구을), 주호영(수성구갑), 이인선(수성구을), 유영하(달서구갑), 윤재옥(달서구을), 권영진(달서구갑), 김정재(포항시북구), 이상휘(포항시남구·울릉군), 김석기(경주시), 송언석(김천시), 김형동, 구자근(구미시갑), 강명구(구미시을), 임종득(영주시·영양군·봉화군), 이만희(영천시·청도군), 임이자(상주시·문경시), 조지연(경산시), 박형수(의성군·청송군·영덕군·울진군), 정희용(고령군·성주군·칠곡군) 등 여러분, 여러분이 목놓아 부르짖는 헌정을 지킬 유일한 방법은 탄핵뿐입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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