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농성장 오른 김진숙, 박문진의 ‘희망뚜벅이’···멈추지 않을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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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구미 한국옵티칼까지 160km. 열흘을 걸어 김진숙, 박문진과 소현숙, 박정혜 해고노동자가 만나 포옹했다. 차량으로는 2시간쯤 걸릴 거리를 걸으며, 김진숙과 박문진은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불탄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 사람이 올라서 있다고 알렸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소현숙, 박정혜에게 힘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냈다. 부산에서 발걸음을 시작했을 때는 10명이 되지 않았는데, 이후 이들의 발걸음이 닫는 곳에서 매일 20~30명, 주말에는 100여 명이 김진숙, 박문진과 함께 걸었다.

1일 오후 3시, 경북 칠곡군에서 출발해 구미 한국옵티칼 고공농성장 아래에 도착한 노동자·시민 100여 명은 고공농성장에 있는 소현숙·박정혜를 향해 힘을 전했다. 이날 참석한 이들은 대구, 서울, 경기 등 전국 곳곳에서 모인 이들이다. 김진숙, 박문진은 공장에 도달하자마자 불탄 공장을 딛고 고공농성장으로 올랐고, 서로 포옹했다.

▲김진숙, 박문진 씨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장에 올라 소현숙, 박정혜 씨를 만났다.

이들은 소현숙과 박정혜를 위한 목도리를 준비했는데, 소현숙과 박정혜는 스카프를 준비한 바람에 서로 목에 선물을 매어줄 수 있었다. 박문진이 농성 중인 해고자들에게 말했다. “외로워하지 말고, 일희일비하지 말고, 운동은 꾸준히 하고, 밥은 꼭꼭 씹어 먹어요.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건강하게 버텨주세요”

김진숙도 말했다. “소현숙, 박정혜 동지, 걷잡을 수 없이 막막하고 외로운 날은 당신들을 만나기 위해 30만 보를 걸어온 그 발걸음을 기억해 주십시오. 박정혜, 소현숙 동지, 끝도 없이 눈물이 흐르는 날은, 그 마음을 너무 잘 아는 두 선배 노동자가 얼마나 당신들을 걱정하는지, 함께 걸었던 많은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한발 한발 걸었는지 잊지 말아 주세요. 곧 땅에서 만나길 바랍니다. 그 말을 하고 싶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고공농성 시작 329일 차를 맞는 이날, 농성장에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모기업인 니토덴코 일본 본사를 방문하고 얼마 전 돌아온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 이지영 사무장도 함께했다. 이들은 일본에서 한국옵티칼 해고와 관련해 니토덴코의 다국적기업지침 위반 진정서를 제출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최현환 지회장은 “일본 정부를 향해 메시지를 남기고 압박했다. 단체 교섭 요구도 했다. 지금까지 본사가 교섭에 응하지 않아 오사카부 노동위에 단체교섭 거부로 제소도 했다”며 “앞으로 어떻게 투쟁을 해나갈지 확신을 갖고 돌아왔다. 일본에서도 우리와 함께하는 시민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3시부터 2시간가량 ‘고용승계 희망뚜벅이 박정혜·소현숙 만남의 날’ 행사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공연을 함께 나눈 다음, 경기, 서울, 부산 등 다양한 지역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발언하며 응원을 전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1일 오후 3시부터 2시간가량 ‘고용승계 희망뚜벅이 박정혜·소현숙 만남의 날’ 행사가 열렸다.

조창수 민주노총 경북본부 구미지부장은 “겨울에 시작한 고공농성, 300일을 넘겨 다시 겨울이 됐다. 여러분들이 있어 두 동지가 외롭지 않게 투쟁할 수 있다. 감사드린다”며 “구미지역은 코오롱, KEC, 스타케미칼, 아사히 투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옵티칼 투쟁도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섭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오직 두 동지를 위해 같이 걸었다. 두 동지가 투쟁에서 승리하고 무사히 땅을 딛을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걸었다”며 “걷는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 한국옵티칼 투쟁을 알렸다. 박정혜, 소현숙은 이미 깃발이자 횃불이다.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막바지에는 소현숙, 박정혜도 인사를 전했다. 박정혜 씨는 “꼭 승리해서 내려갈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갖고 있다. 많은 동지 여러분들이 함께하고 힘을 주시기에 꼭 승리해서 이른 시일에 여러분을 만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고공에서도 잘 버티고 있다. 여러분들 힘 받아서 승리하는 날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현숙 씨는 “해고를 거부하고 시작한 투쟁,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지만, 동지들이 응원해 준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 회사에 입사해서 16년 동안 뼈가 갈리도록 일했는데, 함께 하자던 회사는 불이 나자 도망갔고, 투쟁이 벌어지기 전까지 일면식도 없었던 분들이 위로해 주셨다”며 “회사는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노동자라는 걸 알고 시간 끌면 지쳐 나가떨어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아직도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투쟁해서, 단 하루를 다니더라도 회사의 문턱을 다시 넘어보고 싶다. 끝까지 함께 가는 길 지켜봐 달라”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박정혜, 소현숙 씨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