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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청 앞에 모인 활동가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비닐봉지에서 쏟아냈다. 우르르 흩어진 플라스틱은 생수 페트병에서부터 세제용기, 배달용기, 포장용기 등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쏟아낸 플라스틱 용기들을 앞에 두고 “no more plastic, 지금 당장 생산 감축”이라고 외쳤다.
25일 오전 대구 중구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은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부터 내달 1일까지 부산에서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 회의가 개최된다. 협약을 통해 플라스틱 규제에 대한 국제적 환경협약이 이뤄질지 주목 받고 있다.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은 “국제사회가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를 다루는 구속력 있는 협약을 채택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은 책임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며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재도입하고, 다회용컵과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대구시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가 공공기간에서부터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실질적 정책을 도입하고, 시민들에게 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개인의 자발적 실천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형근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대구 교사 모임’ 대표는 “지난 주말 부산에서 열린 플라스틱 대행진에 참석했는데,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의 열기에 깜짝 놀랐다”며 “플라스틱 과잉 생산과 사용은 쓰레기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세플라스틱으로 생태계와 우리 삶에 스며들고 있다. 오늘날의 기후위기처럼 플라스틱 문제는 우리 다음 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 변화의 순간이다. 우리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며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이고 사용을 절제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지금 우리의 선택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우리의 침묵은 미래 세대의 고통이 된다”고 호소했다.
김민조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윤석열 정부는 2023년 5월 INC-5 회의를 유치하며 국제사회의 환경 리더로 자리매김하겠다고 선언했으나, 11월에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무기한 철회하는 실망스런 결정을 내렸다”며 “정부 정책이 후퇴하자 공공기관도 규제를 느슨하게 풀어버렸다. 시민단체가 공공기관 내 일회용품 모니터링을 하면서 규제를 촉구하자 상위법이 그렇지 않다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플라스틱 국제 협약 회의를 유치하고도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목소리 내기에 주저한다면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게 된다”며 “정권을 초월해 일관된 (플라스틱 규제) 정책을 펼 수 있어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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