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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말씀드리면 나 아니면 복잡한 난제를 못 풀어나간다. TK신공항법도 내가 아니면 통과가 쉬웠겠나. 금융이자가 절반이 나오는 기형적 사업이 아니라 직접 대구시가 주관하는 공영개발로 만들어놨고, 공자금도 행안부와 협의해서 부수 절차를 진행하는 걸 내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을 거다”
지난 18일 동인동 대구시청사 기자실을 찾은 홍준표 시장이 한 말이다. 문장을 하나하나 쪼개서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거두절미하고 시장님, 그냥 대선 꿈은 접고 재선 시장에 집중하시라고 하고 싶다. 홍준표 시정 2년을 지나오며 그가 해놓은 일을 보면, 그거 말곤 대구가 살길(?)이 없다 싶어서다.
맞다. 지난 2년새 그가 해놓은 일들을 돌아보면, 대구가 풀어야 할 난제는 이제 그가 아니면 못 풀어낸다. 아니, 정확히는 못 잘라낸다. 그는 복잡한 일을 풀어내는 것보다 잘라내는 걸 선호한다. 그렇게 십수 년 만에 풀어낸 취수원 다변화 정책이 잘려나갔고, 2년여 코로나19 투쟁 끝에 추진된 제2대구의료원 건립도 잘렸다.
지금은 추진 중인 신청사나 대구경북행정통합도 사실 과거부터 이어오던 건 진즉에 잘라내고 새로 매듭을 묶는 중이라고 보는 게 오히려 정확하다. 취수원 다변화도 구미 해평취수원을 확보하는 걸 잘라내고 맑은물 하이웨이의 새 매듭을 내놨고, 제2대구의료원 대신 현행 의료원 강화라는 매듭도 맸다. 그의 난제 푸는 방식이 대략 이런 식이다.
TK신공항 사업도 매듭이 잘렸다가 묶이길 반복하는 사업이다. 멀쩡하게 잘 묶여있는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매듭은 두고, 새 특별법(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 매듭을 매겠다면서 허송세월하더니, 그 매듭도 약하다며, 두 번, 세 번 고쳐 매겠다고 한다. 고쳐 매겠다는 그 매듭이 세상 사람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매듭이라 ‘그거 제대로 묶이겠냐’고 걱정해도 “일이 되게 생각하라!”고 힐난하면 그뿐이다.
더 문제는 그의 주장대로 그가 새로 매어 놓은 매듭들은 그가 아니면 풀 수도, 다시 맬 수도 없는 그만의 고유한 매듭이라는 거다. 새 특별법이란 매듭은 고리 고리마다 온갖 특례를 주렁주렁 매달아 두긴 했는데, 많은 경우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임의’ 조항이다. 마지못해 매듭 묶는 것까지는 두고 보던 기획재정부며, 행정안전부며 하는 관료조직이 그가 떠난 후에도 매듭 푸는 일을 마저 할지 알 수 없다.
또, 그가 거듭거듭 새로 매듭을 매겠다면서 개정안을 내는 데서 드러나듯 그가 묶어놓은 매듭이란 것도 허술하기 그지없다. 그가 2차 개정안 발의 이유를 신공항 사업에 공공자원관리기금을 활용하는 일을 정권이 바뀌어도 불가역적으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밝힌 데서 드러나듯, 정권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면 언제든 댕강 잘려 나가거나, 성가신 매듭 취급을 받을 공산이 크다.
이런 매듭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러니 어쩌겠나, 이 매듭을 묶고 풀 수 있는 유일한 이가 그뿐이니 그가 재선, 3선 시장이 되어야겠다. 다만 그 매듭을 묶고 풀 수 있는 힘이 재선, 3선 때까지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다. 대통령은 물 건너간 변방의 노장을 노회한 중앙 관료들이 인정이나 할까. 서울과 함께 양대 특별시가 되면 조금은 다를까?
그럼에도 그가 재선, 3선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있다. 이상한 매듭을 묶어만 놓고 떠난 그가 그 매듭 때문에 쇠락해 가는 대구를 바라보며, “나는 잘 묶어 놨는데 후임들이 힘이 없어서, 쯧쯧” 혀를 차는 꼴 만큼은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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