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영풍 석포제련소의 낙동강 카드뮴 유출 의혹 관련 사건을 약 3년 재판한 끝에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유죄를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다. 환경단체는 재판부가 카드뮴을 비롯한 유해 물질 방출은 현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을 했다고 비판했다.
20일 오후 1시 45분 대구지방법원 형사11부(재판장 이종길)는 이강인 전 (주)영풍 대표 등 임직원 7명과 법인의 환경범죄등의단속및가중처벌에관한법률(환경범죄단속법)위반 등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장 내부 시설과 방지 시설을 통해 카드뮴 유출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 ▲카드뮴 오염수가 콘크리트 등 시설을 관통해 외부로 유출됐는지 ▲영풍제련소가 자체적으로 시행한 카드뮴 측정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지 ▲유출의 고의가 있었는지 4가지 측면에서 모두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방지시설 등과 관련해 재판부는 공장 내부의 물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시설이 확인되며, 이 시설이 건전하다는 전제하에서 물 흐름이 구별된다고 판단했다.
카드뮴 외부 유출과 관련해 재판부는 검사가 공소사실을 특정한 범죄 일시와 장소에서 범행이 이루어졌음을 엄격하게 증명해야 하는데도 검사의 증명은 유죄를 입증할 정도로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유죄를 입증할 근거로 활용한 영풍 측의 자체 카드뮴 측정 결과에 대해 재판부는 해당 결과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카드뮴을 측정한 영풍 측 직원의 측정과 관련한 전문성, 정확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여러 증거 부족으로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지만, 오랫동안 이뤄진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사정을 확인했다. 수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조사와 수사 때문에 피고인들이 환경 개선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영풍 석포제련소에서는 끊임없이 계속 카드뮴을 비롯한 유해 물질이 방출되는 것도 현실이다. 마음이 무거웠지만, 피고인들이 환경오염 물질을 줄이는 것에 노력해 주길 당부한다”고 설명했다.
선고 후 박영민 전 (주)영풍 대표는 “판단을 존중한다”고 짤막하게 입장을 밝혔다. 재판을 참관한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재판부는) 카드뮴이 지금도 유출되고 있다면서도 고의로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술은 먹고 운전했지만 그것이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판결과 다를 바가 없다”며 “재판부 판결을 보고, 아직도 우리 재판부는 기업 범죄에 관대한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고 느낀다. 국민이 공분하는 일에 대한 이러한 판결을 누가 믿겠나”라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2015년 4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카드뮴 오염수를 낙동강에 유출했다는 등의 혐의로 이 전 대표 등을 재판에 넘겼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