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저감 ‘1.5도 라이프’, 함께 실천하면 좋겠어요”

'대구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참가자 결과 공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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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보다 탄소배출을 많이 안 하겠지 하는 자신감으로 시작했는데, 저탄소 삶을 사는 분들이 많아서 자신감이 좀 무너졌어요. (웃음) 지난 4주 간을 돌아보니까 바빠서 의지를 가지고 더 실천을 하지 못했던 것에 아쉬운 생각도 듭니다. 처음 시작할 때 강사님께서 ‘재활용을 열심히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한 지적이 기억에 남습니다. 실천하면서도 그 말을 많이 떠올렸어요. 앞으로도 제가 활동하는 단체를 통해서도 탄소저감 활동을 알리려고 합니다. 더 많은 분이 탄소배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구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참가자 도주현 씨)

13일 오후 대구환경교육센터에서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결과 공유회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의 최종 탄소배출 결과와 주요 분야 배출량이 공개됐고, 탄소배출 저감 실천 방법과 정책 제안도 이뤄졌다. 특히 참가자들은 더 많은 사람들이 저탄소 삶을 살 수 있도록 동참해 모두의 1.5도 라이프가 실현되길 기대했다.

▲ 13일 오후 대구환경교육센터에서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결과 공유회가 진행됐다.

대구환경교육센터(센터장 정철)는 녹색전환연구소와 <한겨레21>이 진행한 1.5도 라이프 프로젝트를 참고해 지역 참가자를 모아 탄소배출 줄이기 실천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지난 9월 30일부터 한 달 간 매일 먹거리, 여가, 서비스, 상품, 교통, 주거 분야를 나눠 탄소일기를 썼고, 탄소배출량을 확인하고 감축을 노력했다.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참가자 63명 중 40명이 4주간 ‘탄소일기 쓰기’를 최종 완료했다. 참가자들의 탄소 배출 목표치는 일 평균 1만 6,164g(연간 5.9t)이었는데, 참가자들 4주간 일 평균 1만 4,821g(5.4t)을 배출해 목표를 충족했다. 1주차부터 평균 1만 5,545g(연간 5.7t)을 기록해서 참가자 대부분 저탄소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주차에는 1만 4,030g(5.1t)까지 탄소배출을 전반적으로 더 줄여 나갔다. 참가자들의 4주간 연간 배출량 합계는 216.4t이다.

항목별 탄소배출량은 소비 부문이 31%로 비중이 가장 컸고, 그 다음이 먹거리(23.7%), 교통(22.9%) 순이다. 최저 배출자는 1.6t(연간 기준)을 기록했다. 이날 공유회에선 탄소배출 최저 배출 기록자 2인을 비롯해 탄소일기 성실 기록자, 배출량 저감 최대량 기록자 등에 대한 시상도 이뤄졌다.

주영 대구환경교육센터 활동가는 “서울에서 진행했던 1.5도 라이프도 6.9톤이 평균이었는데, 저희 참가자들은 첫 주부터 탄소배출량이 너무 낮아서 처음엔 오류가 있나 싶었다”며 “대부분 채식 위주 식단이나 대중교통 이용 등 저탄소 삶을 사시던 분이 신청을 해주셨더라.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먹거리, 교통, 주거에선 1주차에 비해 2~4주차에 감소했으나 소비는 더 늘어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여행을 가지 않거나, 대중교통을 의식적으로 선택하신 노력도 보인다. 그렇지만 소비 분야는 기록 상 비중이 큰 데도 불구하고 먹거리와 교통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체감하시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참가자 63명 중 40명이 4주간 ‘탄소일기 쓰기’를 최종 완료했다. 항목별 탄소 배출량은 소비 부문이 31%로 비중이 가장 컸고, 그 다음이 먹거리(23.7%), 교통(22.9%) 순이었다. 먹거리와 교통 부문에선 실제로 감축이 이뤄지기도 했으나, 소비에선 더 늘어나기도 했다.

참여자들은 탄소저감을 위한 정책 제안으로 교통 관련 내용을 주로 언급했다.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도록 배차 시간이나 노선 조정이 필요, 저상버스 확대,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베네핏 제공, 대중교통 무상화'(박은주, 최은령, 박윤정, 이재희, 홍기수) 의견이 대다수를 이뤘고, ‘도보 생활자를 위한 정책 구성'(최지혜)도 나왔다. 먹거리 부문에선 ‘채식 위주의 식단 실천, 매월 월요일에는 고기를 취급하는 식당과 정육점이 의무 휴일, 아나바다시장 활동 지원사업'(전나경, 이은진) 같은 아이디어도 있었다. 그 외에도 ‘탄소 배출량에 대한 안내서를 준비해 발간, 탄소배출표시제’ 또는 ‘태양광 또는 태양열 지원 사업을 더 넓게 시행'(이은진)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했다.

고은아 시민환경교육센터장도 정책 제안 항목으로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홍보와 활동 지원 강화 ▲기관별 셔틀버스 제공 및 운행 ▲소비를 줄여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쓰레기 정책 전환 ▲아나바다 장터, 벼륙시장 등 지원사업 확대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한 퇴비만들기 활성화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주 1회 채식의 날 ▲지역행사 때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등 제로웨이스트 행사 개최 ▲탄소흡수원인 나무 많이 심기 등을 언급했다.

중학생 딸과 함께 공유회에 참석한 이정화(41) 씨는 “저는 플라스틱 줄이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일회용품을 안 쓰려고 노력도 하고 있다. 평소에 텀블러 사용도 일상화 되어 있는 편”이라면서 “어느 책에서 우리는 이미 아이들에게 빚을 지고 지금 삶을 영유하는 중이라는 내용을 접했다. 환경을 잘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이번 도전을 하게 됐다”고 참가 배경을 밝혔다.

지난 4주간 평균 배출량이 3t이었던 이 씨는 “가족들도 함께 이번 도전에 동참한 것이나 마찬가지 였다. 서로 독려하면서 열심히 참여했다”며 “다른 분 말씀처럼 알고 나니까 부끄러워서 실천을 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 작은 것 하나부터,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환경을 지켜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