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밥 먹고, 깁스하고 일합니다”···삭발로 호소하는 대구 급식노동자

'업무분장 제대로 하라'···100여명 교육청 앞 집회 조리원 1인당 식수 과다···'3식고는 기피학교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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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8년 차 조리원입니다. 우린 학생과 교직원에게 배식한 후 식은 밥을 먹습니다. 어떤 날은 반찬이 모자라 맨밥을 먹습니다. 조리원은 ‘조리사가 일을 안 한다’, 조리사는 ‘영양사가 메뉴를 어렵게 만든다’고 토로합니다. 우리끼리 갈등할 일이 아닙니다. 대구교육청이 인원을 안 늘려주고 처우 개선 안 하기 때문입니다. 교육감은 여기 있는 급식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6일 오전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집단 삭발식을 한 정경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대구지부장이 같은 날 저녁 대구교육청 앞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전국학비노조가 12월 6일 총파업을 결의한 가운데 대구지부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지역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교육부 및 17개 시·도교육청과 집단임금 교섭을 시작했으나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는 학교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학교급식법 개정을 통해 급식실 인력을 충원해달라 요구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대구는 지역별 지부가 각 시·도교육청과 진행하는 단체 교섭에서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련기사=대구학교비정규직, 다음달 21일부터 이틀간 총파업 예고(‘24.10.29.)]

▲오후 5시 30분 대구교육청 앞에서 열린 ‘대구학교급식노동자 결의대회’ 첫 순서로는 정경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대구지부 지부장이 나섰다.

6일 오후 5시 30분 업무를 마친 뒤 대구교육청 앞에 모인 100여 명의 학교급식노동자는 ‘조리실무원 1인당 식수인원 하향, 방학중 생계대책 마련, 영양사 임금차별 철폐’를 구호로 외쳤다.

결의대회에선 학교급식실 현장의 증언이 이어졌다. 한수연 조리실무원은 3식을 하는 학교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 실무원은 “3식 고등학교는 1식고에 비해 노동강도가 1.5배 이상이다. 새벽 출근과 늦은 저녁 퇴근을 하지만 1식고와 동일한 처우를 받다 보니 기피학교 1순위”라며 “신규 선생님만 발령이 난다. 기존 선생님은 아파도 대체인력을 못 구해 병가를 제대로 못 쓰는 악순환”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당장 이번 1학기만 해도 신규 3명, 경력 1명 총 4명이 발령을 받았으나 이중 2명은 출근도 전에 퇴사했다. 기존 선생님이 발가락뼈가 부러져 병가를 쓰면서 신규 2명, 대체인력 3명과 1학기를 보내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선생님은 식판배식대를 끌다가 벽에 부딪혀 손가락 골절을 입었음에도 대체인력을 못 구해 깁스를 한 채로 일을 했다. 3식 학교 뿐 아니라 1식 학교도 힘들다는 걸 잘 안다. 임금도 중요하지만 당장 급한 건 인력 충원”이라고 강조했다.

우순자 조리사는 “대구교육청 하는 짓이 너무 답답하고 거꾸로 가는 것 같다. ‘급식실 일이 너무 힘들다, 배치기준을 하향해달라, 조리실무원을 충원해달라’고 요구하니, 유사시 조리사에게 조리실무원 일을 시킬 수 있도록 학교급식 기본방향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며 “일이 너무 힘들다 보니 서로 날카로워지고 갈등이 생긴다. 일이 체계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업무 분장이 명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순서로 학비노조 대구지부 분과장인 이근혜 영양사, 김용하 조리사, 김영희 조리실무원이 학비노조 대구지부 공동파업 결의문을 함께 읽었다.

이들은 “대구교육청은 배치기준을 낮춰달라 하니 조리사를 넣어 계산하는 눈속임을 하고 있다. 직종 고유업무를 무시하며 업무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다른 지역은 상시직화로 가고 있음에도 방중근무일 단 하루도 확대할 수 없다고 한다”며 “아이들 입에 들어가는 귀한 음식을 만드는 학교 급식노동자를 무시하고 홀대하는 대구교육청을 규탄한다. 강은희 교육감이 만들어내는 저임금의 위험하고 나쁜 일자리가 대구 학생들의 미래이자 대구 교육의 방향임을 폭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후 5시 30분 대구교육청 앞에서 전국 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는 ‘대구학교급식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