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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구광역시환경교육센터(대구환경교육센터, 센터장 정철)는 녹색전환연구소와 <한겨레21>가 진행한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참고해 지역 참가자를 모았다. 녹색전환연구소에서 개발한 탄소배출 계산기를 참고해 참가자들은 한 달 간 매일 탄소일기를 작성해 일상의 탄소배출량을 확인했다. <뉴스민>은 참가자들의 탄소배출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탄소저감정책을 함께 고민해봤다.
프랑스는 내년부터 패스트패션 브랜드에 제품당 5유로(약 7,466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는 새 옷 소비를 줄이기 위해 ‘수선 보너스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제품이나 종류에 따라 6~25유로(약 8,959원~3만 7,329원)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시행 6개월 동안 약 25만 건, 우리 돈으로 약 34억 원 정도의 예산이 집행됐다.
‘오염물 처리는 오염을 일으킨 사람이 책임지도록’하는, ‘생산자 책임 확대법’에 근거해 섬유 생산 업체가 마련한 재원이다. 프랑스에서 매년 버려지는 의류는 약 70만 톤으로 추정한다. 유럽연합은 패션 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전체 10% 정도로 보고 있다. 쉬운 소비가 불러오는 탄소배출은 프랑스만의 고민일까. 자신의 옷장을 들여다보며, 일상의 소비에 대해 ‘1.5도 라이프’ 참가자들은 고민을 시작했다.
전희택, 황인랑 씨 등 대구시민 63명은 지난달 30일부터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의 한계로 먹거리와 교통 부문 탄소배출량에 주목하게 되지만, 소비나 주거 부문과 같은 소비재 항목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탄소배출이 발생한다.
겨울코트 8만 5,800g, 크록스 신발로 1,500g
제품 구입 시기 등에 따라 탄소배출량 차이
중고거래 활용하는 참가자들도
탄소일기 소비재 중 의류 항목을 살펴보면 신발과 코트, 면 소재 옷, 아크릴 소재 스웨터, 폴리에스테르 소재 티셔츠 등 16가지 항목이 있다. 탄소배출이 가장 큰 항목은 겨울 코트 8만 5,800g, 가장 적은 항목은 크록스 신발 1,500g이다.
탄소일기에서 모든 항목을 다 탄소배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계상하는 것은 아니다. 의류 수명인 3년을 넘기면 탄소배출량이 계산되지 않는다. 해당 항목 의류 갯수, 구입일, 사용인원을 함께 기재하도록 했고 이를 기반해 자동계산된다. 같은 항목의 의류를 가지고 있더라도 구입일이나 사용인원, 의류 갯수에 따라 도출값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참가자 가운데 의류 항목을 꼼꼼하게 기록한 황인랑(56) 씨의 경우, 청바지가 15개 있지만 탄소배출은 0이다. 청바지는 개당 2만 3,200g의 탄소배출이 발생하는데, 황 씨는 구입일을 2012년 5월로 기록했다. 대신 지난 4월에 구입한 것으로 적힌 면 소재 옷 2벌은 90.96g의 탄소배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 소재 옷은 한 벌당 4만 9,800g로 계산된다.
황 씨의 의류 목록을 살펴보면 가죽신발 한 켤레, 스니커즈 3켤레도 있는데 2019년 구입한 스니커즈도 탄소배출이 0이다. 가죽신발(1만 5,000g, 2023년 구입)은 13.7g으로 계산됐다. 2023년 구입한 면 티셔츠는 한 벌당 1만 1,200g의 탄소가 배출되는데, 4벌을 합산해 일간 40.91g의 탄소가 배출됐다.
그가 가진 의류 항목 중 탄소배출이 많은 것은 아크릴 소재 스웨터(한 벌당 2만 5,500g)인데, 5벌을 가지고 있어 일간 116.44g으로 계산됐다. 황 씨가 가진 의류 항목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모두 합산하면 일간 262g이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0.1톤이다.
참가자 곽성미(45) 씨도 자신의 옷장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 상황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곽 씨가 기록한 의류 항목 가운데 탄소배출량이 많은 항목은 면 소재 옷으로 일간 1,819g이다. 곽 씨가 가진 면 소재 옷은 40벌이다. 재활용 면 스웨터(1벌당 8,100g)는 2벌 일간 14.79g이다.
곽 씨는 방수자켓(3만 8,700g)이나 올 스웨터(5만 2,900g) 등 인조가죽자켓을 제외한 대부분 의류 항목 내용을 빈틈 없이 채웠다. 곽 씨의 의류 소비재 배출량은 ▲겨울코트(8벌) : 626.85g ▲폴리에스테르 소재 코트(5벌) : 236.99g ▲면 티셔츠(20벌) : 204.57g 등 일간 합계 3,967g로 합산됐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1.45톤이다.
곽 씨는 “탄소일기를 적으면서 탄소발생량에 놀랐다. 가지고 있는 옷을 적으려고 옷 정리를 했는데 생각 보다 많아서 충격을 받았다”며 “보관만 하고 입지 않는 옷도 적지 않아서 ‘굿윌스토어’에 기부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최은령(28) 씨는 “탄소일기를 기록하니 물건을 구입할 때 탄소배출이 얼마나 되는지 신경을 쓰게 된다”며 “헌 양말이나 버릴 옷감을 활용해 실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만드는 취미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엔 옷도 정리해서 중고로 옷을 판매했다”고 했다.
참가자 전나경(28) 씨도 중고거래를 자주 한다고 했다. 전 씨는 “필요 없지만 쓰임이 있는 물건을 친구들과 종종 나눈다. 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는 원룸에서 쓰던 가구를 저렴하게 중고거래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탄소일기에는 의류 소비재 외에도 청소 및 세탁용품, 환경 및 건강 가전제품, 주방가전, 가구, 스포츠 용품 항목도 있다. 청소 및 세탁용품 탄소배출량은 ▲유선 청소기(5만 2,400g) ▲7kg 미만 세탁기(30만 5,000g) ▲7kg 이상 세탁기(34만 2,000g) ▲드럼세탁기(30만 2,000g) ▲식기세척기(27aks 1,000g) ▲에어컨(45만 7,600g) ▲공기청정기(8만 5,900g) 등이다.
해당 제품의 수명은 의류 보다 긴 10년으로 설정돼 있다. 2인 가구인 권준석(29) 씨는 청소기와 7kg 이상 세탁기, 에어컨 2대, 공기청정기를 가지고 있는데, 7.18g, 46.85g, 125.37g, 11.77g로 하루배출량 191.16g으로 계산된다.
참가자 김경희(50) 씨도 청소기, 드럼세탁기, 에어컨 2대, 공기청정기를 가지고 있는데, 김 씨는 4인 가구여서 배출량을 1/4로 계산하다보니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소배출량이 감소했다. 해당 제품의 탄소배출은 3.59g, 20.68g, 62.68g, 5.88g으로 하루배출량은 92.84g에 불과하다.
필수가전으로 인식되는 가전제품의 주요 탄소배출량은 ▲TV(49인치 기준) 50만g ▲노트북(14인치 기준) 67만 8,000g ▲전자렌지 9만 8,400g ▲냉장고 2만 2,500g ▲인덕션(9,000W 기준) 8만 7600g ▲스마트폰 3만g ▲데스크탑 컴퓨터 30만 5,000g 등으로 제시됐다. 5인 가구 진미림(52) 씨는 소형 전기오븐, 인덕션, 냉장고 2대, 카메라, 잉크젯 프린터, 컴퓨터와 노트북, 스마트폰, TV 등을 체크했는데 하루배출량은 모두 266.22g이다.
3인 가구 곽성미 씨도 비슷한 종류와 규모를 가지고 있지만 하루배출량은 782.28g으로 훌쩍 뛰었다. 곽 씨는 전자렌지, 소형 전기 오븐, 인덕션, 미니냉장고와 냉장고, 아이팟, 잉크젯 프린터,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PC, TV 등을 체크했는데 미니냉장고(30만g)와 태블릿PC(8만 2,800g) 등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소비재 부문에선 구입한 제품을 오래 쓸 수 있는 방법이 고민해야 한다.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소비재 품목의 탄소배출량은 생산과 유통, 폐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다 포함돼 있다. 냉장고나 에어컨을 제외하고 대부분 가전제품이 생산할 때 70%가 나온다”며 “한 달 살기의 짧은 도전이라 대부분 먹거리와 교통 부문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인데, 소비 역시도 탄소배출량 가운데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고이지선 선임연구원은 “사실 소비재는 당장 변화를 주기 어렵다. 이미 소비가 이뤄졌지만 이미 산 물건들은 오래 쓰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쉽게 사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고쳐 쓰고 수리해서 쓸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사용에 따른 탄소배출량
가구원, 집크기 등에 따라 차이
에너지 사용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살펴봤더니 가구원 구성이나 생활 환경 등에 따라 주거 부문에서도 적지않은 차이가 발생했다. 참가자들은 지난달 고지서를 바탕으로 사용량과 가구원을 함께 기록했다. 주거에선 물, 가스, 전기, 기름 사용량을 각각 적도록 했고, 각 탄소배출량은 단위당 물 332g, 가스 2,176g, 전기 478.1g 등이다.
에너지 사용량에 따른 탄소배출은 가구원수도 영향을 미치지만, 주거 규모도 적잖은 영향을 준다. 2인 가구인 권준석 씨의 경우 하루 물, 가스, 전기 사용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일간으로 환산하면 1만g(1만 606.8g)을 초과했다. 동일하게 2인 가구인 전나경 씨가 일간 1,867.2g을 배출한 것에 비해 10배 많은 수치다. 5인 가구인 진미림 씨 2,586.46g, 4인 가구 김경희 씨 1,707.9g, 3인 가구 최은령 씨3,215.6g, 전희택 씨 2,085.26g, 곽성미 씨 2,242.2g 등보다도 월등히 많다.
권준석 씨는 “집 크키가 42평으로 큰 편이라 전력 사용량이 어느 정도 나오는 것 같다. 매일 출근에 쫓겨 샤워를 하니 물 사용량을 줄이는 것도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여러 가구원과 함께 생활하는 이들은 가족들의 에너지 사용량 협조가 절실했다고 했다. 곽성미 씨는 “평소에도 에너지 절약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적으로 발생하는 탄소량을 수치로 알게 돼 좋았다”며 “함께 거주하는 가족들의 협조가 잘 안되면 물이나 전기 사용량을 많이 줄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진미림 씨도 “주거 에너지 부문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용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에너지 소비가 적지 않다 보니 개인적으로 줄이기 힘든 부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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