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장례치른 성주군민…여당, 협의체 제안에 “사드 철회뿐”

"녹음기도 아니고, 했던 말만 반복하고 있다...사드 반대는 전국으로 퍼질 것"

15:48

성주군민들이 성주를 방문한 새누리당 지도부를 향해 ‘새누리당 장례식’ 퍼포먼스를 벌였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투쟁위와 간담회에서 협의체 신설을 제안했지만, 투쟁위는 의미 있는 결과가 아니라며 “오직 사드배치 철회뿐”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장례식 퍼포먼스가 벌어지는 성주군청 앞을 지나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뒤로는 '배신자의 말로를 똑똑히 보여주마',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새누리당 장례식 퍼포먼스가 벌어지는 성주군청 앞을 지나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뒤로는 ‘배신자의 말로를 똑똑히 보여주마’,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6일 12시 30분,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등 대표단이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투쟁위)와 간담회를 마치고 성주군청을 떠났다. 군청 앞마당에는 새누리당 장례식을 위해 300여 명의 군민이 기다리고 있었다. 100여 명은 상복을 입거나 상여를 매고 곡을 했고, 200여 명은 이를 지켜봤다. 이들은 “정들었던 새누리당 배신당해 보낸다네”라며 곡소리를 높였고, 대표단이 빠져나간 마당에서 상여를 매고 군청을 한 바퀴 돌며 새누리당을 떠나보냈다.

장례식에 참여한 한 70대 주민(성주읍 삼산리)은 “새누리당 온다고 해도 여기 마당에 나와서 한마디 하는 놈 없더라. 한나라당(새누리당) 온다고 여기 사복 귀신들 이렇게 많이 왔느냐”며 “다 물러가라. 말도 아깝다. 그런 놈들 또 (군청) 안으로 불러들인 놈은 누구냐”고 말했다.

새누리당 근조 피켓을 들고 간담회가 진행되는 2시간여 동안 군청 앞에 서 있던 김경안(성주읍 대흥리) 씨는 “오늘 새누리당 지도부들이 온다고 해서 이제 우리 군민들은 새누리를 마음에서 떠나 보낸다는 이야기를 전하려고 퍼포먼스에 함께 했다”며 “당 (원내)대표가 왔다는데 우리는 얼굴도 못 봤다. 너무 허탈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2주 동안 정부의 입장은 변화가 없지만, 우리 군민들이 싸우는 게 전국으로 퍼질 거라고 생각한다. 사드는 성주만이 아니라 어떤 지역도 안 되는 거다. 왜 자꾸 우리를 갈라놓으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성주군민 100여 명은 새누리당 지도부가 떠난 후, 군청을 한 바퀴 돌며 장례식을 진행했다.
▲성주군민 100여 명은 새누리당 지도부가 떠난 후, 군청을 한 바퀴 돌며 장례식을 진행했다.

간담회를 실시간 라이브로 지켜봤다는 한 주민도 “답답해 죽겠다. 여기까지 새누리 지도부가 온다고 해서 시원한 답변을 기다렸는데, 국방부 관계자라는 사람은 우리보다 더 모르는 것 같다. 녹음기도 아니고, 했던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은 “우리 군민들 지금 한이 서려 있다. 왜 이러는지 진짜 저분들은 모르는 것 같다”며 “또 오늘 언론에서는 어떻게 나갈지 조마조마하다. 벌써 주민들이 몸싸움했다고 기사가 나갔던데, 간담회장에는 미리 선발된 주민대표만 들어갔다. 기자들이 서로 들어가려다가 몸싸움하고 난리가 났는데, 기자들도 너무 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방부와 새누리당, 경상북도, 투쟁위가 함께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투쟁위와 군민들은 일방적 사드 배치 발표 후 협의체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안수 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애초에 큰 기대는 없었다.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가진 안은 하나뿐이다. 철회다”며 “환경영향평가고 뭐고 어차피 자기들이 하는건데 우리 군민들 아무도 안 믿는다. 못 믿는다. 우리는 철회뿐”이라고 강한 의사를 내비쳤다.

이날 새누리당 대표단과 함께 성산포대를 방문한 손호택(선남면 성원2리) 씨는 “포대에 올라가 보니까 벌써 전기도 빼놓고 다 해놨더라. 이게 15일 전에 발표 나고 시작한 게 아니라 내가 볼 때는 벌써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가 와서 뭐라 하는데 똑같은 말이다. 올라가서 당에 이야기한다고 하지 뭐. (민가랑) 얼마나 가까운가 본다고 왔다던데, 오나 안 오나 똑같다”고 말했다.

gz2

10여 분 동안 퍼포먼스를 마친 이들은 ‘새누리’, ‘개누리’ 근조 피켓을 모아 태우고, 저녁 촛불집회에서 다시 만나자며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