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조류, 방음벽 충돌로 연 100마리 폐사

김형동 의원, "조직, 예산 확보로 제대로 조사해야"
야생조류 전체로도 조류 충돌 심각

14:02
Voiced by Amazon Polly

멸종위기종 조류가 방음벽에 충돌해 매년 100마리씩 폐사하는 것으로 확인돼 ‘조류충돌방지법’에 따른 적극적인 저감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17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환경노동위원회, 경북 안동)이 국립생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방음벽 충돌로 폐사한 멸종위기종 조류가 509마리, 연간 100마리라고 밝혔다. 가장 많이 폐사한 조류는 새매(405마리)였고, 그 다음으로 참매(53마리), 새호리기(22마리) 등이다.

지난해 6월부터 개정 시행된 일명 ‘조류충돌방지법'(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국립생태원이 조사한 방음벽은 지난해 23개소, 올해 20개소에 불과했다. 조사한 건물 수도 2023년 10개 동, 2024년 9개 동에 그쳤다.

김형동 의원은 멸종위기종 개체수 보존을 위해 관련 조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립생태원에서 조사해야 하는 건축물이 총 23만 동인데 반해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생태원의 직원은 2명에 불과하다”며 “제대로 된 조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직과 예산을 확보하여 생물다양성 보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녹색연합 ‘새친구’가 77번 국도 충남 태안 송남교차로 방음벽에 새충돌 저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녹색연합은 2019년 부터 조류 충돌 저감을 위한 캠페인을 하고 있다. (사진=녹색연합)

멸종위기종 포함해 전체 야생조류 폐사 규모 더 커
‘조류충돌방지법’ 시행 불구, 지자체 관심 떨어져

방음벽 충돌로 인한 야생조류 폐사는 멸종위기종에 국한된 사례가 아니다. 지난 2019년 발표된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조류 폐사 방지 대책 수립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약 800만 마리, 매일 2만 마리의 야생 조류가 투명 방음벽 같은 인공구조물에 충돌해 폐사하고 있다. 1년 동안 투명 방음벽 1km당 164마리, 건물 1동 당 1.07마리가 충돌하는 수준이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2017년 12월부터 2018년 8월까지 건물 유리창과 투명 방음벽 56곳에서 378마리의 조류 폐사체를 발견했고, 인공구조물 통계와 폐사체 발견율 및 잔존율 등을 고려해 국토 전체의 피해량을 추정한 결과다. 경북과 대구에선 광역지자체를 포함해 조류충돌방지 조례가 있는 곳은 대구 달서구와 동구에 그쳐 저감대책이 미진한 상황이다. [관련기사=‘조류충돌방지법’ 시행 1년, 무관심한 대구·경북(‘24.09.30)]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