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무 국방차관, 성주투쟁위와 면담 없이 하루 일찍 떠나

23일 오후 2시 서울 복귀..."민심 들으려면 촛불집회 와야"

19:16

지난 22일 2박 3일 일정으로 성주를 방문한 황인무 국방부 차관이 23일 오후 2시 서울로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황 차관은 언론을 통해 성주군민의 의견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며 성주 방문 이유를 밝혔지만,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와는 공식 면담 없이 성주를 떠났다.

투쟁위는 황 차관의 방문이 사전 연락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며 오히려 “조용히 내려와서 군민을 갈라놓으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실제로 황 차관은 22일 <뉴스민>과 통화에서 “군민 몇 분을 좀 만났다”며 “(투쟁위와) 면담을 잡지 않았다. 군수에게도 따로 보고를 드리지 않고 왔다”고 밝혔다. 황 차관은 “특별히 면담 일정은 잡은 것은 없고, 고민 중에 있다”고만 덧붙이면서 성주에서의 일정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지난 13일 오후 성주 군민들은 서울 국방컨방션을 찾아 성주사드배치 반대 주민 서명서를 황인무 국방부 차관에게 전달했다. ⓒ 유성호 오마이뉴스 기자
▲지난 13일 오후 성주 군민들은 서울 국방컨방션을 찾아 성주사드배치 반대 주민 서명서를 황인무 국방부 차관에게 전달했다. ⓒ 유성호 오마이뉴스 기자

백철현 투쟁위 공동위원장은 23일 오후 황 차관과 면담 일정이 있느냐는 물음에 “우리한테 연락도 없이 왔다. 올라갔다는 이야기도 있더라. 앞으로 온다는 연락도 없었다. 우리도 언론을 통해 차관 방문을 알았다”고 말했다.

23일 성주 군민과 언론은 황 차관의 성주 일정을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채 소문만 무성했다. 이날 오전 성주 군청 앞에서 500여 명의 성주 군민이 모여 미사를 지내기도 했지만, 이 자리에도 황 차관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복수의 투쟁위 관계자에 따르면 황 차관은 보훈단체 회원들과 만남을 주선했지만 무산된 걸로 확인된다. 한 투쟁위 관계자는 “보훈단체에 회원을 모아 안보교육을 한다고 해서 그 단체서 못하게 거부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보훈단체에 만나자고 했는데 안 만나줬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투쟁위와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백철현 공동위원장은 “차관과 투쟁위 만남 제안 자체가 비공식적으로 들어왔다”며 “비공식적이고 갑작스러운 제안이기 때문에 투쟁위에서는 회의 원칙상 안건으로도 다룰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애초 투쟁위에 공식 요청 없이 성주를 방문한 황 차관이 면담 제안도 비공식적으로 진행해 투쟁위가 공식적 논의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다.

황 차관의 성주 일정이 베일에 싸이자 성주 군민들 차관의 성주 방문에 의문을 표했다. 한 성주 군민은 “차관이 성주에 머무르며 주민과 협의한다고 하는데 투쟁위와도 연락 없고 어느 누구와도 대화가 없다면 뭣 때문에 왔는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차관이 성주 민심 들으려고 왔다면 당연히 촛불 시위에 와야 할 것”이라며 “어디에 있는 건지, 차관이 언론에 무슨 소리를 할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3일 황 차관은 국방부를 항의 방문한 성주 군민을 앞에 두고 성주를 ‘상주’라고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