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일째이지만, 성주군민의 평화에 대한 염원은 식지 않았다. 성주군민들은 박자에 맞춰 “대한민국, 사드 반대”를 외치며 고립이 아닌 전국적인 사드 배치 반대 운동에 나서자고 약속했다.
22일 저녁 8시가 되자 어김없이 성주군청 앞으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30분쯤 지나자 1,500여 명이 촛불을 들고 사드 반대를 외치기 시작했다.
촛불집회 시작과 함께 백철현 공동위원장이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 계획과 투쟁 방침을 공유했다.
백철현 공동위원장은 “21일 우리는 서울에 올라가 아주 평화적인 집회를 성공적으로 해냈다”며 “이후 대표단이 청와대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났고, 26일에 내려오기로 했다. 국방부가 성주를 한 번도 방문하지 않고 확정 발표한 점을 지적했고, 새누리 지도부들도 성주 상황을 모르고 있다. 불합리한 결정이었다는 걸 직접 눈으로 보고, 사드 철회가 될 수 있도록 26일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 위원장은 “파란 평화의 리본을 성주군민 모두가 착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원하는 다른 지역에도 보내주기로 했다. 또, 바른지역언론연대, 한국지역신문협회에서 무료 신문 광고를 해주기로 했다”고 보고하면서 “15일 시위 중 다친 사람도 있고, 불미스러운 일을 당한 사람도 있어 법률자문단 4명을 구성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분들은 투쟁위로 찾아와 달라”고 말했다.
이날 성주군민들은 성주군청만이 아니라 사드배치반대대구경북대책위 주최로 대구에서 열리는 사드 반대 집회에도 자발적으로 참석했다. 이에 대해 촛불집회 사회자인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은 “왜 그렇게 자발적으로 갔을까요? 사드를 알리기 위해서다. 이 투쟁을 전국화하기 위해서”라며 “웅크리고 앉아서 하는 투쟁만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고립되지 말고 평화를 확산시키자”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대한민국 사드 반대”, “거짓말하는 언론, 공정보도로 국민에게 보답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매일 촛불집회에서 노래 공연에 나선 통기타모임 ‘예그린’의 반주에 맞춰 참가자들은 ‘아침이슬’을 합창했다.
성주군 수륜면 적송리 주민 김충환 씨는 “군수님이 삭발하시고, 항의서한 전달해주셔서 플랜카드 걸기로 한 약속은 취소하겠다. 앞으로도 앞장서서 싸워주실 것이라 굳게 믿는다. 외부세력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러지 말고 성주 촛불집회 체험 관광하러 오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촛불 들기 체험도 있고, 사드반대 구호 외치기 체험도 있고, 박수치기 체험도 있다”고 말해 참가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지난 17일 촛불집회에서 김 씨는 “이완영 국회의원과 김항곤 군수는 주민 서명을 받은 항의서한을 미대사관 대사를 만나서 전달하라. 그다음 주한미군사령관을 찾아가서 항의하라”며 “일주일 내 이것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제가 성주군에 플랜카드를 걸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촛불집회에 참석한 김항곤 군수도 발언에 나섰다. 김 군수는 “국회에 가서 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 보좌를 잘못한 국방부를 질책하라고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며 “우리는 대통령 선거에서 86%라는 전폭적이고 대대적인 지원을 보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대답해야 한다. 우리도 감정에 호소하고 날뛰고 해서는 안 된다. 차분하고 냉철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1일 열린 서울집회에서도 공연했던 싱어송라이터 정민아 씨가 성주까지 내려와 가야금 연주와 노래를 불러 눈길을 끌었다. 정민아 씨는 “성주에 와보니까 참 좋다. 주변에 노래하는 사람을 꼬셔서 낮에는 성주 관광을 하고, 저녁에는 집회에 와서 노래하자고 해야겠다. 우리가 왜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에 끼여야만 하느냐”며 동학농민운동 당시 전국에 불린 전래민요 ‘새야새야’와 세월호 추모 자작곡 등을 불렀다.
이날 참가자들은 저녁 9시 40분께 촛불집회를 마친 후 군청 광장을 깨끗이 청소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23일 오전 11시에는 성주에 있는 천주교 4개 본당이 합동 미사를 진행하고, 저녁 7시에는 촛불집회가 열린다. 투쟁위는 자원봉사자를 나서 백악관 청원 운동 확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성주의 유림들은 회의를 통해 27일 하얀 도포를 입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