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충돌방지법’ 시행 1년, 무관심한 대구·경북

조례, 예산도 없어···"저감 대책 없다" 밝혀
환경부 조사, 연간 전국 800만 마리 추정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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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조류충돌방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대구·경북 지자체는 조류 충돌 저감 대책에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투명창에 충돌해 폐사하는 새는 연간 800만 마리로 추정된다. 인공구조물로 인한 조류 충돌 피해가 적지 않은 만큼 지자체의 관심과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개정 시행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의2(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의 피해방지)에 따라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은 건축물·방음벽·수로 등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 충돌·추락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환경부 장관은 야생동물 피해 실태조사를 할 수 있고, 공공기관장에게 실태조사를 위한 자료 제출 협조나 피해가 심각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방지 조치도 요청할 수 있다.

▲ 녹색연합 ‘새친구’가 77번 국도 충남 태안 송남교차로 방음벽에 새충돌 저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녹색연합은 2019년 부터 조류 충돌 저감을 위한 캠페인을 하고 있다.  (사진=녹색연합)

2019년 발표된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조류 폐사 방지 대책 수립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약 800만 마리, 매일 2만 마리의 야생 조류가 투명 방음벽 같은 인공구조물에 충돌해 폐사하고 있다. 1년 동안 투명 방음벽 1km당 164마리, 건물 1동 당 1.07마리가 충돌하는 수준이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2017년 12월부터 2018년 8월까지 건물 유리창과 투명 방음벽 56곳에서 378마리의 조류 폐사체를 발견했고, 인공구조물 통계와 폐사체 발견율 및 잔존율 등을 고려해 국토 전체의 피해량을 추정한 데 따른 결과다.

2018년 7월부터 운영된 조류 충돌 시민참여 모니터링 플랫폼(‘네이처링’)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207종 5만 813마리의 충돌 사례가 확인된다. 조류 충돌 발생 유형은 ▲방음벽 3만 9,711건(78.15%) ▲건물 9,329건(18.36%) ▲기타 구조물 1,773건(3.49%) 였다. 시도별 분석에선 전국적으로 고루 나타났는데 경기(9,800건, 19.29%) 지역이 가장 많았고, 경북(1,069건, 2.1%)과 대구(485건, 0.95%)로 나타났다.

조류 충돌이 빈번한 이유는 조류의 특성에 기인한다. 눈이 측면에 위치한 조류는 전방 거리 감각이 떨어져 전방 구조물 인식이 어렵다. 비행에 적응한 가벼운 골격으로 비행속도에 따른 신체 충격이나 손상이 쉽게 나타날 수 있어 피해가 크다. 이들에게 유리창과 투명 방음벽의 투명성, 반사성은 자연환경으로 인식돼 위협 요인이 된다.

조류 충돌 저감을 위해선 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을 불투명한 소재로 제작하거나 패턴과 색깔 등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주로 활용되는 저감 대책인 ‘5X10 스티커’는 패턴 높이가 5cm, 폭이 10cm 미만은 통과하지 않으려 하는 조류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그 외에도 조류들이 장애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가로무늬 최소 3mm, 세로무늬 6mm 이상 굵기 또는 검정색과 주항색을 함께 배치는 것도 제안된다.

환경부는 2018년부터 ‘건축물·투명 방음벽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 지원’을 위한 공모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 가운데선 광주광역시가 올해 2,700만 원을 들여 조류 충돌 피해 민원이 많거나 홍보 효과가 큰 건축물 또는 투명 방음벽 등 지원 대상 시설물에 방지 테이프를 지원하는 공모 사업을 진행했다.

대구·경북 조례 있는 곳, 2곳뿐
“사업도, 예산도 없어···무관심”

대구·경북 지역 상황은 어떨까. 자치법규 정보시스템을 통해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의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한 조례 제정 현황을 살폈다. 경북과 대구 광역지자체는 모두 없고,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선 달서구와 동구만 제정돼 있었다. 조례가 없는 만큼 실제 관심도도 떨어졌다.

조례와 별개로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조류 충돌 저감대책이 이뤄지는지 물었다. 경북도(기후환경정책과)와 대구시(기후환경정책과) 관계자들은 직접적으로 하는 사업이 없고, 따라서 별도 예산을 편성한 것도 없다고 같은 대답을 내놨다.

▲ 조류 충돌 시민참여 모니터링 플랫폼 ‘네이처링’에서 확인되는 대구 조류 충돌 현황 기록

환경단체는 조류 충돌에 대한 시민 인식을 확대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강제성 부여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공공 건물 외에도 민간 건물까지 확대하고, 처음 건축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조류 충돌 저감을 위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강승남 녹색연합 이음팀 활동가는 “조류 충돌 심각성에 대한 인지가 아직 부족하다. 환경부를 중심으로 저감사업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 지자체가 무관심한 상황”이라며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강제조항이 없다 보니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 인식 확대와 함께 지자체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 모니터링 기록에는 수도권 지역이 많긴 하지만, 시민 관심도의 차이로 보인다. 지역과 상관없이 전국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국도 같은 경우는 산이나 숲과 같은 야생동물 서식지 주변이라 발생이 많을 수 있다. 도시는 고층이나 유리로 된 건물이 있어 조류 충돌이 많이 이뤄진다. 전국에서 1년 800만 마리로 추정하고 있지만, 실제는 그 이상 일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