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구퀴어축제 가처분 기각···“1차로 제한 그대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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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경찰의 집회 제한 통고에 반발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 제16회 대구퀴어축제는 예년처럼 열리지는 못하게 됐다. 대구퀴어축제는 앞서 대중교통전용지구 2개 차로를 모두 사용해 개최됐으나, 올해에는 경찰이 1개 차로만 사용하도록 ‘집회 제한’ 통고를 했다. 조직위는 참가자 안전 보장 등을 위해 집회 제한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일단 이번 축제는 1개 차로 제한 상태로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26일 대구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채정선)는 조직위가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경찰의 집회 제한 통고는 유효하다는 의미다. 집행정지 처분의 위법성·정당성에 대해서는 본안소송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재판부는 경찰의 처분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조직위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조직위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는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재판부는 집행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이 처분의 효력이 정지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집회 장소를 일부 제한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를 포함해 집회를 개최할 경우 분수대 등 여러 지장물이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부스 간격 이격 설치 등 집회 계획을 수정하고 구 중앙파출소 앞 광장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안전 문제에 대해서 재판부는 “제한된 집회 장소의 중앙선에는 부스의 뒷부분이 위치하고, 중앙선을 따라 펜스 및 경찰인력이 배치될 예정”이라며 “제한속도도 시속 30km여서 부스운영자 및 집회 참가자들의 안전이 위협받는다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시민 이동 경로와 집회 장소가 겹쳐 축제에 반대하는 종교인 등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 재판부는 “충돌을 단정할 수 없다. 소수 개인이 인도에 진입해 반대 의사를 표현해도 이들의 표현의 자유도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차량 우회 조치 시 심한 교통혼잡이 발생한다고도 설명했다. 재판부는 “지난 5년간 2개 차로에서 집회를 개최한 것에 어떠한 제한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구속력 있는 행정 관행이 확립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재판부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재판부는 축제 참가 인원을 경찰이 제시한 자료로 실제 인원보다 축소해 판단했다. 느린 속도로 운행해 안전하다는 판단도 이해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 축제의 특성상 참가자들 간의 소통과 자유로운 퍼포먼스도 중요하다. 축제를 단순한 집회처럼 열리기만 하면 되는 걸로 판단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축제 개최일이 임박한 만큼 조직위는 경찰의 제한통고 대로 집회를 개최할 방법을 마련해 둔 상태며, 조만간 조직위 공식 입장과 함께 집회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