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특별법으로 용이해졌다더니···대구시, SPC 민간참여자 못 구해

대우건설 컨소시엄, ‘사업계획서’ 대신 ‘사업제안서’ 제출
법률상 자격 갖춰 공모한 SPC 참여 희망사 없어
대구시 연내에 사업 방식 최종 확정···SPC vs SPC+공공 vs 공공
정장수, “각각 장단점 있고, 선행 과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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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특수목적법인(SPC)에 참여할 민간기업을 결국 구하지 못했다. 지난 3월 대구시는 6월까지를 기한으로 민간기업 공모를 진행했지만, 사업계획서 작성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설업계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명목으로 9월 24일까지로 연장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사업계획서’가 아닌 ‘사업제안서’를 제출했을 뿐 홍준표 시장이 참여를 독려한 국내 굴지의 대기업군은 제안서도 내지 않았다. 대구시는 난관을 타개할 대책으로 대구시가 직접 사업을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우건설 컨소시엄, ‘사업계획서’ 대신 ‘사업제안서’ 제출
법률상 자격 갖춰 공모한 SPC 참여 희망사 없어
홍준표, 특별법 제정 후”SPC 구성 용이하게 될 것”
1년 5개월 만에 SPC 구성 발목 잡는 특별법 개정안?

24일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및 종전부지·주변지 개발사업 사업계획 및 민간참여자 공모’가 종료됐지만, 법률에 따른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며 민간참여자로 나선 기업은 없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우건설, 롯데건설, 서한, 화성, 태왕 등으로 구성된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사업계획서’ 대신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것이 전부다.

홍준표 시장은 지난해 4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날 기자들과 만나서 “특별법이 통과 안됐다면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되는 군공항 건설에 참여할 SPC(특수목적법인)가 구성 자체가 안된다”며 “국가가 보증하는 사업이 되면서 SPC구성이 용이하게 됐다”고 자신했지만, 대구시 설명을 보면 오히려 특별법이 SPC 구성의 한쪽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23일 대구시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사업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주요 사안들이 특별법 개정안에 포함돼 현재 국회 계류 중이므로, 금융기관의 금융약정서 제출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지난 6월 13일 발의됐는데, 대구시가 1차로 공모 마감일로 지정했던 6월 24일을 열흘 가량 앞둔 시점이다.

의아한 사실은 개정안 발의 일주일 후(20일)에 대구시는 9월까지 공모기간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는 점이다. 개정안에 사업 주요 내용이 담겨 민간기업 참여를 불확실하게 만들 것이라는 걸 당시에는 고려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다른 가능성도 없진 않다. 9월까지 3개월 안에 개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확신했거나, 그런 것과 상관없이 기간을 연장해야 할 다른 이유, 이를테면 이 무렵에 SPC 구성이 무산될 가능성을 염두하고 직접 시행으로 전환을 고려했을 수 있다. 실제로 대구시가 공모 기간을 연장하면서 민간기업의 계획서 작성 용역을 언급했는데, 최근 대구시가 직접 시행 가능성을 시사하며 인용하는 용역이 이 용역 결과다.

이유가 무엇이되었든 특별법 제정을 절대선으로 하고, 비판을 용납하지 않던 홍 시장의 연내 SPC 구성 공언은 공염불이 됐다. 홍 시장은 지난해 12월 시장·구청장·군수 정책회의에선 공항공사와 삼성그룹이 SPC에 참여하게 할 계획이라면서 SPC 구성이 순조롭다고 말한 걸로 전해졌고, 이후 여러 차례 SPC 참여기업에게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을 제시하며 구애했다. 지난 5월 지역 국회의원 당선자 간담회에서도 “SPC 구성이 5월 내로 완료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홍 시장도 결국 사업의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민간기업을 설득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정장수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장기적 고금리로 사업 여건이 최악의 상황에 있고, 건설자재 급등으로 건설경기의 침체, 부동산 투자 위축”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는 홍 시장이 대구시장에 취임한 후 줄곧 변함 없는 조건이다. 그럼에도 홍 시장은 성공을 자신해왔고, 주변의 우려를 매도하거나 ‘찌라시 언론의 악의적 비방’ 정도로 치부했다.

지난 11일에는 SPC 구성 무산으로 연내 사업 시행 자체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의성군이 화물터미널 문제로 몽니를 부려 사업 진척이 없다고 주장해 경북도와 의성군의 화를 돋우웠다. 그동안 홍 시장을 향해선 말을 아껴오던 이철우 경북도지사 마저도 “SPC 구성에 차질을 빚자 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공개 비판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관련기사=이철우, 홍준표 향해 “신공항 SPC 구성 차질 책임 전가하려는 것”(‘24.9.13))

▲대구시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특수목적법인(SPC)에 참여할 민간기업을 결국 구하지 못하면서, 사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지=Microsoft designer)

대구시 연내에 사업 방식 최종 확정
SPC vs SPC+공공 vs 공공
정장수, “각각 장단점 있고, 선행 과제 있어”

이유야 어찌 되었든 대구시는 연내에 ▲SPC ▲SPC+공공 ▲공공개발 등 3가지 방안 중 하나로 사업 방식 최종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SPC를 통한 사업은 총사업에 32.2조 원이 들지만 수익은 25.2조에 그쳐 7조 원 가량 적자가 예상된다. 금융비용만 14.8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SPC를 통한 사업이 민간의 창의성을 사업에 반영할 수 있고 대구시의 재정 분담 리스크가 없지만, 큰 규모의 사업비를 모두 떠 안을 민간의 자금 회수 방안이 관건이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자금 회수를 위한 조건(미분양 분 대구시 매입/사업초기 공공자금 투입/FI 참여 지분 50% 이상)을 대구시에 전달하긴 했지만, 대구시는 ‘현실적으로 수용 불가능한 요구 조건’이라는 입장이다.

SPC와 공공을 혼합한 사업 방식도 사업비는 27.1조 원이 들지만 분양 수입은 27.3조 원에 그친다. 사업이익은 0.2조 원에 그쳐서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어선다. 이 경우 금융비용은 9.9조 원이다. 혼합 사업 방식의 경우 리스크를 민간과 대구시가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 조달을 위해선 정부 협상과 특별법 개정안 선처리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 게 대구시 설명이다.

끝으로 대구시가 직접 공공개발에 나설 경우엔 사업비는 17조 원으로 감소하고, 분양 수입은 27.3조 원을 거둘 수 있어서 최종적으로 10.3조 원이 이익으로 남는다. 사업비가 급감하는 이유는 금융비용이 3.1조 원까지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엔 가능만 하다면 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측면에서 더할나위 없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 투입을 위해선 정부의 승인과 대구시가 부담하게 될 채무에 대한 페널티 면제도 필요하다. 지난 6월 발의된 특별법 개정안에는 채무로 인한 페널티를 면제하는 특례 조항이 추가되어 있다.

정 부시장은 “각 사업별로 장단점이 있고 각 사업 방식별로 선행 과제가 있다. 대구시는 이상의 방식들에 대해서 보다 면밀히 검토하고 또 중앙정부와 적극적인 협의, 설득을 통해 올 연말까지는 최적의 사업 방식을 확정해서 당초 계획대로 2030년 신공항 개항에 차질이 없도록 확실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