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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립희망원의 부랑인·장애인 강제수용이 사실로 드러나며 지역사회에서는 대구시 차원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희망원 강제수용 피해자 4명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하면서다. 강제수용 피해자 일부는 희망원 강제수용이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이기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13일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동인동 대구시청사 앞에서 ‘대구시립희망원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 회복과 지원 정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70~80년대 희망원 강제수용 피해자 손석주, 장상락, 전봉수, 최순자 씨도 참석했다.
이들은 희망원이 2016년 천주교대구대교구가 운영하던 시기 인권침해와 보조금 횡령 등 부정 운영 사례가 밝혀졌지만, 조사 권한과 기한 문제로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이들은 이번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진실규명을 통해 강제수용 피해 당사자 조사, 자체 입수 자료 등을 토대로 대구시가 직접 운영하던 70년대부터 천주교대구대교구로 넘어간 80년대 사례까지 폭넓게 확인된 점이 의미 있다고 설명한다.
강제수용 문제는 물론 희망원 내에서 독방 감금 등 추가적 인권침해 사례가 확인된 점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앞서 진실화해위 조사에서는 희망원 내에서 독방 감금, 시설 뺑뺑이, 폭행과 가혹행위 등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기사=진실화해위, 대구희망원 부랑인·장애인 강제수용 진실규명···독방감금·시설 ‘뺑뺑이’도(‘24.9.10))
진실화해위를 통해 강제수용 피해자로 인정된 전봉수(69) 씨는 강제수용 피해를 이유로 국가상대 손해배상소송에도 나설 계획이다. 전 씨는 최근 가족 등과 함께 소송 여부를 고민하다가 소송을 제기하기로 하면서 이름을 공개하고 기자회견에 나섰다.
전 씨는 “희망원에서 30년 동안 살다가 나와서 살고 있다. 희망원을 나왔더니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며 “내 의사와 무관하게 희망원에 강제로 수용됐다. 집 주소와 출생지도 알고 있는데 묵인했다. 희망원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구시를 상대로는 ▲강제수용과 인권침해에 대한 공식 사과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 ▲시설 수용 인권침해 재발 방지를 위한 포괄적 탈시설 정책 마련을 요구했다.
장지혁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진실화해위 조사로 확인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조사보고서가 몇 페이지 되지 않는다. 더욱 소상히 기록에 남겨야 한다. 진실화해위가 (잔여 기한 등 문제로) 어렵다면 대구시가 나서서 해야 한다. 제주시는 4·3 전담팀을 운용해 지금도 조사하고 있다. 못한다면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의 인권침해 문제는 홍준표 시장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도 나서서 사과할 문제다. 희망원 사건을 포함해 이번에 드러난 인권침해 문제는 국가의 이름으로 저지른 일이다. 정부가 사과하고 피해자 배상에도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시는 사과 등 추후 대책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의관 대구시 보건복지국장은 “진실화해위가 조사하면 결과를 행안부에 통보하며 권고도 할 것이다. 그 단계에서 지자체도 같이 협의하는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