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안전한 대구?···시민 안전 우려 다른 지역보다 커

대구시민 안전의식 포럼···2024 대구시민 안전의식조사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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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1995년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 34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 30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2014년 4.16 세월호 참사, 35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2022년 이태원 참사까지···. 연이은 대형참사를 겪으며 대구 시민의 안전의식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대구416연대가 발표한 ‘2024 대구시민 안전의식 조사연구’에선 대구시민이 갖는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국민 평균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분석됐다.

11일 오후 2시,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대구시민 안전의식 포럼’이 열렸다. 대구416연대가 주최·주관하고 218안전문화재단이 후원한 포럼에선 대구시민 안전의식 조사연구 결과 발표 후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관계자, 연구자들이 안전한 대구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을 나눴다. 이들은 공동체가 잊지 않고 있다는 신뢰를 줄 때 사회적 재난을 막을 수 있고 설사 일어나더라도 공동체의 힘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기억과 교육이 중요하다고 봤다.

▲11일 오후 2시,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대구시민 안전의식 포럼’이 열렸다.

‘2024 대구시민 안전의식조사’는 대구416연대가 연구·컨설팅 기관 코뮤니타스에 의뢰해 실시됐다. 만 18세 이상 대구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15일부터 29일까지 2주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직접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 시민은 각종 재난 및 사고로부터 우리 사회 전반이 ‘조금 위험한 수준'(45.7점)이라고 인식했다.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대해선 ‘조금 안전한 수준'(54.7점)으로 평가했고, 시민 스스로의 안전에 대해서도 ‘조금 안전한 수준'(54.4점)으로 평가했다.

행정안전부가 진행한 ‘2023년 하반기 국민 안전의식 조사’와 비교해 보면 국민은 ‘우리 사회 전반’은 ‘조금 안전한 수준’인 54.8점, ‘거주지역’(65.3점)과 ‘개인’(61점)은 ‘다소 안전한 수준’으로 체감하고 있어 안전 체감도 영역에 상관없이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국민 평균에 비해 대구 시민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특성별로 분석했을 땐 서구·달서구·달성군이, 남성보다 여성이, 연령대가 높을수록, 임금근로자에서 안전체감도가 더 낮았다. 이들이 다른 지역이나 계층에 비해 안전과 관련된 생활 환경이나 삶의 조건이 더 취약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대형참사 발생 원인으로는 ‘안전 지휘 체계 및 시스템 미흡’(21.8%), ‘안전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의 부실’(21.6%)이 원인이라는 견해가 가장 많았으며, ‘안전교육 및 안전에 대한 홍보 부족’(15.2%),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미흡’(14.4%), ‘대형참사를 방지하기 위한 법·제도 미흡’(14.2%)이 뒤를 이었다.

대구시민의 안전의식 제고와 대형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 ‘조례 제·개정 등 법·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68%가 동의했으며,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 대형참사 관련 명칭 병기’에는 47.1%가, ‘사고 현장에 상징물·조형물 설치’에는 46.5%가 동의했다.

▲(왼쪽부터) 이연주 영남이공대 사회복지서비스과 교수, 정유진 대구416연대 집행위원,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성일 대구지하철노조 위원장,, 신동호 코뮤니타스 대표.

주제 발표 뒤에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이성일 대구지하철노조 위원장은 참사에 대한 명명에도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음을 지적하며 책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대구시는 대구지하철참사를 중앙로역 화재 사고라고 불러왔다. 유족들은 참사를 공간에 가두는 이름이라고 봐서 이런 명명에 반대했다. ‘그때 그 공간에 있었기 때문에, 운이 나빠서 사고가 났다’고 참사를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라며 “사고 원인은 당시 지하철에서 비용 절감으로 인해 저렴한 내장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정확한 원인 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자를 처벌하는 게 참사의 반복을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개별 조례를 넘어선 기본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강 사무처장은 “안전과 관련한 개별 조례들이 있지만, 공공의 책임성과 예산 의무가 높은 기본 조례를 제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실천을 해야 한다”며 참사를 겪은 도시로서 안전을 산업으로 특화할 필요도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강화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연주 영남이공대 사회복지서비스과 교수는 안전 교육과 예방을 위한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대구·경북은 특히 빨리빨리 문화가 많고 재난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 세심한 대책을 세우기보다 빨리 처리하고 해결했다고 표현하는 것에 (해결이) 집중돼 있다고 보인다”며 “대구지하철참사 이후 한국의 재난에 대한 인식은 사회적 재난으로 많이 전환됐다. 그럼에도 재난에 대한 안전 규정은 아직 미비하고 구체화돼 있지 않다. 참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전달하는, 아이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