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이맘때 대구를 달구는 행사가 있으니, 바로 대구퀴어문화축제다. 축제는 홍준표 시정 들어 명실상부 대구의 대표적 축제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 대구에서 열린 그 어느 축제도 이토록 전국적 관심을 받은 적은 없을 거다. 그 공로의 많은 지분을 홍 시장이 가지고 있다. 홍 시장의 축제를 향한 거친 언사는 당장에는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그 언사가 불러올 효과에 생각이 이어지면 비실비실 웃음도 나온다.
그렇게 웃음 지을 수 있는 건 당사자가 아니어서일 테다. 일 년에 단 하루, 성소수자가 스스로를 긍정하고, 세상을 향해서는 혐오 차별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고 싶어 나오는 축제다. 축제가 열리는 곳은 ‘광장’이 된다. 부단히도 광장을 막아서는 이들 중에 민주적 행정을 실현하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고양해야 할 대구시장이 있다면, 이를 마주한 당사자는 어떤 감정이 들 것인가.
홍 시장이 축제 개최에 어깃장을 놓는 근거는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점용허가는 정치적 빌미에 지나지 않는다. 법원도 점용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축제를 방해한 대구시 행정의 위법성을 확인해 주었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홍 시장의 허가 하에 누릴 수는 없는 일이다. 타협은 정치의 문법이지 기본권에 적용할 언어는 아니다. 게다가 점용허가를 신청한다고 허가하지도 않을 것이 아닌가. 점용허가를 받았든 아니든, 이곳은 지구의 날 행사도, 대구컬러풀축제도 열렸던 시민의 공간이다. 집회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이 원천 금지된 곳이 아니란 의미다.
홍 시장은 퀴어축제 개최 반대의 마지막 이유로 ‘극심한 교통 불편’을 내세웠다. 지난 5일 대구시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집회 주최 측은 시민들에게 극심한 교통 불편을 야기하는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의 집회를 다른 장소로 변경하라”고 밝혔다. 과거 같은 곳에서 열린 지구의 날 행사, 대구컬러풀축제도 그들의 표현대로 ‘극심한 교통 불편을 야기한’ 행사였다. 중앙네거리 인근에서 열리는 홍 시장의 대구파워풀축제도 버스 노선을 우회시키고 교통을 통제했다. 교통 불편이 문제가 아니라, 퀴어축제라서 문제 삼는 것이란 건 굳이 꼬집어 말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반월당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박근혜 퇴진을 외친 시민들이 모여들어 촛불을 들고 점용한 시민의 광장이기도 했다. 이 광장에서 1년에 단 하루, 성소수자들이 거리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토록 어려울 일인가. 홍 시장에게 ‘광장’이란,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한 것처럼 역사와 관례를 거슬러 입맛대로 규정하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곳일 수도 있겠다. 그것을 홍 시장은 시장의 권력으로 누리고 있다. 그리고 광장은 때로 권력을 뒤집는 곳이 되기도 했다. 그날이 바로 오는 28일, 제16회 대구퀴어문화축제 날이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