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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화예술회관(관장 김희철)에서 8월 13일부터 올해 세 번째 기획전으로 대구 출신 원로작가 곽훈을 조명하는 ‘선험의 전이’전을 미술관 1-5전시실에서 열었다. 곽훈의 대표적인 회화 연작들과 조각, 영상, 설치 작업을 포함한 신작 등 10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9월 26일까지 이어진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2008년부터 해마다 대구 화단의 발전에 기여한 원로작가를 선정해 작가의 회고전을 가졌다. 올해는 화업 50여 년의 곽훈 작가를 선정해 그를 조명하는 ‘선험의 전이’전을 열었다.
대구 출신 원로작가 곽훈의 화업 50여 년 회고전
1-5전시실, 회화 연작과 설치 등 100여 점 선보여
이번 ‘선험의 전이’전은 동양의 기(氣)를 표현한 <기氣> 연작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전통 도자기를 닮은 <찻잔Teabowl> 연작, 반복되는 어떤 흐름을 보여주는 <겁Kalpa, 겁Kalpa/소리Sound> 연작, 고래를 바랐던 조상들의 샤머니즘적 믿음을 담은 <할라잇Halaayt> 연작까지 크게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전시실로 들어서면 1전시실 왼쪽 전시면에서 처음 만나는 <무제>가 눈에 띈다. 혼합재료로 캔버스에 그렸는데 제작년도 1972년에서 작가의 화업이 50여 년인 것을 가늠케 하기 때문이다. 몇 발짝 지나면 무채색 그림들 사이에서 붉은색이 돋보이는 ‘기Chi’도 만나는데, <기> 연작에 앞서 전시된 이 작품은 종이에 그린 아크릴화로 1983년 작이다.
회화 연작들 사이로 100개의 찻잔을 대를 세워 전시하고 뒤로 드로잉 연작을 같이 보여주는 설치물과 ‘전자 장치와 현대음악을 이용한 우리나라 최초의 전시’라는 설명을 붙인 <전자예술 전람회> 영살물, 이번 전시에 처음 선보이는 대규모 창호지 설치작품 <2,250m depth> 등도 돋보인다.
1전시실 정면에는 <기> 연작이 나란한데, <기>에 대해 “먹, 붓, 종이 같은 한국화 재료가 사용되고, 소용돌이 무늬, 팽이 같은 원추형과 씨앗, 막대기, 실타래 등을 형상화하여 인간의 삶과 생명의 발생을 의미하는 ’기‘를 독창적인 표현기법과 분위기로 구현하였다.”라고 설명한다.
각각의 연작 전시마다 작품 이해를 돕는 설명을 달았는데, <기>에 이어지는 <찻잔> 연작 앞에서는 “작가는 1975년, 미국으로 이주하여 자신이 경험했던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였고, 그것은 작가의 창작세계를 구축하는 것의 시작이 되었다”라고 적었고, <겁>에서는 “생명의 생성과 소멸의 반복적 흐름을 말하고자 했다.” 하고, <겁/소리>에서는 “소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은 마치 샤머니즘적인 초월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라고 설명했다. <할라잇>에서는 “알래스카 이누이트족의 언어로 ’신의 강령‘을 의미한다. 1985년 이후 알래스카 여행에서 자주 경험한 고래 뼈와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수 천장의 드로잉 작업 후에 현재의 ’할라잇‘ 연작에 이르렀다”라고 적었다.
박민영 매구문화예술회관 전시기획팀장은 “작가의 정체성과 근원적 성찰이 담긴 작가의 화업이 자연스럽게 축적되고 전이되는 과정들에 주목하였다. 이번 전시 제목 ‘선험의 전이’에서 ‘선험’은 철학적인 관점에서 경험이 없이도 알 수 있는 보편적인 개념으로 작가에게는 우리가 각자 지니고 태어난 본연의 원초적인 의식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이’는 원초적 의식을 토대로 작업으로 이어져 나가는 과정을 말한다”라고 말했다.
대구 출신인 곽훈 작가는 1963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후 한국 실험미술 1세대로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의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1975년 미국으로 이주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에서 수학했고, 1981년 L.A.시립미술관에서 신인 작가들을 소개하는 ‘신진 1981(Newcomers,81)’을 통해 미국화단에 데뷔했다.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첫 개관 때 설치 및 퍼포먼스 작품 ‘겁/소리-마르코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을 선보였는데, 이 작품은 올해 4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베니스 몰타기사단수도원에서 재현되었다. 2021년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했다.
정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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