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납 제련 공장 설립 항소심도 팽팽···환경오염 우려 축소 의혹도

업체 측, "영주시가 투자유치 권유, 시장이 돌연 입장 바꿔"
주민 측, "환경 영향 축소... 영주시 처분 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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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시의 납 제련 공장 설립 거부 처분에 반발해 업체가 제기한 처분취소소송 항소심이 열렸다. 업체 측은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했던 영주시가 돌연 입장을 바꿨다”면서 불허처분의 부적절성을 강조했다. 반면 소송에서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참가한 주민 측은 업체가 환경 영향을 고의적으로 축소했다며 지적하고 나섰다.

30일 대구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곽병수)는 (주)바이원이 영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공장신설거부취소소송 항소심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원고 측은 공장신설거부처분의 취소가 불가하다면 약 59억 원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영주시는 위법한 처분이 아니라고 맞섰다. 원고 측과 피고 보조참가인 측은 별도로 준비한 발표자료를 활용해 20분씩 변론했다.

(주)바이원 측 변호인은 공장 설립이 영주시의 적극적인 권유에 의해 이뤄졌고, 환경 관련 인허가가 적절히 이뤄졌다고 했다. 그럼에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공장 설립이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원고가) 산업단지에 입주하기를 원했는데, 영주시에서 산업단지 밖에 있는 이곳을 특정해서 권유했다”면서 “폐기물 처리업 사업 계획서와 폐수 배출 시설 설치 신고 수립, 대기배출 시설 설치 신고 수리 등 환경오염과 관련된 인허가 처분이 다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영주시는 건축 허가 후에도 공장 설립 승인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했고, (원고는) 그대로 따랐을 뿐”이라며 “영주시의회 시정발언 자리에서 영주시장이 갑자기 입장을 돌연 바꿨다. 이후 공무원들이 반대 대책위에 처분 사유를 물어보는 등 뒤늦게 처분 사유를 마련했다는 정황이 있다”고 덧붙였다.

원고 측 변호인은 “영주시도 두 곳의 전문기관 용역을 통해 환경 문제를 살폈다. 그래서 (취소) 처분서에선 환경오염과 관련된 이유를 적을 수 없을 것”이라며 “설령 견해를 달리해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보더라도 절차 위반은 건축허가 취소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유사 판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피고를 대리하는 영주시 측 변호인은 “업체 측에서 공장 입지에 대한 안내를 요청해서 담당 공무원이 통상적으로 안내를 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영주시는 투자 유치를 권유하지 않았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여러 가지 검토 과정이 있었는데, 이를 가지고 신뢰보호 원칙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피고 보조참가인을 대리한 하승수 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는 “원고 대리인이 말하는 처분 사유는 당초에 불명확하게 제시한 경우에 오히려 소송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입증하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라며 “건축허가 신청 시에 개발행위 허가 심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며 “해당 신청서나 피해방지 계획서를 보면 대기오염 물질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고, 환경오염 방지 대책이 기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 변호사는 환경 오염 가능성이 축소 평가됐다고도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인허가 신청 당시 대기오염 물질 발생량을 수백 분의 1로 축소했다”며 “원고는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은 16.07톤으로, 3종 사업장으로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원고 측이 밝힌 동종업체들과 비교하면 최소 11,822톤, 최대 51,856톤으로 차이가 크다. 생산량 차이를 감안해 보수적으로 계산하더라도 4,000톤 이상 공장에서 배출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하 변호사는 “1심 판결에서 인정한 것처럼 해당 공장은 국내 또는 해외의 납폐기물을 수입해 돈을 버는 영리사업을 하는 곳이고, 공익적인 사업이 아니”라면서 “환경오염 방지시설을 제대로 갖추더라도 오염 농도가 심각한데, 원고처럼 처음부터 대기오염 물질 발생량을 축소해 허가를 받으려는 업체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다음 변론 기일은 내달 27일로 예정돼 있다.

한편, 지난 2021년 7월 (주)바이원은 경북 영주시 적서동 869번지 일원에 납 제련 공장 설립을 위해 폐기업처리업 사업계획서를 영주시에 냈고, 적정 통보를 받았다. 이후 공장 건축 허가를 받고, 건축을 진행하면서 공장신설 승인신청을 했는데 영주시는 절차와 민원을 이유로 들어 이를 불허했다. 이에 업체는 영주시장을 상대로 공장신설거부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1월 대구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청구를 기각했다. 원심 재판부는 공장 설립 승인 신청이 건축 허가 전에 이뤄지지 않아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관련기사=법원, 영주시 납제련소 신설 거부 처분 “정당”(‘23.11.08))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