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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이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설치한 홍준표 시장을 고발했다. 민주당은 대구시와 국가철도공단이 맺은 협약과 국유재산법 등을 근거로 “홍준표 시장은 표지석 설치를 불법, 무단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광장의 유지·관리 권한이 대구시에 있다며, 반박할 가치가 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19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시장을 국유재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홍 시장이 국유재산법 7조 1항과 18조를 위반해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세웠다고 지적했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국유재산법이나 다른 법률이 정하는 절차와 방법을 따르지 않고 국유재산을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고, 국가 외의 자는 국유재산에 건물, 교량 등 구조물과 그 밖의 영구시설물을 축조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동대구역 앞 광장은 국유지로 대구시는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사업 위탁을 받아 광장을 구성하는 토지를 유지·관리하는 업무를 맡아 하고 있다. 2007년 대구시와 국가철도공단(당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맺은 ‘경부고속철도 대구도심 통과구간 사업추진 협약’에 따르면 유지·관리 과정에서 중요한 설계나 공사 시행은 사전에 통보해 협의를 거쳐야 한다.
법률도 지자체가 주민생활을 위한 문화시설, 생활체육시설 등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사회기반시설을 해당 국유재산 소관 중앙관서의 장과 협의를 거쳐 총괄청 승인을 받아 축조하는 경우는 가능하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민주당은 대구시가 ‘박정희 광장’ 표지판 설치 관련 협의를 전혀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민주당은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이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은 결과, 국토부와 공단 모두 ‘박정희 광장’ 표지판 관련 협의를 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홍준표 시장은 표지석 설치를 불법, 무단으로 진행했다. 현재 동대구역 부지는 국토부 소유의 국유지이며, 실질적 관리는 국가철도공단에서 하고 있다”며 “국가철도공단과 대구시는 동대구역 관리에 관해 협약서를 맺었다. 협약서에는 분명하게 국유지로 분류되어 있고, 대구시는 ‘유지·관리’만 하게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시는 표지석과 같은 영구시설물을 설치하면서 국유지 소유자인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에는 어떤 협의도 하지 않고 임의로 설치했다”며 “모든 일엔 순리가 있다. 광장 표지석 제막식에 대구 주요 인사가 모두 모였는데, 모두 불법에 박수를 친 것이다. 황당할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구시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이 반박할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다. 2007년 협약을 맺으면서 광장 등 시설물에 대한 유지·관리 업무를 위탁받았고, 이 위탁을 통해 광장 시설물에 대한 협의는 이미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허준석 대구시 교통국장은 “2017년부터 100억 넘게 전액 시비를 쓰며 유지·관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다른 시설물에 대해선 아무런 말이 없었다”며 “동대구역이 만들어질 때 유지·관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해서, 대구시가 유지·관리·운영까지 하라는 공문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허 국장은 “유지·관리에 대한 총괄적 협의가 이뤄진 상태이기 때문에 만약 표지판으로 별도 협의를 해야 한다면 다른 시설물도 다 협의를 해야 했던 것”이라며 “철도 운영에 지장이 없는 시설물인데, 민주당 주장대로면 앞으로 광장 운영을 공단이 한다는 의미냐”고 되물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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