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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14일 오전 동대구역 앞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기 위해 표지판 제막식을 열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와 야권에서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왕조시대에도 상상하기 힘든 폭거’, ‘반역사적이고 반인권적’이라며 홍준표 시장을 비판했다. (관련기사=대구시, 광복절 하루 전에 ‘일본에 충성 맹세’한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24.8.12))
오는 14일 오전 11시 30분, 대구시는 동대구역 앞 광장에서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홍 시장이 올해 갑자기 추진하기 시작한 박정희 동상 건립 사업의 일환으로 대구시는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이 법률적, 행정적 의미가 있는 건 아니며, 시민들에게 이름을 제안하는 수준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법률적, 행정적 의미가 없는 일에 대구시는 현재 약 3,000만 원을 쓴 것으로 확인된다. 대구시가 지난달 17일 생산한 박정희 광장 표지판 설치 계약심사 결과를 문서를 보면, 표지판 설치 예산으로 2,994만 원이 요청됐다. 대구시는 지난 4월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동상 건립 예산으로 14억 5,000만 원 편성한 상태다.
대구시의 제막식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과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는 각각 입장을 내고 대구시와 홍 시장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240만 대구시민 뿐 아니라 5,000만 국민과 외국인이 널리 사용하는 ‘동대구역 광장’의 이름을 제대로된 시민 의견 수렴이 전혀 없이 ‘박정희 광장’으로 바꾸는 것은 왕조시대에도 상상하기 힘든 폭거”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동대구역 광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박정희 찬양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라며 “홍준표 시장의 대권 놀음의 일환이고, 친일반민족행위, 좌익 활동, 군사쿠데타와 헌정 유린, 국가범죄인 중대한 인권침해와 부정부패로 점철된 박정희가 우상으로 숭배받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망상의 산물”이라고 힐난했다.
박정희우상화반대운동본부는 “표지판 설치는 관련 법령과 정부의 업무편람 및 대구시 조례 등 법규에서 정한 절차도 위반한 독단적 행정”이라며 “대구시가 법률과 조례마저 무시하고 독단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운동본부는 “동대구역은 대구 관문으로서 하루에도 수만 명이 이용하는 공공의 장소”라며 “개인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공공의 광장을 이용해서는 안된다. 대구의 관문인 동대구역 광장은 화합과 통합의 광장으로, 분단을 넘어 대륙으로 뻗어가는 평화·통일의 광장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대구시와 홍 시장은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해 대구를 스스로 수구 독재의 섬으로 전락시키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8월 14일은 어떤 날인가? 일본군 성노예로 인권을 착취당한 위안부 기림의 날이자, 일제 36년의 압제를 끝내고 민족이 해방된 날의 기념하는 8.15 광복절 전야”라며 “이런 날에 혈서로 일본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한 자, 관동군 장교로 항일독립군을 토벌한 자인 박정희의 이름을 대구 관문 광장 동대구역 이름으로 명명하는 표지판 제막식을 개최하는 것은 홍 시장이 얼마나 반역사적이고, 반인권적 사고에 빠져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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