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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이 다리를 다쳐 입원을 했다. 링거를 맞느라 손까지 제한돼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니 무력해졌다고 토로했다. 급기야 우울감까지 밀려왔다고 했다. 스스로 화장실을 가거나 양치질을 하고, 문자를 쓰는 일 같은 사소한 일상이 커다란 난관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그나마 손이 자유로워지자 스스로 목발을 짚고 화장실 세면대로 갔다가 그동안 자리를 차지하는 것 같이 느껴졌던 보조손잡이의 쓰임새를 느꼈다고 했다. 보조손잡이가 없었다면 혼자 화장실 세면대에 설 수 없었을 거라면서,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고 했다.
지난달 대구 반월당 지하철 승강장에서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다이인(die-in: 땅에 누워 죽은 듯이 행동하는 것으로 사회문제로 인한 고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퍼포먼스) 행동에 나서 장애인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현장에 나온 단체 관계자만 100여 명, 취재진과 도시철도공사 관계자까지 승강장이 꽤 혼잡했다. 함께 취재를 하던 동료 기자 중 한 명은 행여 지나는 시민이 불편하다며 욕을 하거나 시비를 거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할 정도였다.
행여 불편함이 느껴지더라도 ‘그들’이 아닌 ‘우리’의 문제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연대 발언에 나선 이들 역시 장애인 단체의 이동권 투쟁으로 더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함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은 선거 기간에 만난 유권자들이 농촌지역 저상버스 전면 도입 요구를 하더라면서 저상버스가 도입되기 까지 장애인 활동가의 노력을 짚었다.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도 장애인 활동가들 덕분에 생긴 지하철 엘리베이터로 몸이 불편한 분들이나 어르신, 임산부까지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목소리 내는 그들 덕분에 우리 역시 더 나은 삶을 누리게 된다. 현장에서 한 장애인 활동가가 경험담을 바탕으로 직접 쓴 가사로 만들었다는 곡을 듣자 우리 앞에 놓인 숙제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더 많은 이들이 함께 이 노래를 듣고, 함께 투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러도 오지 않는 나드리콜 두 시간째 / 특별교통수단 아닌 특별고통수단이지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 가려했지 / 하지만 우리에게 깨어진 꿈
활동지원 신청했지 하루 고작 서너시간 / 나머지 스무시간 어찌하란 말이오
장애인도 살고 싶어 시설 아닌 지역에서 / 시민으로 당당하게 지역에서 살고싶어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