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동상 공모전 (8) 태극기에 매달리며

09:41
Voiced by Amazon Polly

박정희 동상 제작에 여념 없는 대구광역시에게 서울특별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을 국가상징공간으로 조성하고 이 곳에 110억원의 예산을 들여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를 세운다고 발표했다.

광장을 압도해버리든 말든, 인왕산 경관을 해치든 말든, 대형 깃대 건립을 밀어붙이는 오세훈 서울시장. 동상에 의존하는 홍준표 대구시장보다 훨씬 ‘파워풀’해 보인다. 서울시는 빛기둥, 미디어 플로어, 미디어 파사드까지 설치하겠다고 한다(홍 시장은 왠지 ‘그게 머임, 먹는 거임?’ 할 것 같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스케일은 너무 협소하다. 분발을 촉구한다. 이래서야 대선 주자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홍준표는 안보에서도 오세훈에게 밀리게 생겼다. 요즘 한국사회는 북한이 보내는 오물풍선으로 골치 아프다. 높다란 태극기 조감도를 감상하며 오세훈의 깊은 뜻을 헤아려본다. ‘오세훈’ 삼행시. 오! 오물풍선을 터트릴. 세! 세계적 기념물. 훈! 훈훈한 분뇨 냄새가 광화문을 덮치리. 오세훈은 “지금까지 형식적이고 구호에만 그친 반공태세를 재정비 강화(5.16 혁명공약 제1항)”하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일단 100m 넘는 태극기 게양대를 대구에도 만들어라. 이는 결코 오세훈 프로젝트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다. 더 원대한 계획을 구현할 킬링 포인트가 있다. 바로, 박정희 동상을 깃대 상단에 부착하는 것이다. 성조기 게양대의 스파이더맨에 대항하는 태극기 게양대의 박정희! <스파이더맨>의 명대사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유신 체제와 10.26에도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 가장 역동적인 박정희 기념물이자, 광장을 지나는 시민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민주적 기념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