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진통 겪은 경북대, 차기 총장 후보자 리더십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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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학내 진통 끝에 의대 증원 관련 학칙을 개정한 경북대학교. 당시 본부·교수회·대학평의원회 등 학내에서 벌어진 갈등 문제를 계기로, 총장이 향후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지에 대해 차기 총장 후보자들이 의견을 냈다. 이들은 대체로 당시 학칙 개정 과정에서 구성원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았다고 평가하며, 총장이 된다면 학내 의사결정구조를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경북대학교 제20대 총장임용후보자 선거 제2차 공개토론회가 14일 오후 2시에 열렸다. 토론회에 앞서 경북대 민주화교수협의회는 사전 질문으로 “의대 증원 등과 관련한 학칙 개정 과정에서 본부는 교수회와 대학평의원회 심의를 완전히 무시했다”라며 대학평의원회에 대한 후보자의 생각, 총장의 교무통할권에 대한 견해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경북대학교 제20대 총장임용후보자 선거 제2차 공개토론회가 14일 오후 2시에 열렸다.

답변서에서 이형철(기호 1번, 자연과학대 물리학과, 이하 기호순) 후보는 “총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학장, 학과장과 학내위원회로 분산하기로 약속했다. 고등교육법이 정하는 최고의 심의기구인 대학평의원회 정상적 운영을 위한 공간과 예산 인력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심의 기능도 보장하겠다”라며 “구성원이 대학 운영에 폭넓게 참여하는 새로운 방식의 대학운영체계를 구축하고, 교내 각종 위원회 심의의결권 존중할 것이다. 총장과 본부의 독주는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하(기호 2번, 사범대 윤리교육과) 후보는 “시간에 쫓기어 의대 정원 증원 결정한 것이 안타깝다. 대학의 정책은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하지 않으면 성공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평의원회 심의는 중요하다. 다만 격변하는 시대에 뒤처질 수 있는 심의 결과를 무조건 수용할 수는 없다”라며 “교무통할권은 식민 잔재로 사용 자제 필요성 있다. 긴급한 결정이 필요한 경우 제외하고는 구성원 의사 수렴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영우(기호 3, 공과대 신소재공학과) 후보는 “평의원회 결정 사항을 최대한 존중하고 이해관계자 간 갈등 해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학 운영 최종 책임은 총장에게 있다. 대학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대학평의원회에서 논의되길 바란다”라며 “총장독임제는 경북대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민주적 운영과 협력적 의사결정을 약속하고, 구성원과 활발히 소통하고 중요한 정보를 투명히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광기(기호 4번, 사범대 일반사회교육과) 후보는 “경북대 발전을 위해 민교협의 공이 크다. 교수회 의견을 적극 존중하고 대학평의원회 공간 및 예산이 지원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라며 “총장과 소통할 직접적 창구를 마련하고 중간평가를 시행해 총장의 교무업무에 대한 평가를 받고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태(기호 5번, 사회과학대 정치외교학과) 후보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적 절차가 확립돼야 한다. 제 단체가 참여하는 토론의 장을 활성화하고 교직원과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개토론의 장을 만들 것”이라며 “업무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총장에게 있지만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하지 단독으로 의사결정 하는 것이 아니다. 교무통할권은 경북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성호(기호 6번, 경상대 경영학부) 후보는 “대학본부가 교수회와 대학평의원회 심의를 무시한 것은 거버넌스 훼손 행위다. 대학평의원회 무력화는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총장과 보직자의 판단이 대학 전체 의견으로 둔갑하지 않도록 할 것. 평의원회 심의의결권 실질화하겠다”라며 “교무통할권은 총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구성원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닌 대학 발전을 모색하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걸(기호 7번, 의과대 의학과) 후보는 “대학평의원회는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며 민주적 절차를 따르는 운영이 바람직하다. 1년 4차례 열리는 규모에 맞게 유사한 법적 기구인 재정위원회와 같이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교무통할권 집행은 절차적 타당성 없이 진행돼서는 안 된다. 다만 드물게 구성원 간 대립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교무통할권을 바탕으로 조정, 타협, 집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신희(기호 8번, 생활과학대 의류학과) 후보는 “의대 증원 관련 학칙 개정 과정에서 구성원의 마음의 상처가 크다. 본부와 교수회가 머리를 맞대고 긍정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평의원회 지원에도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총장은 당연히 대학 구성원을 대표하는 다양한 기구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교수회 평의회는 의결 기구로 존중받아 왔다. 그 문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순창 후보(기호 9번, 경상대 경영학부)는 “대학은 민주주의 실현의 최적 대상이다. 존중을 바탕으로 본부, 교수회, 대학평의회가 역할을 다할 때 리더십이 굳건해지고 대학도 소임을 다할 수 있다. 교수회와 대학평의회가 자율성을 가지고 책임을 다하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총장의 리더십은 구성원 의견을 기반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어려운 사안일수록 지속적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고 인내가 필요하다. 규정상 심의라 하더라도 의결에 준하는 과정으로 소통해 합의안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교원 책임시수 정책, 무전공 확대 문제, 대학 젠더평등 증진 방안 등을 포함해 후보자들의 공약을 검증하는 질문과 답이 오갔다. 3차 토론회는 21일 열릴 예정이다.

▲왼쪽 위부터 이형철, 김영하, 허영우, 김광기, 이정태, 하성호, 김상걸, 이신희, 권순창 후보. 사진 제공=경북대 총추위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