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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대구시의회를 이끌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치열한 물밑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엔 이만규 의장(중구2)의 연임 가능성이 꾸준하게 언급되지만, 여기에 맞서는 대항마가 마땅치 않다는 평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뉴스민> 취재 결과 최근 이 의장 연임만은 막아야 한다는데 경쟁 후보들이 뜻을 모아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대구시의회는 오는 10일부터 진행되는 309회 정례회에서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할 예정이다. 25일 의장·부의장을 선출한 후 26일 각 상임위원장, 27일 운영위원장을 선출하는 일정이 예정되어 있다. 대구시의회 회의규칙에 따르면 선거일 2일 전 저녁 6시까지 후보자 등록을 해야 해서 의장에 나설 이들은 22일 저녁 6시까지 등록을 마무리해야 한다.
의회 내에서 이만규 의장이 연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1일 이 의장이 공직선거와 상관없이 북콘서트를 연 것도 의장 선거 정지작업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콘에는 홍준표 시장까지 참석해 축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집행부가 ‘러닝메이트’라는 우스개까지 나온다.
시의회는 홍 시장 임기 이후 ‘홍준표 거수기’라는 비판을 내외에서 끊임없이 받아왔고, 평가처럼 이 의장은 홍 시장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골프 애호가인 홍 시장과 이 의장이 종종 함께 라운딩을 하고, 그 모습이 목격됐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곤 할 정도다. 대구시가 연속해 개최한 공무원 골프대회에도 이 의장이 참석해서 홍 시장과 같은 조를 이루기도 했다.
다만 이 의장은 현재로선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의장은 3일 <뉴스민>과 통화에서 “아직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다”며 “주변에서 여러 사람들이 자꾸 다시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오기 때문에 저도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주에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의장에 맞설 대항마로는 전반기 의장 선거에서 겨뤘던 김대현(서구1, 재선), 이재화(서구2, 3선) 의원과 전반기 부의장 하병문(북구4, 재선) 의원이 거론되어 왔다. 여러 후보가 난립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 의장의 연임 가능성도 높게 점쳐졌던 것도 사실이다. 시의회 재석이 32명인 상황에서 과반(17명) 이상 지지를 얻어야 의장에 당선될 수 있는데, 후보가 난립할수록 셈법도 복잡해져서 고정 지지를 확보한 이 의장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김대현, 이재화, 하병문 세 후보가 전격적으로 이 의장 연임 만큼은 막아야 한다는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세 후보는 3일 <뉴스민>과 통화에서 단일화 논의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이르면 이번주 안에 단일 후보 결정 방식을 정하고, 후보까지도 확정 지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의기투합한데는 이 의장 연임이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의회 내 비토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1991년 대구시의회 재개원한 후 현재까지 전·후반기 의장을 한 사람이 독식한 사례는 없다.
4대 의회 때 전반기 의장을 지낸 강황 의장이 후반기에도 의장을 지낸 전력은 있지만, 이 경우는 예외 사례다. 후반기에 선출된 이덕천 의장이 임기 1년 4개월여 만에 비위 혐의로 수사·재판을 받던 중 구속되어 생긴 공백을 메운 사례여서다.
때문에 실제로 이 의장이 연임에 나서면 대구시의회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 된다. 김대현 의원은 “전례 없는 연임 만큼은 동의할 수 없다는 다른 의원들의 뜻이 크다. 조만간 단일화 결과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이재화 의원은 “이만규 의장 나오는 것에 반대하는 이들이 모여 이대로 있을 순 없다는 의견이 있다. 이번주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전했다. 하병문 의원도 “세 사람이 만나서 공감대는 형성했다. 조만간 어떤 방법으로 할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