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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대구경북민이 좋아하는 음식은 타지역과 어떻게 다를까. 한국갤럽이 설립 50주년 기념으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50가지’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3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 조사된 결과 중 ‘음식 편’이 지난 5월 16일 공개되었다.
표본은 층화 집락 확률 비례 추출로 표본을 구성했고, 조사는 제주를 제외한 전국 만 13세 이상 1777명을 상대로 면접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되었다. 응답률은 27.7%,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3%포인트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또는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조사 결과 전부를 살피기에는 그 분량이 방대하기 때문에 전국 응답자, 주목할 만한 일부 계층, 대구경북 응답자를 견줘보겠다. 참고로 이 조사의 사례수는 서울 330, 인천/경기 580, 강원 54, 대전/세종/충청 194, 광주/전라 176, 대구/경북 174, 부산/울산/경남 269로 구성되었다.
1.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
대구경북, 불고기와 갈비구이 강세, 삼겹살은 약세
전국: 김치찌개 14%, 불고기 11%, 된장찌개 11%
13~18세: 불고기 24%, 떡볶이 15%
40대: 김치찌개 20%, 불고기 10%, 김치 10%
60대 이상: 된장찌개 20%, 김치찌개 15%, 김치 13%
서울: 김치찌개 16%, 불고기 9%, 된장찌개 9%
대구/경북: 불고기 18%, 김치찌개 11%, 갈비구이 11%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는 김치찌개가 꼽혔는데 세대 차이가 없지 않았다. 10대와 20대는 불고기와 떡볶이, 30대~50대는 김치찌개, 60대 이상은 된장찌개 선호가 두드러졌다. 1위 음식으로만 보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채식 취향이 강한 셈이다.
대구/경북에서 돋보인 것은 육식 취향이었다. 불고기가 1위를 차지한 유일한 지역이 대구/경북이었다. 갈비구이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전국(4.2%)에 비해 크게 높은 11%로, 10%를 넘긴 유일한 지역이다. 대구의 특산 음식으로는 막창구이, 뭉티기, 동인동 찜갈비가 꼽히고 대구에는 유명한 닭똥집 골목도 있다. 안동 찜닭, 선산(구미) 곱창 등 경북 내륙 각지에도 육류 특산 음식이 있다.
물론 가장 좋아하는 음식 한 가지만 꼽은 이 조사 결과가 대구/경북이 타지역보다 양적으로 육식을 더 많이 한다는 근거는 아니다. 또 고기가 가장 맛있는 곳이 대구/경북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겠다. 단, 식문화에서 육류가 차지하는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이 대구/경북이라는 가설을 세워볼 수는 있겠다.
다만 대구/경북 응답자 중 삼겹살을 1위 음식으로 꼽은 이는 1%로, 전국(4.5%)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삼겸살을 1위 음식으로 꼽은 비중이 가장 큰 지역은 부산/울산/경남(7%)이었다. 해산물이 풍부한 바닷가 사람들이 오히려 삼겹살을 좋아한다는 속설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고 있다.
2. 가장 좋아하는 중국음식
대구경북, 다른 지역과 별 차이 없고 마라탕 선전
전국: 짜장면 38%, 짬뽕 19%, 탕수육 18%, 마라탕 4.5%, 팔보채 4.5%
13-18세 남성: 짜장면 41%, 탕수육 31%, 마라탕 11%, 짬뽕 7%
13-18세 여성: 짜장면 41%, 탕수육 16%, 마라탕 16%, 짬뽕 7%
서울: 짜장면 40%, 짬뽕 22%, 탕수육 17% 마라탕 3%
부산/울산/경남: 짜장면 36%, 짬뽕 15%, 탕수육 29%
대구/경북: 짜장면 37%, 짬뽕 20%, 탕수육 14%, 마라탕 6%
한국인이 좋아하는 중국음식 1위는 짜장면이다. 짜장면이 중국음식인지도 논쟁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요리를 경험한 사람은 ‘짜장면은 한식이더라’는 소감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짬뽕과 탕수육이 2위를 놓고 경합했지만 연령대별로 차이가 났다. 젊은 세대일수록 짬뽕보다 탕수육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특히 13-29세 여성 사이에서는 마라탕 선호가 높아 ‘마라탕이 짬뽕을 대체하고 있다’는 가설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대구/경북의 짜장면, 짬뽕, 탕수육 선호는 전국 결과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탕수육뿐 아니라 깐붕기나 꿔바로우도 마찬가지였다. 대구/경북이 중식 문화에서 특별히 더 육식지향적이라는 근거는 없었다. 그리고 마라탕 선호가 다른 지역보다 조금 높게 나타났다.
오히려 부산/울산/경남에서 탕수육이 29%로 전국 결과를 크게 웃돌았던 것이 눈에 띈다. 위에서 살핀 삼겹살 선호와 비슷한 현상일까. 동쪽, 남쪽으로 해안을 끼고 있는데도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짬뽕을 1위 음식으로 선호한 비중은 15%에 그쳤다.
3. 가장 좋아하는 과일주스
대구경북, 비교적 사과주스 선호 높고 딸기주스는 낮아
전국: 오렌지 19%, 딸기 17%, 사과 15%, 포도 8%, 망고 8%
13~18세 여성: 딸기 32%, 망고 14%, 오렌지 12%, 사과 12%
광주/전라: 사과 18%, 망고 15%, 딸기 14%, 오렌지 12%, 토마토 12%부산/울산/경남/: 오렌지 21%, 딸기 22%, 사과 12%
대구/경북: 오렌지 24%, 사과 21%, 포도 9%, 딸기 8%
오래 전부터 다량으로 널리 유통되어온 오렌지 주스가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여기서도 세대 차이가 있었다. 젊은 세대일수록 딸기 주스에 대한 선호가 컸고, 13-29세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13~18세 여성에서는 망고 주스를 제1로 꼽은 사람이 10%를 넘어서며 2위를 기록했다.
대구/경북에서도 오렌지 주스를 가장 선호했으나, 사과에 대한 선호도(21%)가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 더 두드러진다. 1990년대 들어 대구 인근의 사과 재배면적은 줄어들었지만 대신 경북 북부지역으로의 재배 집중 현상이 강화되었다. 최근 기후변화로 재배면적의 중심이 북상하고 2010년대에 비해 경북의 재배면적도 감소했지만, ‘사과는 경북’이라는 세간의 인식은 여전히 강한 편이다.
반면 대구경북에서 딸기주스 선호도는 낮게 나타났다. 딸기 재배면적이 넓은 경남을 기고 있는 부산/울산/경남이 가장 딸기 주스 선호도가 높았다(22%). 경남과 충남만 합쳐도 국내 딸기 재배면적의 60%를 넘는다. 다만 경북의 경우 경남과 충남, 전남에 이어 재배면적이 큰 지역이면서도 딸기주스 선호도가 낮게 나타났다. 딸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딸기주스의 선호는 그보다 덜 할 수 있다. “주스로 먹느니 그냥 과일째 먹겠다”는 인식이 강할수록 더욱 그렇다. 반면 포도 주스 선호는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났다.
광주/전라는 과일주스의 절대 강자가 없으면서 여러 과일이 주스 원료로 환여받는 지역으로 나타났다. 망고(15%)와 토마토(12%)로 만든 주스를 제1로 꼽은 응답자가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난다. 아열대 과일인 망고를 재배하는 대표적인 국내 지역이 전남 영광과 고흥인 것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추정해본다.
4. 가장 좋아하는 술
대구/경북, 소주 약세-와인 강세? 왜?
전국: 소주 52%, 맥주 38% 막걸리 5%, 와인 4%
60대 이상 남성: 소주 72%, 맥주 10%, 막걸리 17%
30대 여성: 맥주 68%, 소주 23%
19~29세 남성: 소주 58%, 맥주 41%
19~29세 여성: 소주 27%, 맥주 62%, 와인 8%
광주/전라: 소주 55%, 맥주 28%, 막걸리 12%
부산/울산/경남: 소주 58%, 맥주 36%, 와인 5%
대구/경북: 소주 47%, 맥주 38%, 막걸리 5%, 와인 8%
술 취향은 세대나 지역보다 성별이 크게 좌우했다. 젊은 층도 남성의 경우는 소주 애호가 압도적이었다. 막걸리의 경우 다양한 종류가 개발되고 그동안 젊은 층의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알려졌으나 ‘가장 좋아하는 술’이 되기에는 부족했다. 막걸리를 꼽은 비율이 비교적 높은 층은 60대 이상 남성이었다.
지역적으로는 광주/전라,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의 삼각관계가 도드라졌다. 광주/전라는 막걸리 선호도가 가장 높은 지역, 부산/울산/경남은 소주 선호가 가장 높은 지역이었다. 대구/경북에서도 소주가 1위였지만 다른 지역보다 소주 선호도가 낮게 나타났다. 또 독특한 것은 대구/경북의 와인 선호도가 8%로 타 지역의 1~5%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의 상대적인 ‘소주 약세/와인 강세’의 원인은 무엇일까.
5. 술을 얼마나 자주 마시는가
대구/경북이 가장 가끔? 부산/울산/경남이 가장 자주?
전국: 음주자 계 66%, 주 1회 이상 29%
(이하 동일 순서)
남성: 77%, 47%
여성: 55%, 11%
40대 남성: 97%, 69%
19~29세 여성: 85%, 26%
60대 이상 여성: 43%, 4%
60대 이상 남성: 77%, 44%
대구/경북: 55%, 18%
부산/울산/경남 74%, 32%
음주 빈도도 성별에 따른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다만 19~29세 여성은 주1회 이상 음주자는 남성 일반보다 크게 적은 편이었지만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비중은 전체 여성 중의 비율 45%의 1/3 수준인 15%에 불과했다.
지역에서도 특이사항이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음주자 총계는 물론 주1회 이상 음주자가 전국에서 가장 적은 지역이었다. 그 대척점에 있는 지역, 음주자도 가장 많고 주 1회 이상 음주자도 가장 많은 지역은 부산/울산/경남이었다.
물론 이것은 음주 빈도에 대한 조사일 뿐 음주 총량에 대한 조사는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이 조사로는 술을 비교적 많이 또는 작게 마시는 지역을 알 수 없다.
6. 가장 즐겨먹는 안주
가장 안주가 다변화된 대구/경북? 오징어, 곱창, 막창, 족발의 활약!
전국: 삼겹살 23%, 치킨 12%, 오징어 6%, 회 5%, 과일 5%, 김치찌개 4%, 땅콩 2.7%, 마른안주 2.6%, 곱창 막창 2.5%, 족발 2.0%
60대 이상 남성: 삼겹살 21%, 김치찌개 10%
19~29세 여성: 삼겹살 10%, 치킨 17%, 과일 10%
대전/세종/충청: 치킨 19%, 삼겹살 16%, 김치찌개 9%
부산/울산/경남: 삼겹살 35%, 회 10%, 치킨 8%
대구/경북: 삼겹살 16%, 오징어 11%, 치킨 8%, 회 7%, 곱창 막창 7%, 족발 6%
1위는 삽겹살이었고 대부분의 계층에서 그랬다. 다만 청년층과 여성은 각각 중노년층과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킨이 강세였다. 맥주 선호도가 비교적 높은 성별과 연령대에서 치킨이 선전한 셈이다. 다른 계층에 비해 60대 이상 남성에서 김치찌개 안주 선호도가, 19~29세 여성에서 과일 안주 선호도가 높았던 점도 특기할 만하다. 주위에서 본 풍경을 떠올린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삼겹살 안주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음식 중 삼겹살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기도 했던 부산/울산/경남이었다. 부울경의 삼겹살 사랑은 연구 대상이다. 다만 부울경이 회 안주에 대해서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인 것은 통념에 부합하는 결과다.
대구/경북은 삼겹살을 가장 좋아하는 안주로 꼽은 비율이 가장 낮은 지역을 나타났다. 치킨이라 응답한 사람도 가장 낮게 나타났다. 대구/경북에서 태어난 치킨 브랜드가 전국적으로 인지도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뜻밖이다. 삼겹살파와 치킨파를 합쳐도 24%로 전국 결과(35%)에 적지 않게 못 미쳤다. 다만 다시 말하지만 이번 조사는 ‘가장 좋아하는 한 가지’만 응답하도록 되어 있다. 대구/경북이 다른 지역보다 삼겹살과 치킨을 비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구/경북민이 다른 지역보다 더 선호한 안주는 오징어, 회, 곱창 막창, 족발 등이었다. 동해안 식문화와 대구 지역 내장 음식의 영향이 다같이 느껴진다. 광주/전라가 과일주스 선호에서 다변화를 보여줬다면, 대구/경북은 안주의 다변화를 증명했다.